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페이 애용자가 바라본 서비스 뜯어보기
운전을 하다가 주차비를 정산해야 할 때마다 이상하게 늘 소지하고 다녔던 ‘신용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주유할 때도 주머니에 넣었던 신용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동승자라도 있으면 도움을 청하련만 나 홀로 운전을 하면서 결재를 해야 할 땐 보이지 않는 신용카드를 볼 때마다 여간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운전 중 결재를 할 때마다 번거롭거나 불편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카페이’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카페이’는 현대차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차량 내 결제 서비스이다. 차량이 하나의 결제 서비스 플랫폼이 되어 신용카드나 현금을 낼 필요 없이 결재가 되는 서비스이다. 2020년 ‘제네시스 카페이’를 출시하면서 커넥티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더 나은 서비스로 진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카페이’의 장점과 부족한 점, 개선 사항을 고민해 보았다.
시작부터 2프로 부족한 카페이, 무엇이 문제였을까
카페이를 사용하려면 ‘제네시스 카페이 앱’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설치를 한다고 바로 실행이 되진 않는다. 그 전에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에 가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결제정보를 주고받을 때 무선 통신과 차량 정보에 대한 인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처음 카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를 먼저 가입하고 ‘카페이’앱을 차례대로 가입해야만 비로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앱이 2개로 분산되어 있다 보니 사용하기도 전에 혼란스럽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해야 하는 서비스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구성적 경험의 관점’으로 볼 때 서비스의 관계 응집도가 낮아 이용하는 통로가 여러 개가 되어 ‘이용자’의 조화로운 경험에 방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 간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관계 응집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관계 응집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심성’과 ‘밀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중심성’은 중심성은 이용자가 얼마나 중심이 돼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며 ‘밀도’는 해당 서비스가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1) 밀도와 중심성은 서로 연관이 있으면서 개별적 개념이기 때문에 조화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선 이 개념간의 속성을 파악한 뒤 성격에 따른 경험 디자인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차량용 커넥티드 플랫폼’을 통해 ‘카페이’를 다루기 때문에 중심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차량용 커넥티드 플랫폼 내 ‘카페이’를 포함한 여러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플랫폼 내 개별 서비스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있진 않다. 예를 들어 차량용 커넥티드 플랫폼 내 ‘원격으로 문 열기/닫기’, ‘공조 조절’ 등의 서비스가 있는데 해당 서비스와 ‘카페이’ 서비스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따라서 사용하는 경험은 밀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심성도 낮고 밀도도 낮은 경우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험 요인은 ‘유사성’이다. 유사한 속성을 묶어 사용자가 공통점을 느끼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험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럴때 필요한건 통합 게이트웨이 정보 구조와 유사한 성격의 레이아웃!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통합 게이트웨이 정보구조’가 필요하다. 관계 응집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하나로 합쳐 통합 게이트웨이를 만들고 성격이 유사한 서비스는 내비게이션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통합 게이트웨이로 관계의 응집도를 높여 여러 가지 기능을 쉽게 연결해 기대했던 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만약 통합 게이트웨이를 마련했다면 서비스의 유사성에 따른 레이아웃 구성이 필요하다. 같은 브랜드에서 제작하였지만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와 ‘카페이’ 어플리케이션의 레이아웃은 다르다. 통합 게이트웨이를 마련하였다면 기준점을 제시한 것과 같으므로 이 기준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일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표현 규칙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통합 게이트웨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부서간의 이해 관계나 시스템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카페이를 쓰면서 제네시스 카페이, 기아 카페이, 블루링크 등 혼재되어 있는 커넥티드 서비스 사이에 이상하게 조직도가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사용자 경험적인 통합은 그 이면에 여러가지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 이해 관계를 다 뒤로 하고 철저히 사용자 관점으로만 해당 서비스를 살펴보았다. 아마도 5-6편 정도는 카페이 하나만으로 서비스를 깊게 볼 텐데 나도 기획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문제점을 전달받으면 사실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현업자가 이 글을 본다면 카페이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매니아의 희망사항을 기재한 정도로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