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방문(Private Visit)

명사들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by 현이

오늘 우연한 계기로 사진전에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잡지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잡지 안에만 있는 것 같은 페이지들을 보고 있었다.

기프티콘으로 받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창밖에 비가 꽤 낭만적으로 보이는 오전이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전시가 눈에 띄었다.

명사들의 집을 촬영해 온 사진작가였다.

그의 이름은 프랑수아 알라르이다.


매우 사적인 공간인 만큼, '집'은 사는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전시 타이틀 역시 '은밀한 방문'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비지트 프리베(VISITE PRIVÉE)’

그는 코코 샤넬, 이브 생 로랑의 저택,

화가 세잔의 작업실, 그의 우상이었던 CY 트웜블리의 저택 등 명사들의 사적인 공간을 촬영해 왔다.




늘 '어떻게 집을 더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나.

그들의 집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영감을 받고, 사랑했을까?


항상 고민한다.

나의 공간을 더 사랑하고, 여기서 보호받는다고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서울. 혼자 사는 방. 아직도, 때때로 너무 낯설고 불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주 지루함을 느낀다. 환경이 어색한 건지, 내 마음이 텅 비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사진작가 알라르가 기록해 온 지극히 사적인 공간들. 그들의 공간이 궁금했다. 그래서 집에 와 간단한 점심식사 후 바로 전시회로 향했다.


혼자 전시회를 가면 좋다. 나의 속도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서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어서다.


아무튼, 나름의 목적을 갖고 명사들의 집과 작업실을 보러 갔는데 와닿는 부분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

그중에는 의외의 수확도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1. "공간 그 자체를 담기보다는, 공간이 품고 있는 분위기, 영혼, 그리고 감정을 포착하고 싶어요."

(mood, soul, and emotions)

화가 세잔의 작업실. 집중력을 보탤 듯한 사다리가 마음에 든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가 물체(objects)를 보는 관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물체를 바라볼 때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말을 거는(speaks) 물체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은 공간과 호흡하며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고 했다.


그가 기록한 공간들은 정말 다양하다. 로마 시대 파티가 열렸던 홀(hall), 자신이 56일 동안 머무르며 고립되었던 아틀리에, 앙리 마티스와 세잔과 같은 예술가들이 내면의 영감을 그림으로 옮겨냈던 집이자 작업실 등.


그의 인터뷰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는데, 그는 어떤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느끼고 담아내는 사람이었다. 분위기, 영혼, 그리고 감정. 내가 중요시하는 것들. 어딘가 붕 뜬 느낌으로 자주 접속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사람 간에 그리고 사람과 물체 간에 흐른다고 믿는 어떤 기류. 그래서인지 작업에 대한 그의 세계관이 아주 반가웠다.


사진을 보면서 느꼈다. 성대한 파티가 열렸던 공간의 숨소리 그러나 지금은 유물이 되어 텅 비어 있는, 바람만이 스쳐가며 공간을 채우는. 자신의 어둑하지만 꽃 한 송이를 화병에 올려 둔 침대.



2. 모든 것은 끝이 있으며 저편의 과거가 된다.

웅장하고 화려했던 벽은 이제..

장소의 이름을 적어 왔는데 검색해 보니 다른 사진들이 나온다. 더 세부적으로 찾아봐야 하는 장소인 듯하다. 그리스에서 귀족들로부터 사랑받은, 연회장으로 쓰인 곳이다.


화려하게 빛나며 웅장했을 그 돌벽은 이제 무상하고 조금은 황량할 정도로 남아 있다. 그것도 보존되어.

이름을 떨쳤을 사람들이 지났을 고귀했던 이곳은 과거의 저편이 되어 버렸다.


난 왠지 모를 용기를 얻었다.

'결국 모든 게 이렇게 기억 저편으로 과거 저편으로 사라지는 거야.'

하루하루 사는 게 지루하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흑과거도 계속 만든다. 그래도 결국 끝나고 이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거야. 이 사진에 떠오른 감정이, 생각이 신기했다.


여행하는 동안 이런 유적지에 왔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사진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가능했을까. 아무튼, 지금 너무 큰 문제인 모든 것들이 결국은 다 사소해지는 거야. 그리고 먼지처럼 사라지는 거야.


영화 아바타를 가장 좋아한다. 이런 대사가 있다.

"Every songcord must have a last bead."

모든 음악에는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지. 너무 자주 잊는 사실이지만, 결국 이 장소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쓰다 보니 그의 사진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의외성을 많이 발견했다. 그리고 삶에 들여올 가느다란 영감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명사들의 집을 담는 기회를 통해, 삶을 기록하고 재해석해서 이어가고 싶다고(prolong) 했다.

사진이 공간을 담고 있지만, 그 너머의 서사(narratives)를 들려준다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2편에서 계속.


*사진전 정보를 간단히 기재합니다.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Visite Privée par François Harald>

기간: 4.6. 목~7.30. 일(기간이 임박하여 저도 오늘 보자마자 더욱 다녀왔네요)

장소: 피크닉(piknic) / 중구 회현역 근처

웹사이트: www.pikn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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