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가게들에 발걸음이 향하는 이유

성의 그리고 가느다란 교류가 소중해졌다.

by 현이

언제부턴가 동네 가게들에 발걸음이 가기 시작했다.

주인이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1인 가게부터, 규모와 직원수도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들. 나의 경우 한번 마음에 들면 그곳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대학생 때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빵집이 들어가기 쉬웠다.

앞사람(주인 또는 직원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메뉴를 고를 수 있고, 오래 자리를 사용하기 편한 이유였다. 대량생산을 하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학생의 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이유들로 카페에 갔다.

다둥이 막내라 방이 없는 설움을, 혼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과제를 하기 위해, 공부나 할 일을 하기 위해

이런 이유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더 좋다고 생각했었다.


빵집의 경우 인사를 하며 들어가는 것까진 괜찮았다. 다만 주인이 보는 앞에서 빵을 천천히 고르는 게 심적으로(?)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옷가게에 가면 주인이 말을 거는 게 왠지 어려울 때가 있는 것처럼,

동네 가게들을 가는 데 있어 개인 대 개인이라는 상황이 좀 낯설었던 것 같다.




이십 대 후반이라는 인생의 시점에 있는 지금.

'동네 맛집'을 애용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째서일까 이유를 찾아본다.

그 가게들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빵집에 가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발걸음이 자연스레 향하는 곳들을 갔다.

그곳에 있으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느껴봤다.


애용하는 동네빵집 밤식빵으로 간단한 브런치 테이블 만들기


나의 발길이 가는 곳,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개인 가게들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보인다면 이것이다.


성의. 정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단어.


이제 나도 끼니와 살림을 내 힘으로 하고 있다.

먹거리든, 물건이든, 생활방식이든

'좋은 것들'을 몸과 삶에 들여올 때 느껴지는 유익함을 가슴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빵 하나를 고를 때도,

그걸 만든 사람이 행복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빵이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이 만드는 빵을 좋아하고 좋은 재료와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그렇게 세상에 나온 빵.


자신의 가게를 직접 디자인하고,

손님과 눈을 맞추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때로는 맛있게 먹는 법, 사용법 등에 관한 꿀팁을 알려주기도 하는,

성실함으로 온전히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가게들.

몇 번 방문하면 손님과 주인이 왠지 보이지 않는 얇은 실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가게들.




뭔가 좋은 것을 내놓는 가게들.

그리고 단순히 소비자라는 입장을 넘어서,

좋은 것을 몸과 삶에 들여옴으로써

나 역시 뭔가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같다.


빵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도 손님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실은 너무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며, 사회는 궁핍이라는 경제단계를 벗어났다.


동네 가게들을 통해 나는 조금 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낀다.

큰 도시와 큰 회사와 큰 사회의 일부라는 느낌보다

개인과 개인이 존재하며 선순환을 교류한다는 감각.

그 사이에 있는 성의, 정성이라는 매개체.


작은 나지만 늘 연구 중이다.

내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뭔가 좋은 그것은 무엇일까.

나의 움직임이 나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그러나 알고 보면 동시대를 함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도 유익(有益)하기를 가슴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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