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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9. 2024

누군가의 옆모습을 보는 일

고요한 아우라가 주는 감동


누군가의 옆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의를 기울일 때 나오는 옆모습.



이러한 모습은 일상에서 꽤 자주 마주할 수 있는데,

그럴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면 왠지 평온해지는 기분이 든다.


오피스텔 1층에는 데스크가 있다. 관리장님은 자주 거기에 앉아 업무를 하시거나 책을 보신다.

퇴근길이라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쓰시는 장면이다. 조금 들뜨고 피곤한 상태인 퇴근길에 그 모습을 마주하면 왠지 모르게 차분함이 찾아 온다.


책을 읽으러 가는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서는 대개 지식 습득 목적의 독서를 하러 방문하는 편이다. 나처럼 주말 아침에 방문하는 여자분이 있다. 노트북으로 일러스트 디자인 같은 걸 하신다. 우연히 그녀의 뒷자리에 앉은 날이 있었다. 그날은 주말 아침이었다. 등을 조금 굽힌 자세로 집중하여 툴을 다루는 모습을 잠시 감상했다. 오늘 아침에도 그녀는 카페에 있었는데, 나만 속으로 인사를 했다.


동네 단골 카페가 있다. 라떼 폼을 내는 피처가 통로 바로 옆에 있다.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고 스팀피처를 다루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스팀피처 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여 기공 없이 촘촘한 우유 폼을 만드신다. 그 모습을 아닌 척 조금 멀리서 감상했다.


동네 만두 가게가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이 도로를 마주하고 있다. 그 뒤에는 만두를 빚는 사장님 부부가 보인다. 남자 사장님은 오늘 몇 개째 빚고 있으실지 모를 만두를 프로처럼 빚고 있다. '4분만 기다리세요~'라는 여자 사장님의 말에 누군가의 인내와 꾸준함으로 만두가 탄생하는 모습을 멍하니 감상한다. 만두가 바로 준비되어 나왔다면 어쩌면 몰랐을 텐데.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탁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신다. 어느 날 저녁, 곧은 자세로 앉아 납품 영수증과 장부를 넘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는 집에 일을 가져오시는 편은 아니셔서 귀한 장면이었다. 돋보기 너머 날렵한 눈빛을 반짝이며 장부를 작성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사장님이다' 싶었다.



그렇다, 나는 집중하고 있는 옆모습을 참 좋아한다.


주의를 기울인 쪽으로 약간 굽은 등을 보고 있으면, 그 주변에 발산되고 있는 고요한 아우라가 느껴진달까.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한 인간의 몸짓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는 오늘 어떤 옆모습을 가진 사람일까-

멀리서 바라보듯 내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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