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미디어사를 품은 진짜 이유
한 편의 드라마는 케이크보다 달콤하다. 주말에 종종 집에서 뒹굴거리며 웃긴 드라마를 보는데 내가 애정 하는 드라마 중 하나가 '빅뱅이론', '프렌즈'이다. 언젠가 넷플릭스에서 프렌즈가 나왔던 것 같은데 또 오랜만에 찾아보니 볼 수가 없었다. 왜 그런가 궁금해 찾아보니 넷플릭스와 유사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Max로 콘텐츠가 넘어갔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사로 떠오르는 새로운 스트리밍 미디어 서비스 HBO Max는 미국 2위 통신사 AT&T가 인수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2015년 위성 TV 사업자인 다이렉트 TV를 630억 달러라는 금액으로 인수한 뒤 이어서 2016년 AT&T는 거대 미디어사인 Time Warner를 810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Time Warner는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사인 워너 브라더스, 케이블 TV 채널 HBO, 뉴스 전문 채널 CMM 등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 미디어 회사이기도 하다.
언뜻 통신사가 미디어 회사를 인수하였다고 하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T&T가 어떤 회사인가. 1885년 전화를 발명한 벨이 만든 회사이면서 미국의 장거리 통신 사업을 80% 이상 독점하고 있는 대표적인 통신사가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자기 프렌즈나, 빅뱅이론 등과 같은 콘텐츠 미디어사를 확보하게 된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이미 통신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는 충분히 포화 상태로 더 이상 늘어나기가 어려운 상태이고 단순히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역시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결국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직접 콘텐츠를 개발하여 자체 통신망을 활용하게 하여 통신에 대한 수요를 늘려 나간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미디어 산업과 통신 산업은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기에 이상적인 사업군이다. 더 이상 미디어 산업은 DVD 대여나, 영화관 등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통신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안정적인 통신망과 이미 독과점에 가깝게 확보한 수많은 고객층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두 산업 간 시너지가 발생하게 되면 AT&T가 기존에 확보한 고객을 기반으로 통신비와 미디어를 함께 묶어 가격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마케팅에도 유리한데 고객이 어떤 미디어를 보는지, 언제 주로 미디어를 보는지에 따라 통신요금을 다르게 책정하여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통신사의 '사업 다각화 시점'에서 다소 아쉽다. AT&T는 2015년 DirevTV를 인수를 통해 홈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시너지를 내려고 시도하였다. 2015년은 TV의 매력이 점점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점점 TV만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TV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미디어로 사업 다각화를 하기 위해 50조가 넘는 돈을 들여 DirecTV를 인수하였다. 어마어마한 비용 투자로 미디어 사업에 진입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으나 막대한 미디어사 투자로 인해 핵심 역량인 통신망 개발에는 난항을 겪게 된다. 사업의 주춧돌이 되는 핵심 역량 개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 셈이다. 결국 미디어의 흐름을 잘못 읽은 탓에 DirecTV 인수를 하자마자 수익성은 떨어지고 핵심 역량에 투자하는 것까지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AT&T가 미디어 산업으로 시장 다각화를 취한 것은 긍정적인 전략이라 볼 수 있지만 2015년 Directv를 인수한 것은 인수 시점에 대한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본다. 결국 사업 다각화를 위해선 언제 어떤 산업군을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따라 종합적으로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언제 사업 확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좋을까? 더 정확히는 언제 사업 다각화를 하는 게 좋을까?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는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 뚜렷할 때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1)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이익)를 만들 수 있는가?
그 시너지는 핵심 역량을 활용하여 타 산업에서 경쟁우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거나 비용이 감소하는 등의 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 다각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업 다각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2) 위험 분산을 줄일 수 있는가?
해당 사업을 진출함으로써 기존에 보유한 포트폴리오들의 위험을 줄이는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위험 요인을 여러 군데 퍼뜨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 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
3) 회사 규모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사실 1번으로 적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가만 돼도 충분하지만 '규모'의 문제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회사의 규모 혹은 매출은 그대로인데 순이익만 팍팍 나오면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약 100년간 그렇게 규모는 동일한데 순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회사는 알짜회사이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회사이다. 하지만 달리 이야기하자면 조직에 활력이 없어져 정체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회사의 규모를 늘려 조직 구성원의 승진이나 보상 확대의 기회를 마련하는 측면으로 사업 다각화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인수 합병을 발표할 때 왜 저 회사는 합병을 하기로 결정하였을까? 측면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업의 다각화 결정이 앞으로 어떻게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까? 생각하며 미래를 예견하는 일도 재미있다. AT&T가 Time Warner를 인수한 이후 주가는 어떻게 변화할까? DirecTV를 잘못 인수한 뒤 고꾸라진 주가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추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