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일정 좀 볼게

<일정>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들

by 현이

“언제 만날까?“


“잠깐만, 일정 볼게.”



춤이라는 취미를 조금 열심(热心)히 하는 사람이다.

주 3일 댄스 학원에 가서 춤을 배워 온다. 평일 두 번, 토요일 한 번 클래스이다.


일 년 전 춤을 시작할 때 내 신발은 실내화였다. 춤 학원의 유일한 준비물은 실내용 신발이다. 춤출 때 신을 실내용 신발. ‘신발을 새로 살 만큼 춤 학원에 꾸준히 잘 다닐 수 있을까?’라는 시작 단계에서의 소소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새 신을 사기보다, 가벼운 실내화 한 켤레로 시작했다.



공연 연습하던 때 찍은 사진. 눈에 들어온 신발신은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춤 전용 신발을 마련한 건 육개월 정도가 지난 후였다. 스텝을 밟을 때 실내화는 바닥에서 조금 미끄러지기 쉬웠다. 선생님과도 ”재현님 이제 신발 하나 사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와 같은 웃음 섞인 얘기를 했다. 주에 3일 춤 학원에 가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춤이 아직 일상에 정착하기는 전이었던 것 같다. 많이 피곤한 평일이나 약속시간을 얘기할 때 부득이하면 댄스 클래스를 희생(?)할 생각이 든 적 있으니 말이다.



지금 시점, 춤을 시작할 때와 일년 여정을 되짚어 본다. 춤과의 관계가 조금 더 깊어졌고, 어느 때보다 춤을 더 좋아하고 있다.



최근 문득 느꼈다. 춤이 나의 일주일에서 일부가 되었음을 말이다. 댄스 클래스에 가서 춤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과 매일 조금이라도 춤을 추는 것. 일정에 미리 적어두고 일주일을 시작해도 되는, “일정”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라 느낀다. 이벤트 같은 것이나 어떤 부득이한 이유가 있으면 빼도 되는 가벼운 킬링타임용과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8:00-17:30 일을 다니는 나로서 댄스 학원에 잘 다녀오는 것은 이제 지켜가고 싶은, 지켜가야 할 나의 주요 일정이다.



정착과 적응은 다르며 어떤 것에 굳이 적응할 필요는 없지만 정착(하는 감각)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어떤 것에 정착해 가고 있다, 정착하고 있다는 감각은 필요하고 또 좋은 소식이다. 춤을 추는 것이 이제는 ”일정“으로서 정착했음을 느낀다. 예고된 행복.



약속날짜를 정할 때 얘기했다.

댄스 수업에 가는 날을 빼고.


“월요일, 금요일, 주말 저녁이 괜찮아.“



독자님들께서 ’일정‘의 지위를 부여하고 한 주를 시작하시는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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