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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3. 2024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불편하다

SNS 밖에서 보이는 것

인스타그램에는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다.

삭제하지 않는 한 저장 및 공개되는 피드와 달리, 스토리는 24시간 동안만 게시된다. 그래서 비교적 부담 없이 공유 용도로 업로드하는 이용자가 많은 것 같다.


스토리에 올라오는 사진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근사한 음식, 화려한 장소, 먹은 음식, 취미 활동, 프로페셔널한 모습 등. 우리는 스토리에 공유되는 사진 몇 장을 통해 친구들,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곤 한다.



최근에 스토리 업로드를 하면서 어딘가 불편한 구석을 느꼈다. 알고는 있었지만 중독되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외면하고 있던 느낌일 것이다.


첫째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특별해 보이는 모든 순간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음식이 근사할 때, 풍경이 예쁠 때, 유명하다는 위스키를 마실 때 등.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부터 켜고 있었다


모든 것을 카메라 앨범에 저장하는 행동 깊숙이에는 여러 근본적인 욕구가 있을 것이다. 이 순간을 망각하고 싶지 않아 저장해 두려는 욕구, 일상에서 멋진 부분을 드러내야지 하는 욕구 등.


두 번째로 그 사진들을 종종 스토리에 공유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단지 개인 소장하는 걸 넘어서 일상의 부분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걸 발견했을 때 그걸 다른 사람도 알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걸까?


내 스토리를 보는 사람은 대개 50명 정도인데 그중에 평소에도 연락하는 사람은 5명 내외이다. 나머지는 솔직히 왜 보는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더 이상의 연락도 하지 않는 내 일상이 왜 궁금하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토리를 올린 사람은 나다. ‘누구라도 제가 뭐 하는지 좀 보세요’라면서 일상의 일부가 다른 이에게 소비되도록 게시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세 번째로 스토리는 업로드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누가 내 스토리에 들어왔는지 굳이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토리는 무차별적인 일상 공유를 넘어 피로감으로까지 연결된다.


이 역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했다. 더 이상 연락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내 스토리를 보면 무슨 영향이 있지? 아무런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스스로 지속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행동만 초래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SNS 업로드는 다른 이를 위한 어떠한 가치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았다. 팔로우와 팔로잉이라는 아주 가느다란 실처럼 연결되어 있을 뿐인 온라인 관계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일상 공유를 과다하게 빈번하게 하고 있었다.



최근에 TED 강의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내용을 접했다. 개인의 SNS 업로드가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SNS는 각자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용도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무방비한 채로 그걸 보게 되는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SNS가 흔히 받는 비판이 서로 자신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자랑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그걸 알면서 내가 올리는 게시글이 누군가에게 무의식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은 관심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크게 자기 자신에게 두는 존재이다. 그래서 개인 기록용으로 포장한 끊임없는 일상 공유는 사실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 무언가를 단지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부응해 공유하는 것은 심지어 스스로를 공개적으로 소비하게 자초하는 행위가 될 수 있었다.


끊임없는 일상공유와 그에 따른 피로감. 개인 기록용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스스로와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 그 이상의 파급효과. 나는 SNS를 이용하기 전에 이 질문에 대답해 보기로 했다. 이 게시글이 나와 다른 이의 삶에 정말 좋은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와 너무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문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공원을 걸었다.

스크린에서 고개를 들면 사람들이 보인다.

온라인상 정체성을 떠올리면 아찔할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는 대상이 아니다.


세월을 머금은 피부, 웃을 때 입체감을 띄며 전해지는 진정한 온기, 분명 사연이 가득할 걸음걸이 등.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기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돌보는 방식으로 어느 쪽을 선택할까? 상대방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무방비하게 주고받는 안부가 아니다. 이는 단지 얕고 많기만 할 뿐이다.


고개를 들어 무엇이 보이는지 보자. 우리는 자기 자신과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대화에 임할 수 있다. 텍스트 소통이 익숙하기에 이조차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토록 바라는 서로에 대한 지지와 단단한 연결감이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TED에서 울림이 깊었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The oppotie of Addiction is Connetion.
중독의 반대말은 '진정한 연결'입니다.

Johan Hari, <Everything You Think You Know About Addiction is Wrong>

조한 하리, <중독에 관해 당신이 아는 모든 건 틀렸습니다>


We pretend that what we do doesn't have an effect on people. We do that in our personal lives. We do that corporate.
우리는 타인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는 일상에서 타인에게 정말로 영향을 줍니다.

Brene Brown, <The Power of Vulnerability>

브레너 브라운, <취약성이 지닌 힘>


It comples you to capture all the most meaningful moments of your life on camera and share them with your entire social network.
SNS는 일상에서 모든 의미 있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당신의 모든 소셜 네트워크에 공유하도록 강요합니다.

Dino Ambrosi, <The Battle for Your Time: Exposing the Costs of Social Media>

디노 앰브로시, <당신의 시간을 위한 전투: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의 비용>


If you have the super power to be present in the moment and you aren’t so preoccupied with what everyone else is doing, you’ll find that life is a little easier, happiness is always at hand, it’s easier to treat the people around you with kindness and have straightforward but profound relationships.
만약 당신이 현재에 머무르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힘이 있다면, 당신은 삶이 조금 더 쉬워지고 행복이 항상 가까이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단순하지만 깊은 관계를 갖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질 것입니다.

I challenge everyone to try going one week without social media, I guarantee it will change your life.
소셜미디어 없이 일주일 지내보기를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바꾸리라 확신합니다.

Ryan Thomas, <Live in the Moment: Delete Social Media>

라이언 토마스, <현재에 살기: 소셜미디어를 지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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