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미덕을 알게 해 주세요

곡선과 직선

by 현이

서울 집에 돌아왔다. 오는 길에 집 정리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다.


도착하면 왠지 저녁식사를 먼저 할 거라 예상했다. 분리수거와 빨래, 샤워도 해야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털썩 쉬고 내일 하자고 마음이 기울 것 같았다. 한 인간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건 솔직히 정말이지 귀찮고 그 자체로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동물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들만의 언어로.



며칠 밖에 다녀오면 정리할 게 많다.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제자리에 두어야 하고, 남겨둔 집안일도 해야 하고. 1인 가구인 나에게 있어 집안일을 하려 움직이려면 때로는 '굳은 마음'이 필요하다. 귀찮음, 체력적 의지 등을 극복하고 움직여야 한다.


‘휴식을 취할 만한' 나의 공간은 그렇게 적어도 주 1회의 청소 끝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집 정리를 하는 건 모든 걸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집을 '사람이 사는 곳'답게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정말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어쩌면 집 정리는 내게 있어 자기 자신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도착해 예상과 달리 정리를 먼저 했다. 이 카톡을 보고서.

한번에 다 해버려


친정에서 같이 모였던 언니는 집에 조금 먼저 갔는데 가자마자 짐 정리를 한 모양이다. 현관문을 열면서 이 카톡을 보고 잠깐 생각을 내려놓은 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남겨둔 집안일을 모두- 해 버렸다. 분리수거, 캐리어 정리, 버려야 하는데 안 버리고 있던 물건 정리, 빨래.. 쉼 없이 움직였음에도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카톡 하나로 이렇게 탄력이 붙었다. 결국 저녁은 8시쯤 먹게 되었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걸 쇠뿔로 단김에 빼듯 해 버리니 마음 한 켠이 가볍다. 덕분에 지금 향긋한 룸 스프레이까지 어우러진 공간에서 저녁을 마무리 하고 있다.




곡선과 직선에 대해 생각한다.

건축가 가우디는 그의 건축물에 곡선(curve)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연은 오직 곡선만을 사용한다.
직선은 인간이 만드는 산물이다.


Casa Batlló. 카사 바트요 by 가우디


그의 말을 듣고 떠올려 보니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많은 것은 곡선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바다의 물결, 웨이브 머리, 나뭇잎의 모양, 꽃이 피어 있는 모양, 기억에 남기까지 하는 따뜻한 말.. 그의 말대로 자연은 곡선적이다.



나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요시 하면서 어째서 그렇게 많은 순간 직선적인걸까.

소중한 사람에게 곡선이 되어주지 못했으며 직선적으로 대했다. 스스로를 바라봄에 있어 거의 늘 직선적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면 곡선처럼 사는 게 좋을텐데. 어째서 그렇지 않아야 할 때 너무 자주 직선이 되었던 걸까.




그럼에도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감각은 직선에 가깝다고 느꼈다. 집 정리에 있어서 만큼은 직선적이어도 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때로는 이렇게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필요하다. 어쨌든 내일 보다 가볍게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걸 해 놓았으니까.



중용은 쉽지 않다. 어째서 많은 부분에서 곡선이어야 할 때는 직선이고, 직선이어야 할 때는 곡선일까. 두 가지 상황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세요. 그리고 중용의 미덕을 행하는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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