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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an 30. 2024

주고받음에 대해 생각한다

행복과 선순환의 다른 이름

요즘 부쩍 선명하게 느낀다.

삶의 일정 부분, 아니 많은 부분이 주고받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 주고받음이 내가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다는 걸.



지난주 금요일 퇴근시간이 가까운 때였다. 피곤한 눈과 몸을 이끌고 천천히 정리를 하는데 메신저가 왔다. 전혀 모르는 타 부서 직원분께서 보낸 자기소개가 미리 보기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박재현 주임님, ···'. 잠깐 생각했다. '이 메신저를 퇴근 전에 열어야 하나···'


메신저를 열었다. 업무 처리 절차를 물어보시는 거였는데 내가 1.5년 전쯤 해본 적 있는 업무였다. 우리 팀도 그 팀도 특정한 사유가 있어서 하는 비교적 익숙치 않은 업무였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드문 업무. 그때 여기저기 물어가며 머리 아프게 처리했던 기억이 났다. 메신저를 주신 직원분은 처음에 타 부서에 문의했는데, 재현 주임이 처리한 적이 있다며 나를 알려주셨다고 한다. 내용을 읽으면서 탄식(?)했다. 아 이걸 내가 답변을 드릴 수 있을까, 나도 당시 정리가 잘 안 된 채로 우야무야 어떻게 진행했던 건데- 아 이거 조금 빡세겠는데.


금요일 퇴근 전에 업무 절차를 찾아보고 정리해 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저도 조금 정리해 봐야겠다고 말씀드리고 업무 처리했던 날짜 정도만 찾아두고 귀가했다. 주말에 잠깐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아 월요일에 어떻게 답변을 드리지- 였다. 하하.



어쨌든 월요일이 왔다. 기다리셨는지 먼저 메신저를 주셨다. 아침에 바쁘게 업무를 하면서 초인적인(?) 느낌으로 과거 업무 기록과 메신저를 찾아 업무 절차를 요약해 전달드렸다. 업무 절차를 간결하게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전에 잘 모르고 허둥지둥 그 업무를 처리했지만, 문의하신 직원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무관한 부서 직원분의 문의, 게다가 내 주요 업무도 아니다. 너무 오바해서 알려주는 거 아니야? 싶을 수도 있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방법은 내가 먼저 해본 일, 아는 것,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이것들을 사용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그리고 이는 꽤 자주 '나의 이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과거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뭔가 줄 것이 있는 사람, 그리고 먼저 그걸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행복의 열쇠가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현아', '재현아~', '재현씨' 이렇게 나를 찾아주는 건 무척 좋은 고마운 일이다. 경험하고 받아 본 많은 좋은 것들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좋은 걸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먼저 준다는 것은 최근 내게 가장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해 준 말이 떠오른다.


'기꺼이 손해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 공기업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나를 칭찬해 주셨던 지점장님이 해 주신 말씀이다.


'손가락으로 하트 만들 줄 알지? 이렇게 하면 깊이 있는 하트, 그걸 옆으로 돌리면 그냥 평평한 거. 주는 것과 받는 것은 바로 이렇게 한 끝 차이야. 네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삼겹살집에서 식사하며 팀장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생각해 보면 존경하는 분들은 자신이 다 움켜쥐는 방어적인 태도 대신 함께 하는 사람이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전수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었다.



그래 이 정도로 알려드렸으면 진짜 최선을 다했다. 이분이 잘 이해하고 업무 처리를 하셨기를 바랄 뿐이다, 덕분에 나 역시 그 업무 절차를 잘 정리해 둘 수 있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분은 답장이 없었다. 거창한 감사 인사를 기대한 게 아니라서 아마 업무 처리하느라 바쁘신가 보다 했다. 그런데 화요일 오늘 퇴근시간 즈음 메신저가 왔다. 재현 주임님,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간식을 샀는데 잠깐 전해드릴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렇게 그 직원분과 로비에서 처음 뵙게 되었다. '뭐 이런 걸 다요~'하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업무 처리 잘 되었는지 여쭤보니 우리 팀 때와 같이 특이한 케이스였는데 덕분에 잘 처리했다고 감사 인사를 해 주셨다. 이렇게도 새로운 사람과 회사에서 안면을 틀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이 좋은 기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무려 콘래드 호텔에서..간단한(?) 간식을..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을 때 가슴을 채워주는 건 뭘까? 이때 차오르는 행복한 감정은 뭘까? 다른 사람을 도우면 또는 먼저 주면 당시에는 내게 이득이 되는 방향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지 않던 곳에서 다른 좋은 것들이 더 크게 돌아와 선순환을 만든다. 그렇게 행복하다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다. 하루들 속 그 장면들이 작은 빛을 반짝이고 있다.


퇴근하고 댄스 학원에 갔다. 강사님이 시원한 페퍼민트티를 준비해 주셨다. 지난주에 같이 춤추는 우리들은 각자 이유로 조금 힘든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다른 번잡한 생각은 날려버릴 만큼 춤을 춘 다음, 저녁 수업 때 마시면 좋을 만한 음료를 얘기했다. 오늘 연습실에 들어서니 사주고 싶다고 하셨던 커다란 페퍼민트티가 보였다. 행복감과 고마움을 느꼈다.


마음이다. 상대방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그렇게 우리는 주고 받으며 행복의 선순환을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 함께 나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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