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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니 Oct 17. 2024

쉬프렘소스의 닭고기 포셰

POULARDE POCHEE SAUCE SUPREME

음식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는 웬만하면 챙겨보려고 한다. 최근에 본 작품은 프렌치수프라는 영화다. 1885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레스토랑 오너와 그를 위해 일하는 요리사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으로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 보고 난 뒤에 유명한지 알았다.)


영화 내내 엔틱 한 멋진 주방에서 근사한 요리 장면이 실컷 나오니 요리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드린다.

특히 한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어떤 요리를 먹을 때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먹는 것이 나온다. 무슨 요리를 먹길래 죄지은 사람 마냥 몰래 숨어서 먹는지 궁금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찾아봤다.


바로 그 요리는 오르톨랑(회색머리멧새)이다. 랑스 남서부 지역에서는  전통음식 중 하나로 소개된다.  천상의 맛이라 표현되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잡아 먹은 건지. 현재 프랑스에서는 사육과 판매, 요리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요리 과정에 대한 설명은 포기하겠다.  알게 되면 속이 거북해 글 읽기를 중단할 것 같아서  따로 찾아보길 바란다.(제발 글 다 읽고 검색하자. 미리 찾기 금지!)


프랑스요리는 알면 알수록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이지 괜히 미식의 나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괴식도 많은 것 같다.)


영화 얘기는 여기서 각설하고 오늘의 수업을 시작해 보도록 하자. 진짜 학교라면 지금 중간고사 기간인데 난 다행히 중간고사가 없다. 끝없는 요리 수업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험이 나으려나?)


이번 요리 수업시간에 만들어 볼 요리는 바로 쉬프렘소스의 닭고기 포셰다. 대부분 여기서 아는 단어는 닭고기 밖에 없을 거라 예상된다. 쉽게 설명하면 닭고기를 끓는 육수에 데쳐서 익힌 후 상큼한 화이트소스를 붓고 필라프(밥요리)를 함께 곁들여 먹는 요리라 할 수 있다. (초보자 설명인데 이게 맞겠죠?)


닭고기 육수 : 닭고기, 당근, 리크, 양파, 부케가르니, 셀러리를 넣어 만든 흰 육수

블루테 : 버터와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루(roux)를 만들고 여기에 흰 육수를 부어 혼합한 것

쉬프렘 소스 : 블루테에 생크림, 달걀노른자, 레몬즙을 넣고 만든 것

포셰 : 식재료를 끓는 액체에 넣고 데쳐 익히는 것

필라프 : 버터와 다진 양파에 쌀을 넣어 볶다가 육수와 부케가르니를 넣고 오븐에 익힌 밥


진짜 프랑스 요리에는 낯선 용어가 많아서 찾아가며 공부하는 재미는 있는데 수업 진행이 너무 더디다. (왜 벌써부터 지치지?)


요리에 앞서 재료 소개에 들어가 보자. 재료는 특별하게 구하기 어려운 것은 없었다. 모든 재료는 일반 마트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지만 부케가르니(파슬리, 셀러리, 월계수, 타임 다발) 재료는 큰 마트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편이 좋다.


주재료

영계 1마리, 당근, 양파, 대파, 셀러리, 부케가르니, 닭 육수(물도 가능)

소스 재료

버터, 밀가루, 닭 육수(닭고기 삶고 나온 국물), 생크림, 달걀노른자, 레몬즙 1개분, 소금, 후춧가루

필라프 재료

쌀, 다진 양파, 부케가르니, 소금, 닭 육수(쌀의 1.5배)


재료 준비되었으면 프랑스 요리 시작이다!

생닭은 아기(?) 다루듯이 어루만지면서 다리와 날개를 요리용 실로 묶은 뒤 냄비에 넣는다. 그리고 양파, 당근, 셀러리, 대파, 부케가르니를 넣고 마지막으로 육수를 냄비에 붓는다. 중불에서 약 45분 정도 끓인다. 닭이 익은 게 보이면 닭을 건져내고 마르지 않게 젖은 면포로 싸서 둔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흰색 루(roux)를 만들어 식힌 후 닭 육수를 조금씩 부어주면서 블루테를 만들어 준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30분 정도 끓이고 생크림을 넣고 몇 분 더 끓인다.

볼에 노른자를 풀고 소스를 조금 넣어서 섞어 준 다음 원래 소스에 다시 붓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레몬즙을 넣은 후 체에 걸러 쉬프렘 소스를 완성한다. 


닭고기와 곁들여 먹을 필라프를 만들어보자.

오븐용 냄비에 버터와 다진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준다. 그리고 쌀을 넣고 볶아준 다음 육수를 붓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소금 간을 하고 부케가르니를 넣고 뚜껑을 덮어준다.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분 정도 익혀주면 필라프 완성이다.

닭에 묶어둔 실을 제거하고 닭 가슴살을 칼로 발라낸다. 가슴 중앙에 있는 뼈를 제거하고 그 부위에 필라프로 채워 넣는다. (마치 삼계탕 닭에 찹쌀을 넣는 것과 유사하다.) 남은 필라프는 플레이팅 할 그릇 바닥에 깔아 준다. 닭 가슴살의 껍질을 벗기고 슬라이스 해서 필라프 위에 장식하고 쉬프렘 소스를 부으면 요리 이다.


힘든 시간과 고난이 있었지만 모든 요리가 완성되었다.

(약 3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

요리를 하면서 마치 우리나라 삼계탕이 떠올랐다. 국물이 없는 삼계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사해서 더욱 보양식처럼 느껴졌다.


자! 요리가 모두 완성되었으니 시식을 하고 평가를 들어보자.


아내

"이번 요리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필라프고 엄청 고소하다. 그리고 닭을 굽거나 튀길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삶는 방식이라 특이했다. 처음 먹어보는 느낌의 맛인데도 거부감이 없다. 프랑스 요리인데도 삼계탕과 비슷한 보양식의 느낌을 받았다."  


처제

"필라프는 아이들이 또줘 또줘 할 만큼 정말 좋아할 맛이다. 그런데 필라프에서 버터맛이 많이 나서  무겁게 느껴졌다. 소스만 먹었을 때는 시큼함이 강했는데 닭고기와 같이 먹으니 신맛이 거의 튀지 않았다. 특히 기름진 부위는 상큼한 소스와 잘 어울렸다."


아들

"(입에 넣자마자) 안 맛있어." (오늘부터 밥 없어!!)


본인

"요리를 하면서 닭에서 우러나온 육수는 진짜 최고였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엄청 강해서 소스를 만들 때도 필라프를 만들 때도 그 영향이 많이 끼친 것 같다. 소스는 상큼하면서도 고소해서 닭고기와 잘 어울렸다. 솔직히 소스만 맛을 봤을 때 이거 너무 신맛이 강한데 괜찮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괜한 기우였다. 필라프는 오븐에서 꺼내고 뚜껑을 열었을 때 깜짝 놀랐다. 향긋한 향과 고소한 향이 진동을 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찹쌀밥에 각종 향신료를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판 보양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 좋을 것 같은 품격 있는 요리였다."


이번 요리에서는 닭 육수를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한 점이 좋았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정말 경제적인 요리라 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은 긴 바늘이 없어서 교재에 나온 것처럼 닭 묶는 방법을 제대로 따라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비슷하게 해 보려고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바늘 주문하러 가자!!)


새로운 요리법을 알게 되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 준 이번 수업 칭찬해!!


다음 수업 시간에서 만나요~뿅!!



비하인드  


분명 닭고기가 있었는데 없었다.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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