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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2. 2024

선택지를 좁힘으로 얻는 자유

시간과 장소에 정체성 부여하기

바로 얘기하자면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이 시간에/장소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해 놓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고 따름으로써 분산이 가져오는 피로감과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편이다.

목표나 꿈처럼 큰 단위가 아니라 작은 단위에서도. 우유부단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주말 아침이다.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싶다. 영어 스크립트도 보고 싶고 책도 읽고 싶다. 메모를 보면서 글도 쓰고 싶고 필요한 책도 읽고 싶다. 업무 관련한 공부도 해야 한다. 평일 아침이라면 봐야 할 자료도 있고 짧은 글도 올리고 싶다. 아침은 한 번인데 그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다양하다.


그러다 보면 문제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일정 시간을 흘려보내고, 실제 하면서가 아닌 생각으로 인해 조금 피로해지기도 한다.



고민을 줄이고 행동에 쉽게 진입하는 노하우. 이는 우연히 찾기도 했고, 아는 작가님께서 알려주신 팁과도 일맥 상통하여 공유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결정을 해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걸 할 거야 라는 결정이다.



고향인 인천에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가는 길은 두 시간 정도 거리이다. 그 정도 거리는 책을 읽기 충분한 시간이라 인천에 갈 때면 책을 한 권 챙긴다. 어떤 책을 챙길지 고민할게 뻔했다.


많은 선택지가 있었고 그날 나는 공부하기로 한 책을 챙겼다. 평소 카페나 집에서 읽으려고 하면 솔직히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다. 뭔가 각을 잡아야 할 것 같고, 그 책 보다 어울리는 감성의 다른 책들이 늘 있기 때문이었다.


이동하는 시간은 감성보다는 무얼 해도 핸드폰 보는 것보단 유익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 이동하는 동안에라도 보아야겠다’ 정도의 생각으로 그 책을 챙겼다.


두 시간. 이동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간이다. 내게는 한 권의 책이 있다. 이동하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이토록 심플했다. 좁혀진 선택지 속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날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그 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읽어야지- 하고 막상 열지 못했던 책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읽다 보니 두려움이라는 장벽도 걷혔다.


이 경험을 통해 정해두는 것을 통한 자유.

선택지를 좁힐 때 얻어지는 자유를 배웠다.



아는 작가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Q. 글을 언제 쓰세요? 루틴이 있으실 것 같아요.

A. -하면 쓴다.라는 원칙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카페의 이 자리에 앉으면 한 시간은 글만 쓴다. 집에서 모니터를 열고 이 행동(자신만의 모드 전환)을 하면 한 시간은 글만 쓴다 와 같은 걸 정해두었죠.


이 얘기를 듣고 생활에서 적용하고 있다. 나 역시 카페의 좋아하는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에 앉으면 다른 건 안 하고 책만 읽는다. 때로는 글만 쓴다. 이처럼 결정함으로써 선택지를 줄이면, 쉽게 집중할 수 있다.



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어 조금 절박한 마음으로 읽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냥 정해두는 걸 추천한다. 이 시간에는 이걸 할 거다라는 결정 그리고 더 이상의 다른 선택지와의 재고 따짐이나 의심은 하지 않는다.


선택지를 좁혀두고 정해둔 대로 해 보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런 기분이라 이런 걸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 이 내용은 좀 무거운데 와 같은 여러 갈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직 부족한 면도 많다. 여전히 나는 저녁시간에 뭘 할지 갈등하고 이것저것을 재고 따진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스스로 결정권과 통제권을 찾았기에, 다른 영역들에도 차차 적용해 잘해나갈 거라고 믿는다.



피타고라스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모든 자유로운 행동의 원칙은 그 내부에 질서가 있고 목표가 분명하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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