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생각을 펼쳐 나가는 법
틈만 나면 항상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난다. 자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유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매일 꾸준히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수집해 나갈 땐 어디든 떠날 수 있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전제로 자유롭게 생각을 발산한다. 여행의 컨셉, 장소, 방향은 한계도 없고 무조건 가야 한다는 제약도 없이 머릿속 상상만으로 여행지에 대한 씨앗과 단서들을 수집해 나간다. 걸어서 5분 내외로 갈 수 있는 카페부터 시작해서 한 시간 내외로 갈 수 있는 파주까지, 아니면 언젠가 갈 수 있겠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맛있는 빵집까지 제한 없이 가고 싶은 곳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한다. 여행을 두 발로 걸어 실행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갈 수 있는 장소나 특징을 파악해요 수월하게 떠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장소는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불시에 나타나 틈틈이 수집을 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를 보며 리스본이란 도시를 수집하기도 하고 '쉑쉑 버거'가 강남역에 등장했을 때 뉴욕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집한다. 심지어 신문기사를 보면서도 '여행 장소'를 수집한다. 아마존에서 무인 상점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어떻게 계산을 하는 것인지 몰래 물건을 갖고 나가면 계산이 되는 것인지 등등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틈틈이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수집해 수많은 장소 리스트를 수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올리면 막막해지니 천천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장소와 여행 아이디어에 대한 씨앗을 수집해 나간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이 많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가고 싶은 장소를 떠오르려 하면 막막해지니 미리 틈틈이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정보는 여행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여행의 색깔이 될 수도 있다. 여행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여행에 대한 콘셉트를 만들어 나가는데 편할 수 있다. 제약 없이 내 마음에 드는 정보들을 수집하다가 원하는 콘셉트대로 정보를 분류해보면 이 분류가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방향이 된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고 어디를 갈 것이며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계획할 수 있다면 이미 여행에 대한 기획은 시작된 셈이다.
기획자의 여행은 '자유로운 발산'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때론 자유롭게 생각을 사유하는 것부터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획물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워크숍'을 진행할 때 '통신이 안되는데 그걸 어떻게 만들지?', '비슷한 게 이미 나왔는데 우리가 만들어도 될까?' 등 알고 있는 지식이나 규약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게 된다. 만약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만약에'라는 단어로 의도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써보며' 훈련을 해본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들여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 이틀 정도 지나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생각과 함께 마음껏 발산하게 된다. 의도적인 훈련을 하는 이유는 낯선 경험은 생각조차 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는 내게 없었던 경험을 창조하는 과정일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은 항상 낯설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때 미리 내가 가고 싶었던 장소와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면 현재 상황에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기획은 평소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기획해야 하는 것들을 충분히 학습해 점점 구체화하며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획 씨앗을 땅에 묻어 꽃이 필 때까지 계속 구체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때 미리부터 척박한 땅, 자갈밭, 비옥한 땅을 예상하고 씨앗을 고민하면 너무 한정적일 수 있다. 나는 차가 없으니까 강원도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돈이 없으니까 여행은 무슨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중요한 건 미리 환경을 판단하고 생각의 씨앗을 재단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준비 과정은 일단 몽상가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며 씨앗을 모으는데 집중을 한다.
내 다이어리 한 켠에는 항상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장소 리스트가 50개가 넘게 적혀있다.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전제로 오늘도 꾸준히 여행 장소를 수집해 나간다. 회사 다이어리엔 만들고 싶은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그려져 있다. 여행이든 기획이든 만들어가고 싶은 열망에 따라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의 씨앗을 확보하게 된다. 어쩌면 자신이 얼마나 열망하느냐에 따라 기획하고자 하는 대상의 씨앗의 개수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다면 나 자신의 환경과 여행지의 환경 정보만 알면 내가 원하는 방향과 알고 싶은 정보대로 여행을 해 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열망하는 만큼 관심 있는 만큼 여행에 대한 사전 아이디어와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든 기획이든 충분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만든 뒤 지워 나가는 것이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는 상태에서 실행해 나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도 임계치를 넘어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