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웃 - 안부 묻는 세탁소
아침 출근길에는 가벼운 봄비가 내렸다.
점심시간 즈음부터 날이 개었다.
어둑했던 하늘이 걷히고 햇빛이 거리를 비추었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퇴근길에 보는 구름은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지나면 그날 하늘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어쩐 일인지 가을하늘에 견주어도 될 정도로 맑아도 보였다. 어쩌면 견주지 않아도 되었다. 봄의 하늘은 이런 모습이었다.
오늘 이른 퇴근을 했다. 새로 산 바지 수선을 미루고 있었는데 햇빛도 있겠다- 바지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옷 수선을 맡길 때 늘 가는 수선집이 있다. 시장 초입부에 위치한 단칸방 크기의 수선집이다. 이제는 가면 “왔어~?”하며 맞아주신다. 그러면 나는 “네~ 오랜만이죠, 안녕하셨어요?”하며 배시시 웃고는 미닫이 문턱을 넘어 들어간다.
옷 수선은 간간히 하게 되는지라, 그때마다 우리는 안부를 묻는다. 미싱과 가위를 든 할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때로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시시콜콜하게 듣고, 하고 온다. 수영 얘기,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얘기 등등.. 때로는 할머니와 안부 인사를 나누러 방문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몇 달 만이었다. 설날 전에 갔었으니까, 세 달은 된 셈이다. 할머니와 새해 인사는 나누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랜만에 방문한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기회 있을 때 가는 거지- 라며 가게로 향한다. 시장 초입 골목이 위치한 작은 수선집은 예상대로 불이 켜져 있었다. 다행이야, 역시, 할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셔.
“안녕하세요~”라며 미닫이 문을 연다. “왔어?”라며 씨익 웃어주시는 할머니. “네~ 오랜만이죠”라며 배시시 웃었다. 언제 와도 나를 알아보시고, 그저 반갑게 맞아 주시는 주인 할머니에게 고맙다. 손녀딸 같다는 듯 그저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나도 평소의 긴장을 내려놓는다. 힘든 하루여도, 수선집의 미닫이 문을 열고 닫을 때는 아이 같은 웃음을 장착하게 된다.
수선집을 나서면 혼자 사는 이 동네에서 그래도 서로를 아는, 어떤 이웃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만큼 할머니가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건강하신지와 같은 할머니의 안부가 내게도 중요하다.
안부 인사차 지나가면서 가끔 들르고 싶지만 위치상 일부러 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의 안부는 수선을 맡길 때만 나누는 인사다. 서로가 안심할 수 있도록 늘 자리를 지키며, 간간이 안부를 챙기는 이웃이 될 수 있기를.
퇴근길 하늘은 마냥 청량하고 눈부셨다.
수선집에 다녀오는 하늘은 노을 띈 색이다.
안부 인사를 다녀오는 길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