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돌이켜 보면 매일매일이 죽고 싶은 날은 아니었어. "행복해, 기뻐"까지는 아니어도 '맛있어', '궁금해' 또는 '재미있어', '해야 한다'가 틈틈이 짙어졌다 옅어졌다 하더라. 먹는 음식이 맛나고, 개봉한 영화 내용이 궁금하고 혹은 보는 드라마나 만화가 재미있고, 지금 당장 이 과제를 끝내고 싶은 농도 말야. 이따금씩 이 농도가 옅어질 때 무채색이 찾아와. 세상의 잣대나 시선은 크게, 나에 대한 건 아주 사소하게. 살 용기를 잃게 할 만큼 다가왔다가 어느 때는 저만치 멀어져 있더라고. 살 만한 순간이 몸 안에 들어오면 식탁 앞에,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무엇을 바라보는 방식으로다가.
두 가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면서 싸우다가 끝끝내 결판이 안 나니까 이제는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가 싶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하는 것 같은 느낌. 아직까지는 잠잠하네. 고맙게도. 지금은 별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거대했는지 참. 창피하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방황하고 움츠렸던 시간이 길어서 아쉽지만 살아'내'려고 그랬던 거겠지. 언제인지는 몰라도 때가 오면 잘 살아'가'려고. 그러니 잘 왔고 잘 견뎠어. 막막하고 힘에 부쳤을 너를 이제는 이해해. 형태가 어떻든 살아볼 마음을 먹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살다가 가끔 원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올 때 당장 내쫓지 말고 두고 봐야겠어. 그 손님의 말을 한번 가만히 들어보면 알 수 있는 게 많아질 것 같아. 진짜 손님 말인지 내 말인지. 그게 내게 독이 될지 해독제가 될지. 생존이 될지 삶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