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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니 Oct 23. 2024

사브리나풍의 속을 채운 가지

AUBERGINES FARCIES 'SABRINA'

소파에 푹 기대앉아서 교재를 펼치고는 다음 요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요리 제목이 눈에 훅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브리나의 속을 채운 가지"


교재 제목에도 사브리나가 들어가는데 이는 영화 "사브리나"에서 따왔고 주인공이 다닌 요리 학교가 바로 르꼬르동 블루였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요리 제목에도 들어가니 점점 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려 1954년도에 개봉한 엄청 오래된 영화라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다행히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유튜브 너 자중해!)


영화를 다 보고 진짜 요리학교에 대한 장면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뭔가 허무했다. 주인공인 사브리나(오드리헵번)가 요리 학교에서 달걀 까는 방법, 수플레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장면이 전부였다. 물론 로맨스영화라 요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올 필요는 없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적은 분량이 아쉬웠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배우들이 매력적이었고 스토리 또한 요즘 로맨스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영화에서는 특정 요리학교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르꼬르동 블루라 짐작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초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학교는 르꼬르동 블루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엠버서더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교재 제목에 사브리나가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요리 제목인 "사브리나풍"은 도대체 뭘 뜻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알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 (제발 알려주세요. 썸바디 헬프미!!)


답답함을 간직한 채 9번째 요리 수업을 시작해 보자.


서두에 얘기한 대로 이번 요리 제목은 "사브리나풍의 속을 채운 가지" 다. 가지 속을 뭔가로 채워서 요리를 할 것 같다고? 빙고 정답이다!! 


이번 요리 재료는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치즈는 꼭 그뤼에르가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본인이 좋아하는 치즈로 해도 된다. 그리고 카이엔후추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춧가루이니 집에 있는 고춧가루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주재료

통통한 가지, 토마토, 바질, 그뤼에르치즈, 카이엔후추, 올리브오일, 굵은소금, 바질, 소금, 후춧가루

토마토 콩카세

토마토, 양파 또는 샬롯, 마늘, 타임, 월계수 잎, 카이엔후추, 올리브오일, 소금, 후춧가루


예습을 해보니 이번 요리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얼른 요리를 시작해 보자!

가지는 꼭지를 잘라내고 길게 2 등분하여 자른다. 그리고 가지 속을 격자무늬로 칼집을 내준다. 너무 깊게 하면 가지가 찢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오븐용 용기를 준비하고 바닥에 굵은소금을 깔아준 다음 가지껍질이 소금 쪽을 향하도록 놓는다. 올리브오일을 가지 위에 살짝 부어주고 200도 예열된 오븐에 25분간 구워준다.

다 구워진 가지 속살은 파내서 잘게 썰어둔다.

토마토 콩카세를 준비하자. 콩카세"바질향이 나는 토마토 크림 포타주"에서 나온 용어인데 채소를 아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토마토에 열십자로 칼집을 내주고 끓는 물에 데친 후 건져 찬물에 담근다. 그러면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씨는 제거하고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준다.

잘게 썬 양파와 올리브오일을 팬에 넣어주고 볶아준다. 익기 시작하면 토마토 콩카세를 넣어주고 타임, 월계수 잎, 마늘을 넣고 물기가 없어질 정도로 조려준다.

걸쭉한 상태가 되면 소금, 후춧가루, 카이엔후추로 간을 하고 잘게 썬 파슬리를 넣어준다.

이제 볼에 옮겨 담고 잘게 썬 가지와 바질을 넣어준다. 소금과 후춧가루, 카이엔후추, 그뤼에르치즈를 넣고 잘 섞어주면 속이 완성된다. (약간 만두소 같은 느낌이 든다.)

가지를 반달로 잘라서 팬에 넣고 올리브오일을 부어 팬에 볶아준다. 그리고 토마토는 껍질을 벗기고 역시 반달로 썰어준다. 가지에 속을 가득 채워주고 그 위에 반달 토마토, 가지를 차례로 얹어준다. 마지막으로 그뤼에르치즈를 눈꽃처럼 뿌려준다. (강판을 이용해 치즈를 갈 때는 꼭 손 조심하자. 나처럼 치즈 대신 손을 갈 수 있다. 뼈가 보이는 것 같아.)

이제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20분간 구워주면 요리 완성이다. 오븐에서 꺼내니 마치 피자를 구운 것 같은 향이 진동을 한다. 얘들아 얼른 피자 밥 먹자!!




아내

"가지로 만든 피자 맛이다. 의외로 상업적인 맛이고 웬만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맛이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다. 최소 4인분은 해달라"


처제

"맛이 안 나지만 맛있다.(뭔 소리야?) 지난 토마토 크림 포타주와 박빙이다. 버터가 안 들어가서 그런지 너무 깔끔하고 부담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다. 폭신폭신한 질감이 좋다. 아쉬울 정도로 정말 맛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맛인걸 알면 양을 많이 해달라."


아들

"너무 매워!!" (15년 동안 만두만 먹일까 보다.)


조카

"끝 부분은 바삭바삭해서 과자 같고 가운데 부분이 가장 맛있고 피자 같다"


본인    

"고급스러운 라따뚜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기와 버터가 없어서 그런지 맛이 깔끔하다. 피자치즈를 이용하면 시각적으로 더 피자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가지 특유의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도 가지라 얘기 안 하면 모를 정도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조리법이 쉽다고 되어 있지만 쉬운 듯 쉽지 않은 요리였다. 그래도 평소 라따뚜이를 즐겨 만들어서 그런지 재료들이 낯설지 않고 친숙해서 요리가 술술 진행되었다. 물론 마지막에 방심해서 손을 강판에 갈아버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을 한다. (강판 너 어이가 없네!)


이번 요리 수업도 성공!! 안녕 :)




비하인드


아내가 주기적으로 미안하면 물질적으로 보상을 해주는데 그 주기가 찾아왔다. 또 물질적으로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전혀 사양하지 않고 이탈리안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으니 학원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아내가 흔쾌히 알았다고 했지만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몰라 서둘러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니..." 


내 바리스타자격증!!!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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