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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Apr 28. 2024

좋아하는 일, 관계 맺는 일

나에게 가까워지는 일


좋아하는 카페에서 멋진 문장을 자주 마주하고는 해요.


테이크아웃 컵, 냅킨 그리고 이곳에 비치된 무료 엽서 등 살펴보니 곳곳에 문장들이 은은히 새겨져 있어요.


사장님은 지금 생각이랑 좋아하는 걸 채워보고 싶어 이 카페를 시작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마주하는 문장들은 카페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카페 바깥 자리에 앉아 있어요. 안과 밖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창가 자리이지요. 이곳에 앉으니 선선한 아침 기운이 물씬 느껴지네요. 언제 와도 좋은 이곳은 늘 새롭기까지 하다고 느껴요. 그런 김에 제가 좋아했던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 졌어요. 늘 제게 잔잔한 용기와 지켜가고 싶은 것들을 다시 일깨워 주는 문장 두 가지예요.



You don’t have to be good at it.
Don’t heistate start doing what you love

잘할 필요 없고 잘 못 해도 괜찮아요.
좋아하는 걸 하는 데 망설이진 마세요.


무언가를 하는데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시작하기 망설여져요. 생각한 대로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좋아하는 걸 하는 데 좋아한다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걸로 충분한 이유가 되잖아요.


저도 망설이고는 해요. 좋아해서 조금씩 하는 일들은 솔직히 평소 업무들, 해야 하는 일들에 밀리고는 해요.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 같거든요. 선택하고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용기가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의 시간은 말이죠. 의무감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걸로 채울 수 있을 때에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 같더라고요. 재고 따지는 거 없이 그냥 좋아서 계속 해 온 것들 있잖아요. 유용하지 않아 보이고 바로 이득이 되지는 않는 거. 그래도 나의 인생은 오로지 나만 살아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설령 잘하지 못하는 걸 알게 된다 해도, 그걸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좋아한다는 이유로 말이죠.



To be happy,

We must not be
too concerned with others

행복해지기 위해서,
타인과 너무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 냅킨에 새겨진 문장이 바뀌었더라고요. 처음 읽었을 때 제가 생각해 오던 걸 정확히 표현하신 것 같아서 놀랐어요. 사장님께 이 문장들 직접 생각하시는 건지 물어보기까지 했답니다.


전 이 문장을 보고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속한 작은 사회에서 때로 관계를 힘겹게 유지하려는 것, 그리고 끊임없는 SNS 염탐이요.


문장에서 ‘concerned’라는 건 ‘연계된’을 의미하는데요. 어떤 것에 ‘관여하거나 들어가 있는‘ 걸 연상해 보시면 돼요. 여기서는 타인과 관여하고 있는 걸 의미해요.


타인과의 관여는 속한 사회에서 무형으로 이루어 지죠. 직접적으로 속한 사회는 사실 크지 않을 수 있어요. 저의 경우 회사 조직, 친구들, 가족 이 정도죠.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건 때로 큰 즐거움인데요. 자기 존재를 작은 사회에서만 확인하려 한다면 그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직접 속해 있는 그룹들 내에서, SNS로 연결된 관계들을 통해 끊임없이 존재감을 주고받는 일은 어쩐지 조금 지치게 느껴졌어요.



관계는 중요하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타인과 관계에 관여되기 전에 자신이 잘 서 있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잘 서 있다는 감각 말이에요. 그걸 위한 활동을 뒤로하고, 타인과의 관계들에만 관여되려 하면 어딘가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이 카페에는 거의 혼자 와요. 이곳 창가에 앉아 때로는 멍하니 눈을 쉬게 하고, 강아지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커피를 마시죠.


저는 이때 저 자신과 훨씬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사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이건 타인과 얕은 관계를 통해 알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에 경험하는 것들이 쌓이면서 자신으로서 서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다른 이들과 관계에서도 나로서 담백하게 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로 채워보는 일,

관계를 담백하게 갖는 일.


오늘 같이 해 볼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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