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아라, 삶이라는 만찬을 한껏 즐겨라

우연 그리고 지금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것

by 현이

"자리에 앉아라. 삶이라는 만찬을 한껏 즐겨라."

- 데릭 월컷(시인이자 극작가)



나는 기억한다. 지난주에 있었던 즐거운 경험을.

서울시 공용 자전거인 따릉이 애용자가 된 지 2주 차, 따릉이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려다 대교가 나오기 전 샛길로 경로를 전환했다.


일부러 가지 않으면 아마도 갈 일이 없는 길이었다. 다리 밑에 도착하여 마주한 풍경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앞으로 갈 때마다 새롭게 펼쳐졌다. 나무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꽃들.. 서울에 몇 년을 살아왔지만 따릉이를 타기 전에는 이렇게 마음껏 공원을 누벼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그 풍경에 자전거를 멈출 수 없어 생각보다 멀리 더 멀리 갔다.


그렇게 노들섬에 도착했다. 노들섬을 끼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아는 길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노들섬이라는 곳은 처음 와봤다.

이날 자전거가, 풍경이, 혹은 어떤 힘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지 않았다면 지금도 노들섬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했다.

그곳엔 간단한 간식,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잔디밭이 있었다. 멋진 시민 도서관도 열려 있었다.




잠깐 살펴보러 들어간 도서관에서 나는 이미 소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을 읽다가 입구에 세워 둔 따릉이가 마음에 걸려 우선 반납을 하러 나왔다.

그때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되었다.


히사이시 조의 곡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에 잠깐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쪽에 놓인 피아노를 누군가 연주하고 있었다.

투명한 햇살, 노들섬의 분위기, 그리고 피아노가 그 순간을 너무나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나뿐 아니라 그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잠시 그 순간을 즐겼을 것이다.


조금 멀찍이서 감상했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나가던 누군가의 아름다운 연주, 경쾌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


연주가 끝났을 때,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용기를 내었다. 용기를 내었다기보다 어떤 힘에 자연스럽게 이끌린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을 선물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은 직감이 들었다.


피아니스트가 일어났을 때,

천천히, 멋쩍은 듯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와.. 정말 잘 들었어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말했다.

당신이 매 순간을 소중히 보내기로 마음먹고 마치 지금이 내게 허락된 시간의 전부인 양 온 힘을 다해 즐기기로 결심한 날이 바로 오늘이라면 좋겠다. 그대로 자리에 머물 것인가, 무대에 나가서 춤출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을 때, 당신이 춤을 춘다면 정말 좋겠다.


피아노 연주를 우연히 선물 받은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우연적인 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대신, 때로는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춤을 추는 것.


나는 우연이라고 불리는 힘에 중요한 지위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열어 늘 예상을 벗어나는 우연과 지금을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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