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기획자 Sep 01. 2020

이건 왜라는 질문

기획자의 여행법!

모처럼 휴가 기간에 집에서 밥을 먹다 우연히 한 미드를 보게 되었다. '홈랜드(Homeland)'라는 미드인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즐겨 보았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미드이다. 드라마는 아랍 테러리스트들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CIA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을 묘사하며 미국 정부와 아랍 강경세력 간의 대치 구도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그저 테러라고 하면 서로 싸우고 전쟁하는 드라마로만 생각하였지만 드라마 포스터가 강렬해 시청을 하게 되었다. 아랍 테러리스트, CIA는 살면서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키워드이고 관심조차 없었는데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테러를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을 보여주니 허구의 세계를 반영한 드라마라도 보면 볼수록 궁금한 것들이 생겨났다.


'왜 미국과 이라크는 전쟁을 하게 되었을까?' '정말 대량 학살 무기 때문에? 테러를 하는 진짜 이유는?' 이렇게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던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드라마가 하나의 트리거가 된 셈이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떠올리게 되었다. 누군가에 의해 주입되어 조작된 것은 아닐지, 숨겨진 진실이 있을지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셈이다. 가끔 이렇게 괜찮은 드라마나 책, 흥미롭게 바라본 여행지의 풍경을 접하게 되면 평소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정보에 대해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고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라는 질문은 관심 있는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이 물건을 구입할까?' '왜 사람들은 불안한 거지?' 이렇게 '왜'라는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핵심을 건드릴 수 있다. 표면에 드러난 현상을 읽는 감각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생각, 마음까지도 읽을 수 있다. 어떤 것이 문제의 핵심인지 도출하면 기획하는 데 있어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숨겨진 생각, 욕망을 엿보게 되면 거기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게 갖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으니까 이것을 기획할 것이다라는 관점이 아닌 ‘왜’라는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본심을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래서 항상 ‘왜’라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제기하며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루의 법칙'은 신체의 기능 중 오랫동안 열심히 활용하면 발달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퇴화된다는 법칙이다. 평소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 사람과 그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 구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관심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질문을 하다 보면 본질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통해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여행을 한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다. 여행지를 선택해야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행위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다. 왜 여름휴가를 '산'대신 '바다'로 갔는지 휴양지 대시 유럽 도보 여행을 선택했는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여행지 하나를 선택하고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느냐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도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은 거듭된다. 디자인 도시라고만 알았던 '코펜하겐'은 '크리스티아나'라는 특정 자치 구역이 존재한다. 코펜하겐 어디를 걸어도 북유럽 감성의 깔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크리스티아나'만큼은 달랐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곳곳에 부착되어 있고 심지어 거리엔 대놓고 마약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면 의도적으로 '왜 여기서 마약을 판매하는 것이지?', '왜 여기는 이렇게 다른 것이지?'라고 질문을 시작한다.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현상에 대한 배경, 생각을 읽게 되고 결국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고민할 수 있게 된다. 




평소에는 '왜'라는 감각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기가 어렵다. 그저 이유를 묻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체가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왜'라는 꼬리를 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너무 피곤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왜'라는 감각을 계속 유지하려고 스스로가 노력한다면 기획자로서 훨씬 더 근본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여행을 가서 낯선 환경에 부딪혔을 때,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볼 때 의도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오늘도 건네본다.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좋다. '라오스는 어떤 역사를 갖고 있길래 곳곳에 프랑스어가 적혀 있지? 빵은 왜 맛있지?', '포르투갈은 왜 에그타르트가 유명한 거지?'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붙여보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숨어있는 배경과 사람들의 본심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사용하는 근육이 점점 커지듯 '왜'라는 질문으로 조금은 기획하는 근육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