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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ug 31. 2019

직장인 대학원생 수강신청

내겐 너무나 사악한 수강신청


이번 2019년 여름은 달콤했다. 

매년 겪어온 여름과 같이 날씨가 뜨거웠고 햇살이 강렬했지만 올해 여름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방학'이란 개념이 사라졌다. 물론 '여름 휴가'라는게 있지만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는 삶 속에서 학교만이라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정신없는 한 학기를 보낸 뒤 맞이한 방학은 일종의 '보너스'다. 점심, 저녁에 수업이 없으니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 자유시간을 활용해 미술관도 가보고 여행도 떠나 보았다. 새로운 만남도 몇번 가지면서 나만의 보너스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느때와 다른 특별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사이 몇차례 비가 내렸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더위가 제법 한풀 꺾이더니 날시가 갑자기 서늘해지기 시작한다. 가을이 온 것이다. 벌써 가을이라니.   


학교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사람에겐 가을은 긴장의 순간이기도 하다. 2학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학교갈 준비를 위해 학과 홈페이지를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세상에나, 벌써 수강신청 기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학교에 매일 매일 나가서 열심히 연구를 하거나 매일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하기 보단 잠시 멀리 떨어져 실컷 방학을 만끽하다보니 '수강 신청'이고 뭐고 다 지나간 것이었다. 부랴부랴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 수강신청을 문의하니 다행이 9월 첫째주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직장인에겐 사악한 시간표


9월 첫주에 수강 신청할 것을 생각하고 차근차근 시간표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대학원 수강은 어느정도 신청할 수 있는 자리 여유가 있어 학부때에 비해 마음이 한결<?> 편하다. 천천히 듣고 싶은 과목들을 둘러보는데 안타깝게도 직장인들에게 참 사악한 시간표이다. 대부분 10:00~14:00 사이에 시간표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내 전공수업은 오후 4시정도에 형성되어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오후 4시까지 신촌을 뛰어 간다는게 참 심적으로 고되긴 하다. 


사실 1학기때도 이런 고민을 했던것 같다. 아마 박사과정 동안 시간표를 짜는 내내 고민이 이어질 것 같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먼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1)  당장 졸업을 위해 학점을 확보해야 하는가

2)  배우고 싶은 것을 심도있게 배워야 하는 것인가


난 1번 유형이었다. 박사과정을 10년 내내 할 생각은 없었고 단시간 내 졸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업 난이도, 관심도, 이런 것을 다 떠나 기상천외하게 가끔 있는 저녁 수업을 1순위로 시간표를 계획하였다. 내가 신청한 저녁 수업 중 하나는 어마무시한 수업도 하나 있었다. 매주 논문을 3편씩 심도있게 분석하여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에다 소논문을 1학기동안 2편 써야 하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과목도 하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당장 졸업을 위해 학점을 꽉꽉 채워 넣어야하여 드롭하지 않은채 그대로 수업을 들었고 x고생을 제대로 하였다. 


무슨 대학원까지 와서 '졸업을 위한 학점'을 생각하냐고 할 수 있지만 이건 개인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난 명확한 목표를 좋아하는 편이다. 명확히 '졸업'이라는 우선순위가 내겐 더 높다. 배우고 싶은 것을 제대로 배운다도 물론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학문이라는 것은 연결되기 때문에 시간표 배정은 그냥 개개인 나름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도 아마 학점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수백개의 과목 중 저녁 수업 과목을 찾아 넣어야 할 것 같다. 한가지 부작용도 있다. 정말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실 난 트렌드나 마케팅 부분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런 수업이 만약 오전 중에 편성되어 있으면 과감히 포기를 하거나 청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음주면 수강 신청을 못한 사람들의 본격적인 수강신청이 들어가는 한 주이자, 개강하는 한주가 될 것이다. 이번 한 학기도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고 싶다.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traveler_jo_

* book_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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