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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23. 2021

디지털 휴먼은 인간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CES나 MWC와 같은 모바일, 전자기기 박람회가 열릴 때면 우리 팀은 비상이 걸린다. 올해는 어떤 트렌드가 나왔는지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보지도 않은 전시회에 대한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미 가있는 사람들이 만든 정보들을 빠르게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 하나의 정보만 갖고는 대세에 영향을 주는 정보인지 아닌지 가늠을 하기가 어려워할 수 있는 만큼 무수히 많은 기사들을 수집한다. 기사들은 나만 봐서는 안되고 현지에 출장에 가있는 사람들에게도 공유를 해줘야 한다. 함께 공동 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일일이 사이트에 들어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 복사 붙여 넣기를 하염없이 해야 한다. 트렌드가 보일 때까지 수십 개, 수백 개가 되는 링크들과 각종 키워드를 계속해서 수집해 쌓아 간다. 


자동으로 추출된 CES 2022 기사

하지만 작년 말부터는 좀 수월하게 보고서 작업을 하고 있다. 나 대신 복사 붙여 넣기를 대신해주는 AI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신문기사를 수집하고 url을 추출해주고 해외기사는 알아서 번역까지 해줘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었다. 빠르게 기사를 수집해 난 읽고 중요한 부분만 집중한 채 인사이트만 고민하면 된다. AI덕분에 번거로운 과정은 줄어들었고 집중하고 싶은 부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역시 요즘 시대가 좋아!'라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이런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고서를 쓸 때 도와준 AI는 무척 유용하였다. 반면 어느 순간에는 부담스럽거나 불필요할 때가 많다. 단순히 카드 영수증 발급을 위해 카드사 AI를 활용할 때마다 못 알아듣는 시스템이나 자기 맘대로 이상한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을 볼 때면 화가 난다. 앞으로 우리는 AI와 더욱 진한 공생을 이루며 살 텐데 왜 어느 순간에는 내 마음에 쏙 들고, 또 어느 순간에는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AI의 총체인 디지털 휴먼은 어떻게 해야 좀 더 인간과 친해질 수 있을까? 


AI, 디지털 휴먼이 우리를 도와주는 역할을 큰 범주에서 살펴보면 크게 2가지 측면이 있다. 인간의 삶을 유용하게 해 주기 위해 자동화를 해주고, 인간의 감정과 능력을 증진시켜준다. 



자동화 (Automate)


자동화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작업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다. 내가 보고서를 준비할 때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단순 url, 기사 수집은 굳이 내가 안 해도 되는 작업들이다. 다른 사람이 해도 비슷한 결과가 만들어질 때,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때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는 '자동화'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사람들은 자동화를 통해 시간, 노력에 대한 수고가 덜어졌다고 생각한다. 


일일이 복잡한 과정이나 지식이 필요 없을 때 역시 자동화는 유용하다.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이 들어간다. 물을 안에 넣고 빨래와 물과 마찰을 일으켜 깨끗이 세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빨래들이 고르게 세탁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서 계속 뒤섞여 줘야 한다. 사실 인간이 이걸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하려면 번거롭고 귀찮다. 그냥 표준 버튼 하나 누르면 알아서 빨래를 해주는 시스템이 훨씬 편하다. 수천 개의 빨래 과정이 있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을 때 '자동화'로 해결을 할 수 있다. 



재미없거나 위험할 때, 무섭거나 불안할 때 역시 자동화가 필요하다. 감염 확률이 높은 코로나가 발발했을 때 사람 대신 간호 로봇과 물품 배달 로봇이 큰 성장을 했다는 점만 미뤄 보았을 때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화재 상황, 가스 누수, 독극물 검출, 약품 제조 과정과 같이 생명에 영향을 끼치거나 위험 상황에선 인간이 직접 처리를 하는데 위험부담이 크다. 이럴 땐 ai가 자동으로 검출을 해주고 확인을 해줘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동화를 진행하더라도 언제든지 인간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세탁 과정의 수많은 공정들이 지나가더라도 잠시 멈추거나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통제권을 시스템에 넘겨줘 인간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다면 인간은 주도권을 상실한 채 안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므로 언제든지 개입 여지를 제공해야 한다. 


증진 (Augment)



AI, AI의 총체인 디지털 휴먼은 인간의 감정, 능력, 체력 등을 증진시켜준다. 어르신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디지털 휴먼은 '돌봄'과 '심리적 안정' 등의 가치를 제공하였다. 인간의 감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준 셈이다. 과제 전체를 대신해주는 것이 자동화였다면 증진은 인간의 능력을 더욱 향상해주는데 집중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왔는데 늘 어려운 점이 색상 조합이다. 색상은 자칫 이상하게 배치를 하면 촌스럽거나 전하려는 메시지가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색상만 쓰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고민을 한결 덜 수 있었다. 자동으로 어울리는 색상들을 추출해 보여주는 시스템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온전히 내가 표현하려는 메시지, 창의력과 같은 생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분명 AI가 내 능력을 향상하고 증진해준 셈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가 귀찮아하는 것들, 내 능력이나 체력, 감성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 질문은 인간이 찾고 디지털 휴먼은 도구로서 활용이 될 뿐이다. 최근에 카펫을 빨고 건조기에서 금방 안 꺼냈더니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만약 내가 언제 꺼내야 할지를 알려주고, 적당한 때 꺼내 주고 말려준다면, 분명 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염색약이 장판에 묻어 지워지지 않을 때 누군가 기가 막힌 약품으로 지워준다면 난 번거로움을 덜고 내 본연의 일에 집중할 것이다. 누가 우리 집 차를 긁고 갔는데 자동으로 범인을 잡아준다면 일일이 블랙박스 뒤져보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기술로서 거대하고 엄청난 변화를 이끌기보단 작지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은 진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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