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메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퇴근하고 혼자 들르는 동네 카레가게가 있다. 일본인 직원분들이 성실하게 운영하는 공원 근처 카레집이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도 이곳 카레집으로 쉽게 발걸음이 향한다. 또 거기 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깊이 재지 않고 일상적인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서다.
이곳에 처음 갔을 땐, 그냥 그랬다. 밥 옆에 떠진 카레 한 접시가 간소함 그 자체라서다. 토핑이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냥 카레 한 접시였다. 카레맛도 어딘가 튀는 게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10분이면 뚝딱 할 수 있는.. 좋게 말하면 기본 그 자체의 카레였다. 열 번 이상 방문한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그다음 언젠가 이곳 카레가 생각났기에 재방문으로 이어졌음에 틀림없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이곳 카레는 그래서 일상에서 찾아지는 어떤 날의 식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퇴근하는 평일.. 퇴근이 일상적인 것처럼, 퇴근 시간 저녁식사를 어렵지 않게 해주는 메뉴라고 할까. 늘 기본처럼 보이지만 뭉근히 끓였는지, 풍미가 깊어 카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일하던 시간의 긴장을 풀어줄 정도로는 깊은.. 그런 맛.
오늘은 평소처럼 토미니코리카레(닭고기카레)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잡지. 처음 본 건 아닌데 오늘따라 표지가 눈에 밟혔다. 감자와 당근이 숭덩숭덩 들어가 있는 카레였다. 밥 옆에 소담하게 담겨진 카레.
보아하니 카레는 퇴근 시간 저녁식사로 마음을 끌기에 충분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캬라멜 색상을 띠는 카레를 보면, 왠지 오랜 시간 뭉근히 끓였을 것만 같으니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뭉근하게 해본 게 언제였나. 깊은 맛이 우러날 때까지 누군가가 카레를 저어가며 곁을 지켰을 것만 같다.
뭉근하다-라는 어감도 좋다. 무언가를 뭉근할 정도로- 하는 게, 느껴보는 게 마냥 쉽지가 않아서일까. 카레를 뭉근하게 끓여야 깊은 맛이 만들어지듯, 뭉근하다는 단어에서 왠지 포근한 깊이감이 느껴진다.
또 국물은 아니면서, 따뜻한 수프와 같은 텍스쳐는 어떻고. 따뜻한 음식은 때로는 마음을 채워주는데, 그런 면에서 카레는 심심한 위로가 필요한 날 괜찮은 메뉴다. 카레는.. 그런 요소를 갖춘 음식이다. 거기에, 직원분들이 언제나 반갑게 건네는 인사로 저녁식사는 꽤 넉넉해진다.
그래서 오늘 퇴근길에도 카레를 먹으러 들른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