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요즘 논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곧 햅쌀을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창 농가에서 벼를 추수하는시기라콤바인과 벼를 실은 트럭이 길을 막는 것은 일상 다반사다. (콤바인 좀 빼주세요. 화장실이 너무 급해요. 진짜 배가 너무 아파서 논으로뛰어들 뻔했다.)
시골마을에서는아름다운꽃처럼짙어져 가는 가을 단풍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물론 이 좋은 시기에 난 단풍구경 대신 집에서프랑스요리에 대한 고뇌에 빠져시간을보내고 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날씨가 좋으니깐 감성적으로 변하나 보다. (코트라도 입고 요리해야겠다.)
이번 8번째 요리 수업은 바로화이트 와인 소스의 농어 포셰다.생선 퓌메(생선육수)의 사용과 벨루테(루에 흰 육수를 풀어 만든 소스) 만드는 법이 포인트인 감칠맛이 나는 생선 요리다.
평소에 생선요리를 즐겨하진 않지만 프랑스요리에서해산물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야 한다.
이번 메인재료인 농어는 7월이 제철이며, 여름에 잡힌 농어는 다른 어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아서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가을인데 어쩌지.)
농어는 요리 측면에서 열을 가해 조리하는데 좋은 생선이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있어서 고등어와 같이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바트 바닥에 버터를 골고루 발라주고 잘게 썬 샬롯을 깔아준다. 그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샬롯 위에 농어를 올린다. 화이트 와인과 생선퓌메를 부은 다음 냉장고에 넣어둔다.단맛을 원하면 스위트 와인으로 해도 좋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루(roux)를 만들고 상온에서 식힌다. 냄비에 슬라이스 한 양송이버섯, 소금, 레몬즙, 버터와 물을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끓이고 난 후 육수는 걸러서 별도용기에 담아둔다.
바트에 담긴 농어를 오븐에 200°C 10분 정도 익힌 뒤에 농어는조심히 다른 바트에 옮겨 담는다. 바트에 있는 육수는 냄비로 옮겨 담고 아까 만들어 둔 양송이버섯 육수를 붓고 함께 끓인다. (육수에서 상큼하고 향긋한 향이 진동을 한다.)
벨루테를 만들 차례다. 만들어 놓은 루에 육수를 조금씩 붓고 거품기로 저어주면서 풀어준다. 완전히 다 섞이면 약한 불에 30분 정도 끓이고 생크림을 추가로 넣고 10분 간 더 끓인다.
볼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벨루테를 조금씩 더해 가면서 거품기로 젓는다. 전부 섞은 후 약한 불에 몇 분간 더 끓이고 체에 걸러 낸다. 농어 소스 완성이다.
이제 농어와 곁들일 시금치 버터볶음을 만들기 위해서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시금치를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버터를 넣어 볶아준다.
모든 요리는 완성되었고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주자!
매번 요리를 위해서 그릇을 사는데 이번에는 지출이 좀 크다. 그릇이 왜 이리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유명하다고 하니 또 쉽게 수긍을 했다.(참 단순하다.)
비싼 그릇에 플레이팅 해서 더 맛있을 거라고 세뇌시켰으니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맛 평가를 들어보자.
아내
"농어만 먹을 때는 좀 심심한 느낌을 받았는데 버섯과 시금치를 같이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있다. 버섯이 거의 피클 같은 느낌을 준다. 농어와 버섯, 농어와 시금치 각각 먹을 때 다르게 맛이 느껴진다. 손님 접대용 식사로 좋을 것 같다."
처제
"농어 소스가 지난번 송아지 요리에 쓰인 소스와 유사해서 맛있다. 버섯, 시금치와 같이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냉동 농어를 써서 그런지 냉동 특유의 맛이 나서 가급적 제철 생선을 재료로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본인
"확실히 흰 살 생선은 담백하다 못해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레몬에 졸인 버섯과 버터에 볶은 시금치가 보완해 준다. 왜 버섯과 시금치를 같이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됐다. 농어가 아닌 다른 흰 살 생선을 사용해도 되지만 메인재료다 보니 농어로 요리를 꼭 해보고 싶었다. 또다시 요리를 한다면 가자미나 대구 같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흰 살 생선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