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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니 Aug 29. 2024

자르디니에르 채소를 곁들인 로스트비프 & 채소 수프

ROTI DE BŒUF, JARDINIERE DE LEGUMES

드디어 방구석 프랑스 요리학교가 개강했다. 앞으로 나를 이끌어줄 선생님은 바로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서 출간한 프랑스 요리의 기초 다.(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다.)

요리 관련된 책이나 글을 읽어보면 요리과정을 사진으로 쭈욱 나열만 할 뿐 요리 과정에서 받은 느낌이나 맛에 대한 표현은 거의 없다.


앞으로 요리를 배우면서 초보자의 관점에서 요리 과정에서 겪었던 느낌이나 완성된 요리에 대한 맛 표현을 사실적으로 해보고자 한다.


내 주위에는 유명한 미식 평가단이 있어서 매번 그들의 의견도 들어 볼 작정이다. (아내와 처제가 평가단이다.)


첫 수업 메뉴는 자르디니에르 채소를 곁들인 로스트비프 & 채소 수프이다. 메뉴에서 알 수 있듯이 무려 3가지 요리를 한 번에 해야 한다. 첫 수업부터 너무한 것 아닌가. 나눠서 해보려고 했지만 이건 누가 봐도 세트 요리이다.


교재를 보면 시작부터 생소한 용어가 난무하기 시작한다. '자르디니에르? 미르푸아? 데글라세? 진짜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내가 배우고 있는 건가?'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위압감이 들었다.


자르디니에르 : 텃밭 등에서 키운 채소를 말하며 가장 흔히 사용하는 채소들을 말한다. 폭 0.4cm, 길이 3~4cm의 가는 막대모양으로 잘라야 한다.

미르푸아 : 향미 채소로 불리며 육수나 소스를 만들 때 또는 고기를 약한 불에서 보글보글 끓일 때 쓰인다. 작은 주사위 모양을 썰어야 한다.

데글라세 : 재료를 굽고 끓이다가 굳은 육즙을 이용해 소스를 만드는 방법이다.


하마터면 프랑스 요리다운 우아한 용어에 주눅 들 뻔했지만 요리과정을 찬찬히 읽어보니 조금씩 어떤 요리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큰 소고기 덩어리를 오븐에서 구워 내고 고기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로 소스를 만든다. 두 번째는 고기와 곁들여 먹을 가늘게 채 썬 채소 가니쉬를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채소를 넣어서 끓인 수프를 만들면 첫 수업 요리는 완성이 되는 것이다.


첫 번째로 채소 수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고기 요리가 메인이니 가장 마지막에 하는 게 좋을 듯했다. (아내는 식은 고기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수프는 채소가 익기 좋게 삼각형 모양으로 얇게 썰어서 볶고 마지막으로 육수를 부어서 끓이면 되는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였다.  

교재에 보면 리크라는 재료가 있는데 우리나라 대파와 비슷해 보인다. 맛은 대파보다 덜 맵고 단맛은 더 좋다고 한다. 단맛 때문인지 우리나라 요리에 넣으면 어울리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구하기 힘든 리크 대신 대파로 대체해서 요리를 했다. 앞으로도 구하기 힘든 재료는 마트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대체해서 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 고기와 곁들여 먹을 자르디니에르를 준비했다. 채소를 가늘고 길게 썰어서 손질하고 끓는 물에 삶은 다음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볶으면 된다. (재료 손질만 잘하면 절반 이상 끝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메인 요리과정을 시작했다. 책에는 고기를 실로 묶어서 모양을 유지하라고 나와 있는데 요리 전용 실이 없어서 최대한 구울 때 모양이 유지되도록 주의했다. (일반 수선용 실로 하려다 아내에게 혼났다.)


오븐 팬에 미르푸아 채소를 깔고 그 위로 구운 고기를 올리고 오븐에 20분 굽기 시작했다. 고기가 건조해질까 봐 고기 표면에 녹인 버터를 발라서 최대한 촉촉하도록 하였다.

20분 후에 오븐을 열어 고기는 망에 올려 식혀두고 팬에 남아 있는 채소들 위로 화이트와인과 쇠고기육수를 부어서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소스 만드는 과정이 앞서 나왔던 데글라세를 말한다.

센 불로 끓이면 소스가 자작해지는데 체에 걸러주고 그릇에 부어준다. 그 소스 위로 고기를 올려주면 메인 요리가 완성이 된다.

이로써 장장 2시간에 걸쳐 만든 요리의 결과물이 나왔다. 어떠한가. 처음 배운 요리치고는 그럴듯하지 아니한가.


다만 요리를 완성하고 그럴싸하게 플레이팅 할 그릇이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지만 나름 최대한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보았다.


확실히 맛있는 요리를 하더라도 그걸 더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팅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다. 요리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사게 되는 그릇의 수도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평가단에게 제출하고 초조하게 평가를 기다렸다.


첫 번째 평가위원(아내)은 채소수프에 대해서 프랑스에 뭇국이 있다면 바로 이 맛일 것이라 했고 고기요리에 대해서는 그동안 했던 요리 중에 최고라고 평을 내렸다. 특히 농축된 맛과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소스가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 (소스만 연신 퍼 먹는 걸 말렸다.)


두 번째 평가위원(처제)은 확실히 식품연구원이라 그런지 전문적인 심사평을 내렸다. "형부 진짜 맛있어요!!" 이보다 전문적인 심사평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는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미식가로 이루어진 평가단의 후한 평가를 받아서 뿌듯했지만 어떻게 보면 참으로 신기했다. 그동안 수없이 요리를 했는데도 이런 평가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나 또한 요리를 먹어보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소스였으며, 그동안 만들어 봤던 소스와 확연히 달랐다. 특히 시판 소스에서는 못 느낄 정도로 맛이 고급스럽게 표현이 되었다.


소스에서 오는 다양한 향미와 깊고 풍부하며 혀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과 상큼한 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져서 자칫하면 느끼했을 고기의 맛을 균형 있게 잘 잡아주었다.


그리고 채소수프는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채소를 꺼려하는 아이들이 좋아할 법했다.(실제로 채소를 싫어하는 우리 아이가 최고라며 좋아했다.)


이처럼 교재를 보면서 따라만 해도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요리가 완성이 된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첫 요리를 통해서 앞으로 있을 수많은 요리수업에 대해 기대감이 더더욱 생기게 되었다.



주재료

쇠고기(안심), 당근, 양파, 셀러리, 무, 대파


부재료

타임, 월계수, 마늘, 소금, 후춧가루, 버터, 쇠고기 육수, 화이트 와인, 닭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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