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데이터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발표되었다. 바로 월 9달러에 연중무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탈모, 축농증 등 환자의 질환에 따라 화상채팅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환자는 아마존클리닉 사이트에 접속해 미국 전역의 의사의 응답시간이나 가격 등을 서로 비교하면서 진료를 받고, 맞춤 처방약을 배달받는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아마존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배경에는 2022년 8월, 5조 1200억 원에 인수한 '원 메디컬(One Medical)'이 있다. 아마존이 그동안 인수합병한 기업 규모 중 역대급이라고 평가받는 원메디컬은 온오프라인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이 헬스케어에 집중하게 된 건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수년간 크고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고, 직업 '아마존'이름을 걸고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하며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8년 온라인 약국 '픽팩'을 인수하여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의약품을 2일 이내로 배송받게 하였고 의약품 검색, 처방전 내역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24시간 주 7일 약사 상담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2022년 7월, 미국 전역의 125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원격 진료를 추진 중인 '원메디컬'을 인수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원메디컬은 연중무휴로 원격진료를 받으며 앱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으로 B2C고객뿐만 아니라 기업 고객들까지 다수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다른 원격진료 서비스 대비 원메디컬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전자상거래, 물류, 배송 등 이미 보유한 핵심 자원에 투자하지 않고 갑자기 헬스케어 업체들을 과감하게 인수하는 것일까? 아마존이 인수합병 한 이후 어떤 행보를 걷고 있는지 살펴보면 먼저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존은 필팩 인수 이후 '필팩 바이 아마존'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본격적으로 자체 아마존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프라임 회원이라면 복용 이력, 알레르기 유무, 건강 상태 등과 같은 일부 정보를 입력해 편안하게 집에서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라면 아마존 상주 약사들과 인터넷 상담을 받을 수 있고 2일 만에 약품을 배송받을 수도 있다. 프라임 회원에게는 복제약에 대해 최대 80%, 일반 약은 최대 40%까지 할인가를 적용해 혜택을 제공한다. 즉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대한 충성 고객을 더욱 공고히 만들 수 있게 된다.
프라임 멤버십에 대한 충성도는 높이면서 아마존의 타 서비스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아마존 알렉사 음성비서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동할 수 있다. 알렉사를 통해 무궁무진한 헬스케어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데, 개인 식단 추천부터 운동 가이드까지 다양하게 헬스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Ohio 병원은 알렉사와 연동하여 실시간 대기 시간과 병원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메이요클리닉은 실시간 응급처치를 지원한다. "알렉시, 메이요 First Aid에게 아기가 갑자기 토하는데 필요한 응급처치를 알려줘."라고 하면 응급처치 방법을 안내받는 형태이다. 한층 더 나아가 개인 전담 의료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아플 때, 평소 식단, 운동 방법 등을 알렉사로 안내받을 수 있다. DR AI는 알렉사 기반의 개인 의사로 의사의 전문적 조언을 기반으로 환자와 소통하는 채널이다.
알렉사 기반의 헬스서비스는 24시간 적재적소에서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고객이 제기한 질문, 요청사항에 대한 데이터는 모여 아마존의 신규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타깃 광고, 서비스를 만들 때 활용하는 자원이 된다. 시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겐 눈에 좋은 식단이 필요하다. 건강 정보를 알게 된 아마존은 시력이 좋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눈에 좋은 채소, 과일을 광고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이 헬스케어에 오랫동안 투자한 이유는 헬스케어 산업 자체가 성장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시장은 미국만 산정해도 4조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미국의 의료 시장은 투명하지 않은 가격 정책과 공급망 관리로 문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전자상거래의 문제를 파악하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듯, 헬스케어 영역의 잠재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사업 영역일 것이다. 법률과 규제로 헬스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헬스케어 도메인'은 시장성장률과 수익성이 모두 높다. 아마존은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정조준하여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를 감행한 셈이다.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누워있을 땐 마취 후유증은 없을지, 왜 갑자기 열이 나는지 등등 물어볼게 산더미였는데 막상 의사 선생님 회진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나 질문을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비대면이라도 잠깐 질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대면의료가 만나기까지 넘어야 할 제도가 많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진료를 위해 언젠가는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