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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pr 07. 2021

스타벅스에서 식혜를 시켜본다면

UX 설계의 원칙, 사용자에겐 관대하게, 시스템은 명확히

야근을 하면 돌체 라떼를 마시고, 위가 쓰릴 땐 자몽 허니 블랙티를 마시는 식이다.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땐 더블샷을 마시기도 한다. 같은 음료라도 내 취향에 맞춰  시럽의 종류, 얼음의 양, 커피잔의 크기까지도 내 마음대로 직원에게 요청을 할 수 있다. 정확하게 요청을 하면 할수록 내가 예상하는 '바로 그 맛'을 가진 나만의 음료가 창조되어 나온다.


하지만 아주 가끔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나조차 뭐라고 주문을 하는 건지 기억을 못 할 만큼 피곤한 상태일 때가 있다. 대충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려보면 어김없이 내가 생각했던 음료와 다른 음료가 눈앞에 나온다. 그날도 따스하고 달콤한 라떼가 나올 거라 예상하였지만 내 눈 앞엔 아주 작은 종이컵만한 크기의 차가운 라떼 한잔이 놓여 있다. 


"전 아이스 라떼를 시킨 적이 없는데요?"

"손님, 더블샷은 아이스밖에 없습니다."


결국 잠깐 대충 주문을 하게 되면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커피를 오들오들 떨면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마시고 싶은 것을 또박또박 디테일하고 명확하게 주문을 한다면 따스하고 달콤한 돌체 라떼를 마시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주문만큼이나 시스템을 설계하다 보면 나처럼 귀찮고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결과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용자는 변덕쟁이 어린이다

사용자는 감성적이며 예측하기가 어렵다. 변덕도 심하다. 시스템은 항상 이런 사람의 특징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사람의 피드백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준비를 하고 그에 맞춰 대답을 준비하고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여줘야 한다. 커피를 마셨던 사람이라면, 메뉴판을 읽었다면 '돌체라떼 한잔 주세요.'라고 말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달달한 라떼 주세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나와 같지 않고 다양하다. 쓰레기 같은 요구사항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수록 시스템에 대한 이탈률은 줄어든다. 



한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피드백하기

반대로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전달할 땐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식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모호하고 변덕이 심하지만 시스템은 단호하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사용자 오류가 줄어든다. 친절하되 명확하게 안내를 해야 한다. 일방적인 명령어로 메시지를 던지듯 제공하기보단 어디서 확인을 할 수 있고 어떤 목적인지가 나타날수록 좋다. 


오른쪽과 같이 데이터를 모으고 어디서 수정할 수 있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당신의 운동 기록을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는 친절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은 메시지다. 특히 개인적인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더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데이터가 어떤 목적으로 수집되고 있고 셋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줘야 명확하다. 




아이디를 찾고 싶어 이름과 연락처를 넣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이다. 이 역시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다. 왜 오류가 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아이디 찾기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줘야 사용자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연락처가 잘못되었는지, 추가 정보를 더 입력해야 하는지, 고객 센터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사용자가 헛된 희망을 갖도록 주문이 순조롭게 되다가 결재할 때 갑자기 오류라고 안내를 하는 순간 사용자는 진이 빠진다. 



사람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시스템은 까탈스럽고 정확하게



타인에 대해선 아주 너그럽고 이타적으로, 반면 시스템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수록 시스템의 완성도는 더욱 올라간다. 언젠가 엉망으로 커피 주문을 하는 날이 오더라도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꽤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면 오랫동안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찾아가는 시스템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센스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사람에 대해 시스템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참고 법칙_포스텔의 법칙

포스텔의 법칙은 '견고함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타인, 사용자로부터 전달받는 것에는 관대하게 포용하되 내가 만든 서비스나 시스템은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는 원칙이다. 


사용자의 잘못된 명령이나 모호한 명령어를 미리 관대하게 생각하고 수많은 대응책을 마련하되 내가 만든 솔루션이나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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