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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니 Sep 26. 2024

옛날식의 송아지 고기 요리

BLANQUETTE DE VEAU A L'ANCIENNE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가 거대한 물폭탄을 던지고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방심하다 물폭탄을 맞은 가을이 화가 난 듯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외투가 없으면 안 되는 날씨로 변모했다.


빠르게 변하는 계절처럼 벌써 5번째 수업맞이했다.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가고 변하지만 내 요리실력은 천천히 슬로모션처럼 늘고 있다. 내 요리실력 마저 빠르게 늘면 너무 현실성 없을 것이다. 나를 보고 위안을 삼으셔도 된다.(실력아 제발 좀 늘어라! 부탁이다.)


5번째 수업은 옛날식의 송아지 고기 요리이며, 송아지 고기 흰색 육수를 사용한 전통적인 방법의 요리다. 소고기는 그나마 자주 먹어서 익숙한데 송아지 고기는 왠지 부담스럽달까. 송아지가 불쌍해서 쉽게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어른 소고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난 수업 때 요리가 너무 간단해서 이번 수업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재료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요리과정도 복잡했다. 그래서 요리과정에 따라 재료를 별도로 미리 준비했다. 순서는 메인 요리를 먼저 하고 서브 요리는 한꺼번에 하기로 계획했다.


이번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재료가 상당히 많아서 손질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소고기 요리

소고기 부챗살, 당근, 대파, 셀러리, 양파, 부케가르니(국물의 향을 내기 위한 향신 다발), 소고기 흰색 육수, 소금, 후춧가루

가르니튀르 (주 요리에 곁들여 내는 음식)

작은 양파, 양송이버섯, 감자, 버터, 소금, 레몬즙, 다진 파슬리

소스 재료

버터, 밀가루, 소고기 흰색 육수, 생크림, 달걀노른자, 소금, 후춧가루


재료 준비가 모두 준비됐으면 요리를 시작해 보자!

소고기를 한 변이 3cm인 큐브로 자르고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피를 뺀 고기는 냄비에 넣고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주고 끓여준다. 불순물을 걷어내면서 끓여주다가 뜨거운 물은 버리고 고기를 찬물에 담근다.

부케가르니 재료

고기를 냄비에 다시 넣고 부케가르니, 당근, 대파, 셀러리, 양파를 함께 넣는다. 내용물이 잠길 정도로 소고기 흰색 육수를 붓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1시간 정도 추가로 끓인 후 고기는 젖은 면포로 덮어주고 국물은 체로 걸러준다.


이제 소스를 만들 차례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어주고 잘 섞이도록 저어주면서 루를 만든다. 그리고 아까 만들어 둔 국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루를 천천히 풀어준다. 어느 정도 풀어졌으면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끓인다.

달걀노른자는 볼에 풀어주고 소스를 조금 넣은 다음 잘 섞어준다. 그리고 기존 소스에 넣고 잘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넣고 끓인 다음 아까 면포에 덮어놓은 고기를 소스에 넣고 익혀준다.


3가지의 가르니튀르를 만든다.

작은 양파를 냄비에 넣고 추가로 버터, 소금, 물을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인다. 물이 너무 많으면 양파 맛이 없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양송이버섯은 한입에 먹기 좋은 형태로 잘라서 냄비에 넣어주고 버터, 소금, 레몬즙, 물을 넣고 끓인다. 5분 정도 끓인 다음 양송이버섯만 그릇에 옮겨 담는다.


감자는 5~6cm 길이로 잘라주고 7면으로 각을 내어 손질해 준다. 마찬가지로 냄비에 넣은 다음 소금과 물을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너무 많이 익히면 부스러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제 모든 요리과정이 마무리되었고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서 식탁에 올리면 끝이다.


포토타임이다. 전문가 양반 사진 좀 찍어보시오!

식기 전에 얼른 맛을 보고 평가를 해보자.


아내

완성된 음식을 보면 맛이 예상이 되는데 역시 예상한 맛이다. 다 고소한 요리만 있어서 상큼한 맛이 추가로 있었으면 좋겠다.  부케가르니가 들어간 육수는 진짜 진하고 맛있었다. 양파의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는데 물컹한 양파는 내 취향이 아니다. (혹평 전문가로 거듭났다.)


처제

이미 샌드위치를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면 진짜 맛있는 것이다. 정말 부드럽고 고소해서 소스에 감자가 들어간 줄 알았는데 감자가 안 들어갔다니 놀랐다. 크리스마스 때 와인과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본인

요리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특히 소스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소스에 많은 재료가 들어가서 다양한 풍미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고기는 오래 끓였음에도 질기지 않고 좋은 식감을 유지했다. 가르니튀르와 같이 곁들여 먹으니 고급요리를 먹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해 주었다.


이번 요리는 쉽게 말하면 익힌 고기와 채소에 크림소스를 부어 먹는 음식이라 말할 수 있다. 요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본 것이 뇌리에 박혔다.


나름 성공적인 요리수업이라 생각한다. 다음 요리수업이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요리수업 끝!!(다음 요리는 과연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비하인드

전문가의 열정적인 사진 찍는 모습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포토그래퍼 김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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