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스노울리

겨울 끝자락에서, 봄을 기다리는 지점에서

by 현이


요즘 기분은 어떤지?

라고 물어본다면 꽤나 잔잔하고 편안한 하루.

동시에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번 주의 나를 돌아볼 때 시시각각 널뛰었던 감정들이 떠오른다.


큰 틀에서는 비슷한 일상을 지냈다.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은 여전히 ‘잔잔’하게 머물렀고,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처’를 해야 했다.

또 어떤 것들은 오랜만에 나를 ’콩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잠깐 돌아본다.



1. 잔잔한 것

남편이랑 잡는 손

아침 출근길에 커피 사는 시간

회사 일찍 도착해서 하는 영어공부

틈틈이 신문을 읽으며 하는 기록과 생각 정리

출근해서 마음 맞는 동료와 킬킬거리며 하는 대화

틈틈이 하는 업무절차 업그레이드

대단할 것 없지만 깔끔하게 해내는 데일리 업무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사랑 (그만큼 나 역시 표현하는 사랑)


잔잔한 것들은 보통 존재감이 옅게 느껴진다. 때론 당연한 것인 줄 알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면 일상 속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

또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를 키워주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미해서 잘 눈에 안 띄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누가 그랬다. 원래 중요한 건 눈에 안 보인다고.



2. 대처해야 했던 것


소통하는 스타일이 다른 동료와 일하기 (대화 스타일이 호의적인 사람을 선호한다)

갑자기 발생한 전산문제 (오늘 좀 여유 부려도 되나 싶었는데 없던 문제가 발생하는 건 왜일까)

어떤 일을 처음으로 처리해 보기 (이직 11개월 차. 아직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실수했을 때 수습하고 사과하기 (실수란 안 할 수는 없고 줄일 수 있을 뿐)

회사에서 처음 하는 일을 내가 처음 하기 (알아보고 알아봐도 새로운 게 계속 나온다)


지금 직장에서 꽤 루틴한 경향의 일을 하는데, 매일 작든 크든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그러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얼굴을 유지한 채 일 또는 해결을 해나간다. 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모쪼록 해내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걸 통해 내가 무엇 무엇을 배울 수 있겠네 라는 생각하면서 극복(?)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라도 내 이름을 달고 진행하면서, ‘책임이 갖는‘ 이라는 감각을 배웠다.



3. 콩닥 했던 것


외국어로 대화하기


한 줄밖에 없을 만큼 ‘콩닥’이라는 내게 감정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최근에 연례 회식을 하는데 사내 홈페이지에서만 보던 윗사람이 왔다. 외국계 회사라 그분은 외국인이었다. 오랜만에 중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뵌다는 걸 핑계로 인사를 하러 갔다.


그분과 그분의 아내와 중국에서의 경험, 중국어를 배운 이유, 좋아하는 영화, 춤, 운동 등 짧은 시간에도 여러 주제로 즐거운 대화를 했다.

생각이 나지 않는 단어, 술을 마시고 있어 약간 꼬인 발음을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화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가슴속 콩닥거림을 느끼며 평소보다 신나게 대화하는 내가 좋았다.



이렇게 한 주를 돌아보니, 꽤 행복하구나-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매일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잘 지켜 나가야지. 그리고 일상으로 조금 더 더하고 싶은 것들도 떠오른다. 이를테면,


4. 조금 더 더하기

활동적인 활동으로 몸 움직이기 (스트레칭? 러닝? 계단 오르기?)

인내심 있게 활자 읽기 (소장한 책 중에서 좋았던 책을 다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폴링 스노울리 블렌드와 밤 마들렌


이번 주말이 영하의 날씨라고는 하지만 최근에 잠시 따뜻해졌던 날씨 때문인지, 내게는 겨울의 끝자락처럼 느껴진다. 너무 추웠던 이번 겨울도 점차 봄기운으로 옅어지겠지.


동네 카페에 겨울 한정 블렌드가 나왔는데 맛 노트에 ‘블루베리’가 있다. 향을 즐기기엔 따뜻한 커피가 좋을 것 같아 따뜻하게 주문했다.


머그잔에 담겨 나온 커피에서는 정말 산뜻한 블루베리 향이 났고 마실 땐 초콜릿 여운이 조화로웠다. 3월 까지는 이 블렌드가 있다고 해서 아마 주말에 남편과 함께 들를 것 같다.


2월의 시간, 이번 겨울을 천천히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봄 역시 천천히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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