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다는 게 무슨 문제가 돼
아침에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피스텔 1층에서 배달부 한 분을 보았다. 그분은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그분의 뒷모습을 꽤 오래 바라보았다. 그분은 키가 작으셨다. 키가 유독 작으신 분들을 보면 왜인지 가슴 한편이 조금 먹먹해진다. 우리 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런 듯하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이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인지 작은 키가 어떤 면으로든 크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키가 크다 작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나 역시 때때로 키가 작다는 말을 무심코이든 의도적으로든 듣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깎아내릴 수 있는 말을 주고받는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런 말을 들으면 저 사람은 예의가 없구나 정도로만 여길 뿐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상처가 되는 시선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 키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버지는 150대 정도로 유독 키가 작으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키가 많이 크지 않으셨다. 나는 이 사회에서 커갈수록 작은 키로 인해 아버지가 겪었을 숱한 어떠한 시선과 불합리함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버지가 한 인간으로서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나는 언제고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아버지를 떠올린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고, 이제는 칠순이 넘으신 아버지는 누구보다 인자한 얼굴을 지닌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터 작은 키로 인해 겪으셨을 불편한 상황들, 그로 인해 마음에 입으셨을지도 모를 상처와 작아지던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키]라는 건 중립적인 것이고, '키가 작다'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키가 작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 어떤 극복해야 할 요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나는 아버지 덕분에, 그 어떤 선천적인 부분으로 인해 불편한 시선이나 실질적인 불리함을 겪을 필요가 없는 사회를 꿈꾸게 되었다.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아버지를 지켜드리고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