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내는 기준

리듬을 되찾기 위해서

by 현이


멍- 은 곧 머릿속 청소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휴가를 낸 기준은 이렇다.

어디 가기 위해서 휴가를 내지는 않았다. 항상 급박하게(?) 휴가를 내고 사라지는 나를 보고 동료들은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연말 이번 휴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히 어딘가 가는 휴가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 속깊이 들어가 보면,

개인적으로 '절박하게 휴가를 내야할 때' 휴가계를 냈다. 또는 하고 싶지만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던 것들을 위해 냈다.


연말이 되어 낸 이번 휴가는 첫번째 케이스다.

시간에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가 또다른 현재로 옮겨가는..

사는 김에 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요즘 드는 생각들과 만난 사람들,

나눈 대화들을 정리하는 시간.

가을에만 굴러다니는 낙엽을 햇빛속 저벅이는 시간.

몇 가지 이유로 정작 중요한 부분들이 미뤄지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더욱 공허해져 갔다.


결국 절박해질 때 휴가를 낸다.

이쯤 되면 필요하다는 신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휴가라는 건 앞둔 전날의 설레임부터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일 관련한 내가 아닌 나라는 인간에 관한 시간.

요즘처럼 추운 날씨는 따뜻한 커피를 즐기기 좋다.

투명하게 비춰주는 햇볕의 움직임을 보면서 평소와 다르게 전개되는 시간을 느낀다.

카페에서 소박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그 순간 이게 왠 호사인가 싶다.

그 다음은 실은 이토록 한순간에 행복감을 주는 존재들이 매일 있다는 깨달음에 조금 낯설기도 했다. 너무 특별한데 사실 가장 일상적일 수도 있는 것들이라서.


좋은 낯설음.

어쩌면 삶에 좋은 것들이 참 많이, 자주 있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행복감이 드는 순간들은 꽤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작은 순간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 인간적인 행복감이 찾아온다.


이미, 매일 넘치도록 충분한 것들이 있다.

매 순간 이들을 누리지 못하는 건 못하게 하는 건

‘나'인가 '환경'인가?


이번 휴일이 감사하다.

나라는 인간 그리고 시간의 리듬을 되찾는 감각이 들어서이다.

연말을 앞둔 마음이 꽤 괜찮아졌다는 기분이 든다.

겨울 휴일 전날에는 너무 설레어 혼자 젤라또를 먹고 사진까지 찍고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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