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편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뒤 알게 된 점
가끔 포트폴리오 구성은 정말 잘 되어 있는데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경우가 있다. 나도 몇 번 애써 힘들게 만들었는데 실무자 입장에서 잘 모르겠다고 평가를 받았던 적도 있었고, 내가 그렇게 타인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했던 적도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해마다 업데이트하면서 이제는 꽤 많이 구성적인 측면에서 유려하게 다듬어졌을 만도 한데 왜 특별히 인상적으로 남지 않는, 그야말로 선택받지 못하는 포트폴리오를 남게 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몇 번 보면서 포트폴리오에 꼭 담아야 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깨닫게 되었다.
먼저 공통의 관심사이다. 공통의 관심사라는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려고 하는 곳과 나와의 관심사를 의미한다.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려는 곳이 자동차 회사라면 자동차 회사와 나와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것이고, 편의점이라면 편의점과 나와의 공통점이 드러나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번은 후배가 포트폴리오를 봐달라고 해서 본 적이 있었다. 겉표지부터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디자인적인 요소부터 구성 자체가 탄탄했다. 신입 포트폴리오가 아닌 경력 포트폴리오라고 바로 써도 될 만큼 포맷 자체는 훌륭했다. 그런데 후배의 고민은 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의아해서 왜 그럴까? 하며 자세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너 그런데 가고 싶은 회사가 어디라고 했지?"
"그런 건 따로 없고요, 그냥 아무나 되는대로 붙었으면 좋겠어요."
탄탄했던 포트폴리오가 선택받지 못했던 이유는 포트폴리오 자체는 훌륭하지만 어딘가 회사랑 교차되는 지점이 없는 경우이다. 그래서 바로 가고 싶은 회사를 정확히 정하고 그 회사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형태로 도와주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성공 경험이다. 이건 내가 실수를 많이 연발했던 부분이다. 나는 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무척 난감했다. 무엇부터 순서를 넣어야 하는지 어려워서 일단 시간 순서대로 쭈욱 포트폴리오에 넣었다. 마치 이력서로 치면 '저는 1남 2녀의 장녀로 태어나서 어쩌고저쩌고' 식으로 내가 한 이력의 역사를 넣는 형태로 구성을 했다. 하지만 굳이 포트폴리오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 역사를 담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성공했던 경험이 큰 프로젝트부터 넣는 것이 중요하다. 파일럿을 돌려보았다면 그 작은 성공 경험을 작성하고, 어딘가에서 구체적으로 비용을 발생시켜 보았다면 그 발생시킨 비용에 대해서 작성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순서대로, 연대기 순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닌 성공 경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특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여도이다. 포트폴리오에 기재된 프로젝트 내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였고 어떻게 기여하였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서비스 런칭에 있어서 아무도 개인이 A부터 Z가지 온전히 다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한 해 거듭할수록 정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미약하다는 점을 늘 느낀다. 모든 것을 혼자 해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에 내가 잘하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결과도 잘 나온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다. 이렇게 혼자 만드는데 한계가 많기에 포트폴리오의 순수한 기여도 작성이 필요하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기여를 하였고 무엇을 할 때 흥미를 느끼는지를 명확히 표시한다면 전달받는 입장에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결국 타인에게 보여줄 때 활용이 되지만 내 작업 물들을 한번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다 보면 지금 내가 물경력이 되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경력을 채워 나가고 있는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포트폴리오 정리를 하지 않다가 최근 내 모습을 돌아보니 많이 반성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설정하는 나침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계속 나의 이력들을 꾸준히 고민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