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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Mar 27. 2021

침묵은 이별이다

UX 설계의 원칙, 기다리게하지 말것


“날이 참 따뜻한데 커피 한잔 하실까요? 새로운 신상 카페 찾았어요!”


언젠가 회사 근처에 한 외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 사람들과 함께 가보게 되었다. 마치 외국의 한 카페처럼 작지만 검은색 프레임에 온통 하얀 무지의 벽면이 깨끗하게 꾸며진 카페는 잡지 속 한 장면처럼 감각적이었다. 새로 생긴 카페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 밀린 주문이 서너 잔 되어 보이지만 워낙 요즘 유명한 카페라길래 아랑곳하지 않고 팀원들의 커피 주문을 받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카푸치노까지 각양각색의 커피 메뉴를 쭈욱 받고 보니 무려 6잔이나 되었다. 주문을 하고 밖에 나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워낙 요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를 찾아간 까닭일까.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났는데도 주문한 커피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서는 주문하는 순간 바로 커피가 나와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만 느껴졌다. 10분이 지날 무렵 사람들은 투덜거리기 시작하였다.


"원두를 커피나무에서 따오는 거 아닌가? 허허" 


내가 가자고 제안한 턱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지은채 초조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 언제 정도 우리 커피가 나오냐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십여분 뒤 나온 커피 한잔이 나왔고 팀원들은 참 오랜 기다림 끝의 커피 한잔이었다며 사무실로 복귀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하다



UX 설계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할 포인트는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는다'이다. 특히 시스템에 있어서 기다림을 안겨주는 시스템은 사람들의 이탈을 부추긴다. '이 시스템은 느려 터졌어!', '서버가 이상해!'라고 기다리는데 한계를 느끼는 시간은 무려 0.4ms이다.* 뇌는 대체로 100ms 이내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평균 반응 시간은 0.25초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고 시스템이 멈춰있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위의 카페 사례에서처럼 커피를 주문하자마자 바로 커피가 나오고 수강신청 웹페이지에 수강 신청 반영을 누르면 반영이 되는 결과가 나오면 가장 좋다. 하지만 카페에서도 나보다 먼저 주문한 커피들이 밀려 있었고 시스템 역시 네트워크나 서버 사정에 따라 대기 시간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바로 중간중간 진행 현황을 빠르게 사용자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지루한 서비스는 끝장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에 대한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까? Walter J.Doherty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려면 0.4m/s 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중독에 가깝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고 실험 결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많은 SNS, 프로그램 솔루션 업체 등 많은 회사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의 이탈을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 다양한 콘텐츠를 맛보기로 보여주기


텀블러 블로그는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텀블러에 얼마나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많은지 보여주고 있다. 맛보기 형태로 텀블러에 있는 아름다운 콘텐츠를 슬쩍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콘텐츠 소유자를 광고도 해주면서 텀블러 사이트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지루하지 않게 텀블러 사이트에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해당 시스템이 먹통이 아니라 흥미로운 수많은 자료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 사용자의 의견을 수집하는 과정으로 활용


기다림의 과정을 전략적이게 활용할 수도 있다. ADOBE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다림을 회사의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있다. 바로 기다리는 시간에 사용자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어차피 기다리는 동안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바보같이 멀뚱멀뚱 화면을 쳐다보기보단 짬을 내 답변을 하게 된다. 평소에 귀찮아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는 나조차 ADOBE의 설치 구간에 있는 설문조사에선 순순히 답변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 


3) 지금 내가 뭘 하는지 알려줄게



가장 많은 회사들이 접근하는 방식이다. 설치 중이라면 지금 어떤 시스템을 설치하려고 하고 있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간이라면 넘어가는 동안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재미있는 아이콘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움직이는 아이콘을 넣어 지금 먹통 상태가 아니라 열심히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형태다. 사용자는 원하는 목적은 빠르게 달성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왜 이렇게 원하는 답변이 늦는지 알 수 있어 안심을 하며 시스템을 관대하게 기다려 줄 수 있다. 



마켓컬리와 SSG의 페이지 로딩 아이콘



사람들은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다. 지루한 걸 참을 수 없고 원하는 답변을 빠르게 전달받기를 원한다. 화려한 툴을 알기 전에 인간의 심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시스템도 사람이 이용하기 때분이다. 내가 만든 시스템의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오늘도 사람들의 삶을 가만히 엿보게 된다. 밥을 주문할 때, 카페에 가서 줄을 설 때 나는 어떤 포인트에서 화가 나고 왜 지루하게 생각하는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본다. 






응답 속도가 빨라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구조



참고 법칙 _ 도허티 임계의 법칙

IBM에 재직 중이었던 Walter J.Doherty가 연구한 법칙으로 사람들은 0.4초 이하의 응답 속도일 때 생산성과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도허티 임계의 법칙은 0.4초 내 빠르게 응답해야만 시스템적으로 효율적이고 비용절감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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