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차량이 커넥티드 플랫폼이 되면서 ‘커머스 서비스’까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차량 커머스 플랫폼’이 수익을 거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엊그제는 Cerence까지 합세해 카페이를 만들었다고 발표났는데 한번 그 서비스도 자세히 분석해봐야겠다. 이렇게 여러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수익화가 안되거나 한계점에 봉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에 있다. 왜 제조회사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고 어떤 어려움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는 얼마나 많은 연결이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초기엔 연결이 많아져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나중엔 서비스나 제품 자체의 가치보다 이를 연결하는 연결,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매력적이라 사용하는 네트워크 간접효과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구매하고 끝나는 측면이 아니라 연결되어 네트워크 간접 효과로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데 의미가 있다.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추가 신규 비즈니스 역시 창출될 수 있다. 즉 ‘광고’, ‘커머스’ 등 다양한 보완재 개발을 통해 해당 네트워크 가치를 더욱 올리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신규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존 사업을 확장하면서 신규 사업까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비즈니스이다. 제조회사가 플랫폼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요소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어렵다. 먼저 ‘결재’에 대한 내수 시장 자체가 작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적이기 위해선 ‘연결’이 필수적이지만 이 ‘연결’을 위한 시장 규모가 작다. 여기에 ‘제네시스’ 자동차만 타는 사람들로 한정지으면 더욱 연결고리는 줄어들게 된다. 플랫폼에 참여한 공급자도 ‘주차’와 ‘주유’ 뿐인데다 사용하는 인원도 적다면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희석되어 버린다.
수익모델도 뚜렷하지 않다. 플랫폼을 만드는 유지비용은 크지만 플랫폼을 이용하였을 때 상호 어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정하기가 어렵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적 수익모델은 ‘중개 수수료’인데 사용 모수가 작은데 수익이 발생할지 의문이다.
그럼 '카페이가 빨리 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기엔 네트워크를 넓히고 그 다음에는 폐쇄성을 유지해야 한다. 즉 일단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카페이의 가치가 올라가니 카페이 솔루션이 다 플랫폼에도 범용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 역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카페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주유’와 ‘주차’이다. 이 중 ‘주유’의 경우 서울시 19군데의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있고 주차는 ‘아이파킹’과 제휴를 맺고 있다. ‘주유’의 경우 반경 20km까지 검색이 가능한데 지역에 따라 약 19~20개 정도의 주유소가 검색된다. 서울시내 주유소 개수로 미루어 볼 때 카페이가 서비스하고 있는 범위가 현저히 부족한 편이다. SK라는 특정 브랜드만 제휴를 하였고 카페이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해가 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선 빠르게 공급업체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주유소나 주차장 외 드라이브스루를 활용한 서비스 업체라면 빠르게 공급업체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간편한 결재’의 가치를 느끼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결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 ‘모바일 결제’와 ‘카페이’가 연동된다면 기존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진입 역시 한층 쉬워질 것이다.
통상적으로 카페이와 같이 신규 서비스 도입 시 S자 패턴을 형성한다. 먼저 시장 도입시 천천히 반응이 온다. 그러다 누군가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도 같이 사용을 하면서 급격하게 퍼지게 된다. 그러면서 성숙기에 다다르게 된다. 사람 수가 늘어난다고 무조건 급격히 기술이나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성장하는데 중요한건 단순히 사용자 수가 아닌 연결의 수, 즉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정비례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연결이 늘어나면 다른 사람을 따라서 행동하거나 사용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는데 바로 이때 네트워크가 급속히 형성되어 시장에 퍼질 수 있다.
무조건 큰 네트워크만 갖고 있으면 카페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린 네트워크 효과를 단순히 너무 쉽게 사람 간 연결만 확보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만약 사람을 많이 가입시키고 연결 지점만 많이 확보되면 모두 해결된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현대차 입장에서 편할 수 있다. 자본력이 있는 회사는 자본으로 연결을 유도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는 단순히 자본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고, 네트워크 효과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효과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이베이 사례다. 이베이는 엄청난 자본력을 갖고 당시 중국의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이치넷'을 인수하여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시장점유율이 85%이상이 되어 사실상의 독점 형태로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네트워크 효과 측면으로 무척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당시 알리바바 그룹의 타오바오는 이베이에 비해 회원수도 적고 연결 역시 적었지만 몇 년만에 대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타오바오가 선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 결제 솔루션과 같은 도입을 서둘러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남들과 따라서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은 빠르게 이탈을 하면서 네트워크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이베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큰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출을 해도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효과이기에 초기 형성부터 유지까지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고 사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생각해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