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래 정해둔 출국 예정 기간은 25년 3월이었다. 가장 단순한 이유는 3월이 비행기가 가장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월은 한 학기를 시작하는 시기이니 왜인지 느낌이 좋기도 했다. 마침 그중 마음에 들고 가격이 괜찮은 날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날을 출국 예정일로 정하고 비행기를 예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왜인지 자꾸 결제가 되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사이트와 싸움을 한 후 포기했고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며 다음에 예약하자고 했다. (사실 결제가 되지 않은 건 내 카드에 해외 원화결제 차단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런 걸 신청해 뒀다는 것도 몰랐다.)
그렇게 예약하는 것을 미루고 일상을 보내다 별안간 우리의 출국일이 갑자기 빨라졌다. 바로 나의 이후 일정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고 미리 예정된 일정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뒤의 일정이 바뀌어서 출국 전까지 쭉 백수로 지낼 운명에 처했다. 물론 간단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도 괜찮고 방법은 많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빠르게 호주로 가는 건 어떨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Q에게 내가 백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네가 괜찮다면 우리 출국을 조금 일찍 하는 건 어때?’ Q에게 제안했고 Q는 조금 고민한 후에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다행히 우리가 앞당긴 기간 역시 3월과 가격이 비슷했고,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을 가진 호주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지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설렜다.
갑작스럽게 예정 일정이 바뀐 탓에 우리는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가장 먼저 비행기를 예약하고, 해외 장기체류보험도 가입해야 하고, 집을 구하기 전까지 살 임시 숙소도 예약해야 했다. 우리는 일정을 앞당기자마자 빠르게 약속을 잡았다. 만나서 비행기를 예약하고, 보험을 가입하고, 집을 찾아보자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한국에서 호주까지는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우리는 비행기를 예약할 때 경유를 하지 않기를 바랐고 돈도 많지 않았다. 경유를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니 젯스타 항공과 대한항공만 남았다. 둘의 가격차이는 너무나도 살벌했고 우리는 가격이 싸다면 경유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경유를 하는 항공사 역시 대한항공과 가격이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빠르게 마음을 내려놓고 젯스타 항공을 선택했다.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가고 싶어서 비즈니스를 탈까 고민을 했지만 비즈니스 가격 역시 대한항공과 비슷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내려놓고 이코노미를 선택했다.
젯스타 항공은 기내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 나와 Q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 점에 대해서 조금 고민을 했다. 하지만 출국 전에 밥을 먹고 비행기에 오르고, 도착한 후에 밥을 먹는 것으로 결정하고 기내식은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Q는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선택했고, 나는 레몬파운드를 선택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맛없다고 욕을 해서 이제는 그 맛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남은 건 숙소 하나였다. 우리는 브리즈번 시티 인근으로 임시숙소를 구해뒀다. 그리고 그곳까지 이동할 한인택시도 예약을 했다. 하지만 출국 3주 정도 전에 모든 예약을 취소하게 됐다. 출국 전 집을 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세컨비자를 따려는 지역에 있는 집을 한국에서 바로 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임시숙소가 아닌 쉐어하우스로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집주인아저씨가 공항으로 픽업도 와준다고 했고 제안한 금액이 한인택시보다 저렴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끝나서 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자주 했다. 너무 술술 풀리니까 괜히 불안하기도 했고 겁이 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일화가 너무 많았다. 우리는 설마 집이 너무 별로이면 어떡할지, 아니 그 이전에 차를 타고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면 어떡해야 할지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준비를 하고 다양한 것들을 알아보며 출국날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