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디지털 휴먼에 대한 이야기
수년 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나와 화제가 되었었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아담'은 노래를 부르면서 진짜 사람과 교감을 하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다소 어색한 표정과 제스처에 금세 이질감이 느껴졌고 불편한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결국 아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워지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새 '제2의 아담'이 자연스레 우리 곁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고 다정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상큼하게 생긴 이 사람은 'LIL MIQUELA'라는 디지털 휴먼이다. 단순히 외관만 사람인 게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마저도 사람과 흡사하다. 사람들은 이 릴리를 단순히 딱딱한 로봇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선망하는 대상이나 함께하고 싶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는 LIL MIQUELA는 진짜 사람보다 인기가 많고 소통도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이렇게 디지털 휴먼은 때론 내게 어떤 정보를 줄 수도 있고, 나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어쩔 땐 대신 상담까지 해주면서 단순한 궁금증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주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하고, 대신 내 명령을 수행해주는 역할을 떠올리면 먼저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떠오른다. 디지털 휴먼은 바로 음성 혹은 시각 등 단편적인 감각 기관들로 커뮤니케이션하던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진화한 형체라고 볼 수 있다. 음성 형태의 어시스턴트에 형체를 씌운 것일 수도 있고 시각적으로 정보만 보여주던 것에 청각적인 요소를 추가해 개발된 형태이다. 그것도 단순히 딱딱한 기계 형체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 진짜 사람과 같은 표정이나, 음성, 행동 등이 결합한 형태이다.
사람을 형성하는 요소들이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우리가 오감이라 일컫는 것들은 모두 인간을 대표하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감각들을 드러낼수록 더욱 인간과 같이 생생하게 교감할 수 있다.
먼저 시각적으로 디지털 휴먼의 외관 그러니까 표정, 포지션, 생김새가 인간과 유사할수록 인간과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표정, 생김새가 인간과 유사하다는 의미는 신체를 이루는 피부 표면뿐만 아니라 눈, 코, 입 등 얼굴 안에 있는 요소들 역시 인간과 흡사해야 '휴먼'이라 부를 수 있다.
인간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능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나오는 '디지털 휴먼' 동향을 살펴보면 현 단계의 디지털 휴먼은 '시각', '청각'적 요소들이 갖추어진 상태이다. 더 나아가 '촉각'적인 연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바깥으로 나와 인간의 피부와 유사한 표면을 지닌 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후각이나 미각까지 디지털 휴먼이 지녀 판단하는 사례는 아직 활발히 상용화되지 않는 단계이다. 머지않아 향을 인지해 우리에게 알려주거나 맛을 감별해 알려주는 디지털 휴먼이 등장할 날이 곧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현 단계는 시각과 청각적 요소들이 발전한 단계이다. 비용상 이유로 주로 디스플레이 안에서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인터랙션, 제어, 의도 인식, 감각 피드백 관점에서 디지털 휴먼의 진화 방향을 예상하고 있다. 현 단계는 신체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정도이다. 사람의 의도를 인식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긴밀하게 의도를 인식하고 있다. 반면 기계와 서로 주고받는 인터랙션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양방향적으로 사람과 기계간 좀 더 긴밀한 인터랙션이 진행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다 디지털 휴먼과 인간 사이에 서로를 수용하고 빠르게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오게 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같이 만든다면 일반 어시스턴트에 비해 턱없이 큰 비용이 소요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휴먼 크리에이터의 활발한 기술 개발로 인해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에픽 게임스'는 2021년 언리얼 엔진을 통해 디지털 휴먼을 무료로 배포하였다. 언리얼 엔진은 1시간 만에 '나'와 똑같은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심지어 눈동자 색과 홍채 모양까지 세세하게 변형이 가능하도록 만든 툴을 무료로 배포하였다. 가격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인터랙션과 인지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만든 디지털 휴먼은 한번 사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계속 재활용을 하면서 더 발전된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UNEEQ와 같은 업체는 같은 외관을 지닌 디지털 휴먼을 헬스케어 코치에도 응용하고, 은행 상담 안내, BMW 차량 내 어시스턴트에도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나의 외관 솔루션에 업계의 특성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하는 형태로 만들어 가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다. 기술 자체의 발전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로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비용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다.
가끔 SF 영화를 보면서 가상 인간이 등장할 때마다 참 꿈같은 이야기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은행을 가도, 음악 프로그램을 볼 때도 종종 등장하는 게 '가상 인간'이다. 꿈같은 이야기가 가까운 현실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거스를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더 조화롭고 현명하게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고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일 테다. 앞으로 어떤 배경으로 디지털 휴먼이 이렇게 유명해진 것인지, 원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다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