상반기 들었던 가장 놀라운 IT 뉴스에 대하여
2023년 상반기 IT업계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발표가 3월 아마존에서 '아마존 고'를 철폐한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아마존고가 처음 나왔을 때 정말이지 '유통 공룡'은 뭘 해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돈을 내지 않아도 걸어 나오면 자연스럽게 결제가 되는 광경에 처음에는 신기하였고 계속 보다 보니 무섭기까지 했다. 단순하게는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축소시킬 수 있고 나아가서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낱낱이 조사하면서 나의 쇼핑 취향까지도 컨트롤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아마존 고는 2023년 3월 공식적으로 철수한다는 입장을 밝혀 다시 한번 내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아마존고는 왜 확장하기보단 철폐 수순을 밟게 된 것일까?
'사람의 쇼핑 경험에 집중한 것이 아닌 기술에 초점'
아마존 고는 줄 서지 않고 바로 제품을 집어 나가도 번거로운 계산과정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물건을 들고 몰래 혹은 당당히 나가거나 물건을 감춘 채 나가도 바로 어떤 물건을 들고나갔는지 알 수 있다. 효율적이고 신기하다. 유튜브 영상만 찾아봐도 아마존 고의 기술을 테스트하는 영상들이 꽤 많다. 누군가는 선글라스를 쓰고 가서 본인의 신분을 감춘 채 물건을 가져가려는 사람, 누군가는 호주머니 속에 넣고 뛰어가는 사람 등 테스트 영상이 다양하다. 물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가 막히게 사람을 인지하여 돈이 지불되는 모습에 아마존의 엄청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무인 매장을 아마존은 왜 철수하려고 할까? 확장하는데 투자대비 이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왜 이익도 안 나고 사람들의 관심은 시들해진 것일까? 가장 대표적으로는 사람이 왜 쇼핑을 하는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기술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마존고는 참 신기하다. 그 어떤 매장보다 바코드가 잘 인식되고 카메라 동작이 예사롭지 않다. 카트 결제도 잘된다. 하지만 '쇼핑 경험'으로만 보았을 땐 '신기하다'라는 감정까지다.
우리가 쇼핑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적으로 뭔가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만약 기능적인 목적만 강조되었다면 전 세계 명품매장은 모두 부도가 났을 것이다. 같은 기능을 갖더라도 가격이 달라지고,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쇼핑은 인간의 욕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가', '어떻게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리는가'에 따라 쇼핑의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한두 번은 신기한 매장이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메시지나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리지 못한다면 쇼핑 경험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분절된 경험은 매력적이지 않다
아마존 고 안에서는 최신 카메라와 똑똑한 바코드 덕분에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쇼핑센터 안에서 줄을 안 서고 빨리 쇼핑을 한다고 해도 쇼핑센터를 나서는 다시 쇼핑한 것들을 짊어지고 이동의 여정은 시작된다. 그러니까 쇼핑센터 안에서 아무리 편리하고 무거운 짊을 카트에
빠르게 쇼핑을 해도 쇼핑센터를 나서는 순간 긍정적인 경험은 사라지게 된다. 고객의 동선이 분절된 채 쇼핑센터 안에서만 기술의 효용이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고는 철저히 쇼핑센터 내 어떤 기술을 어떤 위치에 배치했을 때, 고객이 반응할지를 주목하였다. 가장 최적의 쇼핑 동선을 찾기를 바랐고, 쇼핑을 할 때 무슨 행동을 고객이 하는지 조사하였다. 이렇게 화려한 기술들의 접목이 이뤄진, 기술 중심적인 쇼핑센터는 결국 축소나 철폐로 막을 내렸다. 확장을 할 수 없는 대표적인 이유는 투자대비 사업이 어려웠던 것이고,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해서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왜 쇼핑을 하는지, 쇼핑을 위해 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역으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가령 기술을 활용해 쇼핑센터 내에서만 편리한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쇼핑이 끝나고 집으로 이동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쇼핑 여정의 끝까지 느껴지는 특별함, 재미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회자되면서 사람들이 '아마존고'에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훌륭한 카메라나 바코드가 시각적으로 유혹할 수 있도록 농수산물 센터에서는 생산지의 환경을 보여주고, 과자 센터에서는 바삭거리는 청각적으로 유혹했다면 고객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존은 실험적인 매장을 통해 충분히 고객 행동 데이터를 모으고 온라인, 오프라인의 쇼핑경험 설계에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사례가 늘 흥미로운 점은 돈이 많아서인지 실패작들은 계속 나오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성공 서비스도 과감히 출시하기 때문이다. 기술만 집착했던 아마존고의 사례를 점검하면서 이 데이터들이 어떤 형태의 서비스로 치환되거나 활용되어 나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