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불편함이 보인다
모빌리티 분야를 처음 서비스 기획할 때 어떻게 주제를 정하면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어떤 게 포트폴리오 주제를 잡으면 좋을지 고민을 해도 사실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모빌리티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고 주제를 잡아왔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행을 통해 일상 속의 불편함을 마주하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낯선 환경 속에 즐겁게 뛰어들 때 호기심이 생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여름휴가로 스페인 말라가에 가게 되었다. 스페인의 관광도시 말라가는 햇볕이 무척 강렬한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당시 한창 킥보드가 많이 보였다. 심지어 어디를 돌아다녀고 킥보드를 타보라고 쿠폰을 엄청 나눠주고 있어서 단 한 번도 킥보드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 타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에게 다른 나라의 모빌리티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한 번도 킥보드를 이용하지 않았지만 한증막까지 찜통 날씨에 계속 걸어 다니는 게 무리다 싶어 남편과 같이 킥보드를 타보려고 올라섰다. 킥보드는 통신이 원활해야 인증을 받고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앱을 설치하는 건 가능했다. 근처 아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카페에 들어가 앱 하나만 설치하면 그만이니 원활하게 핸드폰에 킥보드 앱을 설치하였다. 문제는 정작 킥보드를 탈 때였다. 로밍폰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으로서 골목길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킥보드와 핸드폰 간 인증하는 것부터 어려웠고 정작 네트워크를 붙이지 못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외국인에게 다른 나라의 모빌리티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낯선 상황에서 기차 티켓 예매해보기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기차 티켓 예매사이트, 버스 티켓 구매 동선이 모두 연구 대상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킥보드를 타는 건 어려웠지만 반면 기차 티켓 예매 사이트는 무척 직관적인 편이다. 필요시 심볼이나 숫자를 활용해 스페인어를 몰라도 대충 짐작하면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관광대국답게 스페인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수많은 피드백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기차 티켓 예매가 비교적 직관적인 편이라 같은 관점으로 코레일의 기차 티켓 예매를 살펴보았다. 먼저 언어가 바뀌는 순간 기차 예매에 대한 레이아웃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원에 대한 수많은 옵션 값이 1명부터 9명까지 드롭다운 리스트로 보이고 어린이나 노약자에 대한 옵션 값은 외국인이 보는 사이트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페인 렌페 기차 티켓에서 편했던 익숙한 심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약 이렇게 몇 가지 작은 불편함에 대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나라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보완을 해나간다면 이것이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