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18. 2019

벨기에 와플은 왜 잘 팔릴까?

브뤼셀 와플을 먹으며 불티나게 팔리는 원리를 생각해보다

브뤼셀_내 취향대로 맛보는 디저트     


학교 앞에 작은 와플집이 하나 있었다. 1000원 정도만 내면 손바닥만 한 와플에 생크림과 사과잼이 듬뿍 발라진 와플을 맛볼 수 있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피곤을 달래주는 것은 다름 아닌 ‘와플 한 조각’이었다. 10년이 지나 사회인이 되면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네마다 작은 와플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벨기에 정통 와플’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예전에 먹었던 와플보단 더 작아졌지만 와플 가게는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그때 처음으로 와플의 고장이 ‘벨기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손바닥만 한 크기도 아니었고 생크림도 없었지만 앙증맞은 와플 한 조각은 훨씬 고소했다. 담백한 맛과 노릇한 향이 느껴지는 게 커피 한잔과 함께 먹으면 고단한 하루의 위로가 되었다.      

‘와플’에 대해선 좋은 추억만 간직한 채 우연히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들리게 되었다. 과연 와플의 고향답게 좁은 거리를 중심으로 끝없이 수많은 와플 가게들이 즐비하였다. 한집 건너 집집마다 와플을 팔고 있었는데 브뤼셀의 와플 가게들은 온몸으로 와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을 걸어 잠근 채 도도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투명한 유리창에 와플을 반죽하는 장면부터 초콜릿 시럽을 뿌리는 장면까지 모두 보여주고 있다. 와플이라고 다 같은 와플이 아니었다. 토핑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와플의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는데 예를 들어 그 위에 딸기를 일렬로 얹은 와플부터 치즈를 잔뜩 얹은 와플까지 약 30여 가지가 넘는 와플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진열하고 있었다. 어찌나 와플 종류가 많던지 걸어 다니며 와플 구경만 하더라도 10분이 금세 지나갈 정도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와플을 사 먹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와플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개인별 선택하는 와플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아예 개인 취향에 따른 새롭고 독특한 와플을 요청하는 경우도 보인다.     

 

"딸기를 더 넣어주시고요, 딸기 시럽을 뿌려주세요. 아! 생크림도 추가해주세요.    

사람들은 이렇게 와플집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토핑을 이야기한다. 와플의 모양과 형태를 변형하여 어느새 그 한 사람만을 위한 먹음직스러운 와플이 하나 탄생한다. 즉석에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 때 밥은 1200원짜리 삼각김밥을 먹지만 커피만큼은 5000원짜리 별다방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때 밥보다 디저트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사람들을 보고 ‘된장녀’라는 호칭으로 ‘허세를 부린다.’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요즘은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곪는 배를 채우기 위한 밥 한 끼 보단 작지만 시간을 만끽하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마카롱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늘 내가 먹는 것은 나를 대변하는 것으로까지 확대하여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먹은 것을 사진 찍고 보여주고, 분위기 좋은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은 생식에 대한 욕구보단 나의 정신적 충만을 위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1유로짜리 와플 한 조각을 먹더라도 이제 더 이상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지 않는다. 대신 좀 더 예쁘고 좀 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와플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키위’를 넣어보기도 하고 딸기 시럽을 뿌려보기도 하면서 달콤한 한 접시의 행복이 완성되는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도시브뤼셀     


브뤼셀은 와플 말고도 디저트로 유명한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콜릿’이다.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인기가 높은 ‘고디바 초콜릿’의 본거지 역시 브뤼셀이고 한 통계에선 인구 2000명당 쇼콜라티에가 1명의 도시 역시 브뤼셀이다. 그 정도로 초콜릿에 대한 관심도 높고 당연히 도시 내 초콜릿 가게도 무수히 많다.

       

초콜릿의 천국 벨기에에는 초콜릿 공방부터 시작해서 초콜릿으로 만드는 다양한 예술작품이 많다. 초콜릿으로 기차도 만들고 사람 얼굴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하는 나라 역시 벨기에이다. 초콜릿에 관심이 많은 만큼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여 초콜릿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와플만큼이나 초콜릿의 색깔, 모양, 크기, 맛을 다양화하여 사람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성 초콜릿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초콜릿바 대신 말린 과일을 넣어 실시간으로 직접 만들어 준다던지 글자를 적어준다던지 등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아예 일부 초콜릿 가게에서는 ‘공방’을 따로 운영해 초콜릿 가게를 찾아온 사람들이 직접 자신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너와 다르다

      

효율만 따졌던 과거에는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을 원하였다. 그러다 보니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공장에서 찍어 만든 기성품들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한정된 시간 내 다양한 방식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공장에서 찍어 만드는 방식은 무척 효율적이었지만 효과적인 측면, 즉 사람들의 만족 측면에선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젠 다양성의 시대를 지나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생각을 반영된 무언가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특별하고 배려있는 먹거리, 옷, 프로그램을 추구하기 시작하였고 이런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생산의 한 일부분에 참여하여 생산자 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와플 한 조각, 초콜릿 한 조각에서도 사람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저 한 순간의 행복을 위해 이 디저트를 음미하고 있다지만 사람들이 왜 이 디저트를 굳이 이런 방식으로 선택하였을까, 왜 이렇게 판매를 하게 된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변화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지하철 역 안의 한 빵집에서 새로운 빵을 만드는데 무료로 시식을 하고 새로운 빵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안내 표지판이 기억난다. 식감은 어떤지 맛은 있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앙케이트 조사였는데 이런 작은 시도부터 빵을 만드는 과정에 소비자를 포함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평균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완전히 나를 대변할 수는 없다. 좀 더 ‘나’, ‘개인’에 특화하여 무언가를 만들 때 좀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traveler_jo_

유튜브 채널

* book_jo@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실리콘 밸리일수록 엄마 손이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