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돌봄의 기본, 잠에 대한 생각
1.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몸은 살아가는 시간의 적어도 1/4을 잠에 할애하도록 진화했다. 그런데 배부르게 먹고 부지런히 유희를 개척하고 끊임없이 치장할 줄 아는 현대인들이 정작 잠만은 몹시 푸대접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이 자기 몫의 잠을 관리하는 방식이 자기 자신에 대한 복지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사람은 충분히 자야 한다. 낮에 소처럼 일하고 저녁에 베짱이처럼 놀았더라도 밤에는 마나님처럼 제 몫의 잠을 성의 있게 대접해 주어야 한다. 잘 때는 소음과 빛이 잘 통제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깨끗하고 편안한 이부자리에 몸을 뉘어야 한다. 또 잠들기 전 마음속의 근심과 걱정을 잘 정돈해 놓는 훈련이 중요하다. 불편한 마음이 불편한 잠을 부르기 때문에.
우리의 몸과 정신은 잠들기 직전에 가장 내밀해진다. 여유가 있다면 잠들기 전 마음속에 간결한 일기를 새겨 놓아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잠드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기만의 쾌적하고 충만한 휴식이 되길 바란다. 지쳐 쓰러져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잠보다 깊게 빠져드는 잠이 일어나서 상쾌하다. 만일 깊은 잠을 청할 적에 누군가를 옆에 둔다면 마음 곁에 두기 기꺼운 이가 좋을 것이다.
2. 잠은 체력을 충전하는 가장 값싸고 용이하며 기본적인 방식이다. 잠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드문 체질을 타고났거나 탁월하게 진화한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우리는 다 제 몫만큼 자야 한다. 나도 당신도, 현장 노동을 하는 이웃도, 고층 아파트에 사는 고임금 전문직 종사자도, 새들도 아가 양도 정명석 씨도 잘 땐 온전히 자야 한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더 오래 깨어 있게 되었으므로 더더욱 ‘잘 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잠을 줄이면 생산 수단을 더 확보할 수 있어 돈을 위해 잠을 줄이기도 하는 세상인 만큼 더 제대로 잠을 챙겨야 한다.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이것저것 바란다. 인품과 체력을 깎아 생존을 유지하는 문화와 멀어지고 싶어서 기본권에 더 집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일부 포기하고 그래서 덜 행복하다. 삶의 에너지를 끌어오기 위해 알면서도 건강을 담보하고, 어쩔 수 없이 인간성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세상이 당연하지는 않다. 그대가 원하지 않는 이유로 잠을 줄이게 될 때, 덕을 보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3. 어떤 면에서 인성과 품위의 유지는 바로 체력에 달려있다. 각자의 이유로 충분히 수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양질의 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되면 사람은 잠 빚을 지게 된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와 기타 부작용은 사람을 점점 더디고 무감각하게 만든다. 나의 기본 출력 값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피로한 사람들이 으레 더욱 무례한 태도를 보이고, 거칠게 행동하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충전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는 탓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인성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잠 빚을 마련해서 서서히 자기 수명을 끌어 쓰는 선택지와 가까워진다. 나는 ‘착한 사람들은 왜 빨리 떠나나’에 대한 답이 사실 이런 이유와도 관련 있지 않나 생각한다.
4. 고생을 해야 할 땐 하더라도 가장 사적인 시간만큼은 잘 대접하고 싶다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란 거 안다. 여러분은 이미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자신을 대접하는 방법을 파악한 사람일 것이다. 근데 잠만큼은, 다시 점검하고 더 잘 챙겨줘도 된다고 나는 감히 얘기하고 싶었다. 나와 당신들이 모두 감히 그걸 원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을 게으름의 근거로 보는 판단 앞에 주눅 들기보다, 계급을 떠나 모두에게는 잠의 질적 유지가 중요하다고 정말로 인정할 줄 아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니까. 그것이 소중한 당신과 당신의 세계를 더 온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해 줄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당신이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수면 시간 내에서 최대로 잘 잤으면 좋겠다. 이불과 베개 커버도 주기적으로 세탁해 뽀송뽀송 향긋한 잠자리에 뿌듯해하며 잠에 들면 좋겠다. 취향과 피부 온도에 잘 맞는 침구도 늘려 나가고, 잠자는 곳을 기분 좋은 곳으로 보전하려고 애써주면 기쁠 것 같다. 그래서 자기만의 성소가 된 이부자리에서 나쁜 꿈도 불안도 피해 가고. 악몽을 꾸더라도 오래 담지 않고 털어버렸으면. 어느 고된 일을 맞닥뜨리고 와도 이부자리 근처에는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잠들 적에 가까이 있었으면. 그래서 자기 돌봄의 기본이 잠에서 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대의 잠을 대접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날들이 쌓여서 오래도록 안녕했으면 좋겠다.
5.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