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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니 Oct 31. 2024

그르노블풍의 가자미 필레

FILETS DE SOLE GRENOBLOISE

다시 생선 요리를 할 시기가 돌아왔다. 사실 해산물 재료에 대해서는 크게 호감이 있지 않다. 아마도 어릴 때 큰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부모님과 횟집에서 생선회를 시켜서 먹었다. 싱싱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눈뜨고 있는 생선머리가 장식으로 그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죽었겠지라며 최재한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회를 먹으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사방으로 움직였다.(주인양반 너무 싱싱한 것 아니오!!)


진짜 너무 놀라 기절할 뻔 한 이후로 여태껏 생선요리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없다. 그리고 조개류도 먹기만 하면 탈이 나서 진짜 맛이 있지 않다면 굳이 찾아 먹지 않게 되었다. (물론 누가 사주면 잘 먹는다.)


한편으론 프랑스요리에 해산물 비중이 꽤 커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참 도움이 된다. 물론 맛이 없다면 힘들겠지만 고급진 맛이 보장되니 기대가 된다.


벌써 10번 요리수업을 맞이했다. 매주 요리하고 글만 썼을 뿐인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렛츠 겟 더 파티 투나잇!!)


그르노블풍의 가자미 필레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요리 수업을 시작하자. 이번 요리 수업의 제목이다. 프랑스요리는 앞에 수식어가 참 많다. "~식", "~풍" 이런 제목이 많은데 각 지역마다 조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붙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식 김치", "경상도식 김치" 뭐 이런 건가.


아무튼 그르노블풍이란 뫼니에르식으로 익힌 생선에 케이퍼와 껍질을 벗기고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레몬 과육을 곁들인 프랑스 동남부 지방의 전통 요리를 말한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운 식빵 크루통을 추가한다.



뫼니에르 : 생선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밀가루를 묻힌 다음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넣고 생선을 노릇하게 굽는 요리

크루통 : 식빵의 겉테두리 부분을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서 기름에 튀기거나 버터에 구운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명은 기분 탓이겠지?)


지난 요리에 버터가 없어서 맛이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번 요리에는 그런 평가를 받기 힘들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이번 요리의 재료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재료

가자미, 레몬, 식빵, 케이퍼, 버터, 밀가루, 다진 파슬리, 식용유, 소금, 후춧가루, 레몬즙


생각보다 재료 종류가 많지 않아서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가자미는 생물이면 좋겠지만 내가 가는 마트에는 생물이 없어서 냉동 필레로 대체했다. (순살 필레 너무 좋잖아!! 너무 날로 먹나?)


드디어 10번째 요리 시작해 보자!


가자미는 필레로 준비가 되어 특별히 손질할 것은 없다. 원래는 껍질도 벗기고 뼈도 발라내고 해야 하는데 손질된 가자미라 편하다.

생선 양면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그리고 가늘고 긴 가자미 살을 3번 고이 접어둔다.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넣고 생선을 앞뒤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이 요리방식이 앞서 설명한 뫼니에르다. 잘 구워졌으면 식지 않게 따뜻한 곳에 옮겨 담아준다.

이제 크루통을 만들 차례다. 식빵 가장자리를 잘라 주사위 모양으로 만든 다음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맛있는 빵 냄새가 온 집안을 퍼져서 빵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레몬도 역시 껍질을 벗기고 과육을 주사위 모양을 잘라준다.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끓여주고 크루통, 레몬, 케이퍼, 레몬즙을 넣어 추가로 끓인다. 다질 파슬리를 넣어 섞어주고 마무리를 해준다.


가자미를 그릇에 담고 소스를 위에 부어주면 모든 요리는 완성된다. (어때요? 참 쉽죠?)



고소한 냄새가 정말 좋다. 침 그만 흘리고 얼른 먹어보자!


아내

"가자미와 레몬, 케이퍼 조합이 가장 좋았다. 레몬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약간 쓴맛이 계속 입안에 맴돌았다. 아마도 레몬의 쓴맛인 것 같은데 그것만 잡으면 좋겠다. 그리고 크루통이 생각보다 느끼해서 같이 먹기에는 힘들었다. 대구와 가자미를 같이 먹어보니 왜 가자미를 쓰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자미는 살이 연해서 소스가 잘 스며들어 부드럽고 고소해서 잘 어울렸다."


처제

"가자미만 먹어도 정말 고소하고 좋다. 버터를 많이 썼음에도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했다. 느끼한 것이 극강으로 먹고 싶을 때 크루통을 곁들여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장모님

"가자미와 레몬을 곁들여 먹으니 고급스러운 맛이다. 레몬이 느끼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들

"정말 맛있다." (다른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 장난감 사러 가자!!)


본인

"진짜 오늘 버터로 시작해서 버터로 끝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썼다. 그런데 생각보다 느끼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케이퍼와 레몬이 느끼함을 충분히 잡아줘서 그런 것 같다. 가자미가 확실히 부드러워서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이번 요리에서 아쉬웠던 점은 다진 파슬리를 많이 넣어서 그런가 전체적인 요리의 색감이 너무 어둡게 표현되었다. (누가 보면 음식 태운 줄 알겠다.)


그리고 처음에 만든 크루통은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이 정말 좋았는데 마지막에 레몬과 케이퍼와 같이 버터에 넣고 끓일 때 특유의 식감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만약에 다시 한다면 크루통은 따로 곁들여 먹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평소에는 크게 아쉬움이 남지 않았는데 이번 요리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수업이었다. 뿅!!


 



비하인드


아내와 처제가 속 쓰림이 너무 심해서 음식을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 그래도 전문가라면 그런 역경 따위는 이겨내고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는가! (너무 악랄한가?)


심지어 요리도 생각보다 어둡게 완성돼서 최대한 느낌 있게 찍으려고 고생 고생을 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맛 평가도 하고 요리 사진도 완성하였다.


다들 고생 많았어. 다음에는 맛있는 디저트를 해줄 테니 기대하셔라! (참고로 다음 요리 수업은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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