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먼저 행복하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미술관을 실컷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난주에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에어비앤비'하는 것을 포기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렸다.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무언가 시작하려면 그냥 행동을 먼저 하라고 하지만 나같은 경우 무언가 하려면 꽤 오랜시간 차근차근 살펴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분산되었던게 사실이었다. 우선 순위 상 공부하는 것이 먼저니까 그 외의 다른 것은 의도적으로 차단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도 그만 두었고 가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만 두었고 아주 가끔 쿠키를 만드는 것도 그만 두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그만 두니
좀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공부에 집중을 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지금 공부하고 있는 '박사 과정'에 올려 놓고 열심히 논문을 봐야 하는데 도서관에 앉아 있는게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가끔 재미없는 논문을 만나면 지루함에 몸이 베베 꼬였다. 마치 수도승이 도를 닦는 느낌이라면 이런 느낌일까? 어느 순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대신 인스타그램만 뒤적거리면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훑어보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공부를 하기 전에, 내 행복부터 찾자
그렇게 여행을 갔다. 무려 한 주 전에는 시간의 우선순위를 위해 과감하게 '에어비앤비' 운영을 그만 둔다고 이야기했지만 시간이란 개념을 상실한 채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반나절이 아니라 무려 3박 4일을 다녀왔다. 신나게 놀았고 덕분에 스트레스는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은 여행을 다녀온 뒤 나의 생산성은 최고조가 되어 한달동안 끙끙앓던 논문은 4일만에 초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논문이긴 하지만 앓던 이를 하나 치료한 느낌이다.
이상하게 공부를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할 것 같다. 가족과의 시간, 운동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맛집 탐방 대신 고되게 공부를 해야 진짜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제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을 희생하고 공부를 선택했을 때 난 생각만큼 공부를 안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안하면 자책을 하게 된다.
"맙소사, 데이트도 포기했는데 논문도 많이 못 읽었다니.... 진짜 나란 인간은...."
이런 식으로 자책을 하면 또 같은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이 나이에 내가 지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거지?' 등등의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내 성장을 위한 공부가 오히려 나를 짓밟는 매커니즘으로 바뀐다. 이런 삶의 고리를 끊으려면 희생하지 않고 그냥 내가 먼저 행복해지면 된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그냥 가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진탕 마시면 된다.
행복한 감정이 그때 생긴다면 그 경험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희생을 하면서까지 공부를 하면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다. 중요한 시기이고 '학업'이 우선순위가 높은데 과연 이렇게 놀아도 될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여행간 것을 정당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 상태가 건강해야 공부를 하든 뭘 하든 제대로 입력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중학교 단순암기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장거리 마라톤을 뛰는 것이다. 내 상태가 멀쩡해야 아주 긴긴 레이스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의 일탈은 긴 마라톤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난 생각한다. 물론 실컷 놀고 다시 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낯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이라는 생각을 잃지만 않는다면 공부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편이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태도이다.
희생을 하기 보단
내가 일단 행복해야 오래 길게 갈 수 있다.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 book_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