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유니 Oct 10. 2024

화이트 와인 소스의 농어 포셰

FILETS DE BAR POCHES SAUCE VIN BLANC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요즘 논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곧 햅쌀을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창 농가에서 벼를 추수하는 시기 콤바인과 벼를 은 트럭이 길을 막는 것은 일상 다반사다. (바인 좀 빼주세요. 화장실이 너무 급해요. 진짜 배가 너무 아파서 논으로 뛰어들 뻔했다.) 


시골마을에서는 아름다운 꽃처럼 짙어져 가는 가을 단풍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좋은 시기에 난 단풍구경 대신 집에서 프랑스요리에 대한 고뇌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날씨가 좋으니깐 감성적으로 변하나 보다. (코트라도 입고 요리해야겠다.)


이번 8번째 요리 수업은 바로 화이트 와인 소스의 농어 포셰다. 생선 퓌메(생선육수)의 사용과 벨루테(루에 흰 육수를 풀어 만든 소스) 만드는 법이 포인트인 감칠맛이 나는 생선 요리다.


평소에 생선요리를 즐겨하진 않지만 프랑스요리에서 해산물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야 한다.


이번  메인 재료인 농어는 7월이 제철이며, 여름에 잡힌 농어는 다른 어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아서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가을인데 어쩌지.)


농어는 요리 측면에서 열을 가해 조리하는데 좋은 생선이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있어서 고등어와 같이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이제 요리 시작에 앞서 재료를 준비해 보자!


농어 포셰

농어, 샬롯, 양송이버섯, 화이트와인, 생선퓌메(육수), 버터, 밀가루, 생크림, 달걀노른자, 레몬즙, 소금, 후춧가루

시금치 버터볶음

시금치, 식용유, 버터, 소금, 후춧가루


모든 재료는 준비 끝났다. 요리 고고싱!

바트 바닥에 버터를 골고루 발라주고 잘게 썬 샬롯을 깔아준다. 그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샬롯 위에 농어를 올린다. 화이트 와인과 생선퓌메를 부은 다음 냉장고에 넣어둔다. 단맛을 원하면 스위트 와인으로 해도 좋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루(roux)를 만들고 상온에서 식힌다. 냄비에 슬라이스 한 양송이버섯, 소금, 레몬즙, 버터와 물을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끓이고 난 후 육수는 걸러서 별도 용기에 담아둔다.

바트에 담긴 농어를 오븐에 200°C 10분 정도 익힌 뒤에 농어는 조심히 다른 바트에 옮겨 담는다. 바트에 있는 육수는 냄비로 옮겨 담고 아까 만들어 둔 양송이버섯 육수를 붓고 함께 끓인다. (육수에서 상큼하고 향긋한 향이 진동을 한다.)

벨루테를 만들 차례다. 만들어 놓은 루에 육수를 조금씩 붓고 거품기로 저어주면서 풀어준다. 완전히 다 섞이면 약한 불에 30분 정도 끓이고 생크림을 추가로 넣고 10분 간 더 끓인다.

볼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벨루테를 조금씩 더해 가면서 거품기로 젓는다. 전부 섞은 후 약한 불에 몇 분간 더 끓이고 체에 걸러 낸다. 농어 소스 완성이다.

이제 농어와 곁들일 시금치 버터볶음을 만들기 위해서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시금치를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버터를 넣어 볶아준다.


모든 요리는 완성되었고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주자!

매번 요리를 위해서 그릇을 사는데 이번에는 지출이 좀 크다. 그릇이 왜 이리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유명하다고 하니 또 쉽게 수긍을 했다.(참 단순하다.)


비싼 그릇에 플레이팅 해서 더 맛있을 거라고 세뇌시켰으니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맛 평가를 들어보자.


아내

"농어만 먹을 때는 좀 심심한 느낌을 받았는데 버섯과 시금치를 같이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있다. 버섯이 거의 피클 같은 느낌을 준다. 농어와 버섯, 농어와 시금치 각각 먹을 때 다르게 맛이 느껴진다. 손님 접대용 식사로 좋을 것 같다."


처제

"농어 소스가 지난번 송아지 요리에 쓰인 소스와 유사해서 맛있다. 버섯, 시금치와 같이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냉동 농어를 써서 그런지 냉동 특유의 맛이 나서 가급적 제철 생선을 재료로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본인

"확실히 흰 살 생선은 담백하다 못해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레몬에 졸인 버섯과 버터에 볶은 시금치가 보완해 준다. 왜 버섯과 시금치를 같이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됐다. 농어가 아닌 다른 흰 살 생선을 사용해도 되지만 메인재료다 보니 농어로 요리를 꼭 해보고 싶었다. 또다시 요리를 한다면  가자미나 대구 같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흰 살 생선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처음으로 한 프랑스 생선요리의 결과는 두둥!! 자칭 성공!! (맛있으니 성공 맞지?)

결과물은 그럴싸했지만 오랜만에 하는 생선 요리라 긴장되고 생선살이 부서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앞으로 나올 해산물 요리가 상당히 많은데 재료 손질 과정을 보니 난이도가 너무 높다. 특히 뼈를 발라내는 손질법은 벌써부터 무섭고 두렵다.


아무래도 해산물 요리는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여 다음 에는 직접 수산시장을 방문하여 재료를 구입하려 한다. 구입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


오늘 요리 수업 끝! 다음 수업 기다려라!




비하인드

주말에 서울 건대 근처에 있는 조양마트를 방문했다. 무려 3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시골에 사는 설움이.)


조양마트를 방문한 이유는 요리에 쓰일 와인을 사기 위함이었다. (굳이 조양마트에서?라고 말한다면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놀러 간 거다.) 


술에 진심인지라 요리에 들어가는 술이 맛있어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조양마트가 워낙 주류 쪽에서는 유명하다 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다. 확실히 와인, 위스키, 각종 주류가 즐비했고 가격 또한 상당히 저렴했다.


이곳이 바로 술쟁이들의 성지이자 낙원이지 아니한가!


더 있고 싶었지만 기차시간이 다 되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번 요리에 쓰인 화이트 와인 2병만 사고는 총총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끝!!

   







이전 07화 바질향의 토마토 크림 포타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