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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즈 uze Jul 03. 2019

"그건 벌써 많아"라는 말

이미 끝물이고, 지금 막차라고 해도 그냥 할께요 

"그건 벌써 많아! 요즘은 틱톡이 대세지!" 유튜브 계정을 만들었다니까(물론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인이 한 말이다. 유튜브도 벅찬데, 틱톡은 또 뭐야? 같이 있을 때는 '음, 그래' 짐짓 태연한 척 하다 나중에 급 검색해 보니 '글로벌 젊은이들에게 사랑 받는 뮤직 숏 비디오 플랫폼'이라고 한다. 


아이고, 사진 연결해서 동영상 만드는 것도 힘든데 뭘.. 됐다. 


브런치를 시작했다고 했을 때도 다들 똑같은 반응이었다. 벌써 브런치 작가가 2만명도 넘는다던데? 책 낼라고? 거기서 인기 얻어서 출간된 책들 이미 많잖아? 


내 주제에 책은 무슨.. 그냥 하는 건데.. 알았어. 알았다고... 


하도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안목도 높은지 전세계 문화산업계가 주목한다고들 하는(정말일까..) 한국. 뭐 나라 전체가 문화에 관한 남다른 감수성이 있다 치고, 뭐든 새로운 것이 좋다는 생각을 부추기는 건 인구 육천만이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기를 써야 하는 작금의 상황 아닐까. 사람은 많고 기회는 적으며 경쟁률은 높으니 당연히 깃발 먼저 꽂은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선점의 신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최선의 패스트트랙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일 듯. 


페북, 인스타, 유튜브, 브런치, 이제는 틱톡까지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해 돈과 타이틀을 거머쥔 이들의 성공기. 트렌드를 앞서 읽어서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나아가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이들은 인플루언서, 이노베이터, 체인지 메이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며 화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그만한 성과를 내기까지 기울였던 노력이나 갈고 닦은 재능 같은 다른 요소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저 남보다 재빠르게 기회를 잡았다는 점만이 부각될 뿐. "박막례 할머니는 돈 많이 벌어 좋겠네." 


'신데렐라' 신화는 또다른 축, 그러니까 좋아요, 댓글, 공유, 펀딩 등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들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대중을 그저 추종자, 팬, 팔로워 등으로 부른다. 심지어는 호구, ATM이라고 격하시키기도 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문화 생산자들을 매개로 하는 '사업'인 건 사실이지만 생산자 VS 소비자, 더 심하게 말하면 돈 번 자 VS 그 돈을 벌게 해 준 자로 나누는 경제논리 이분법은 추세에 따라 빨리 갈아타야 한다는 논리를 견고하게 한다. 그러니 이제 와서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 주섬주섬 글을 올리고 있는 나는 이미 끝물일 때 노젓는 거고, 막차 떠났는데 손 드는 격일 수도 있다. 그 선점 논리에 따르자면. 


어떻게든 들어가선 또 어떤가. 1인 미디어, 1인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활동들이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은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앞다투어 묻는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되어야 반응이 있는가, 무엇으로 성과를 판단하는가, 이걸로 직업이 되는가. 돈이 벌리는가 등등. 


온라인 마케팅 관련 전문가들이나 관련 책 등에서 볼 수 있는 대답은 한결같고 또 심플하다. "꾸준하게 하라"는 것. 문화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상대방(소비자, 독자, 팬, 그 누구든 내 것을 봐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는 너무나 다양하기에 그나마 만드는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처음 먹었던 마음 그대로 차근 차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든 브런치든 유튜브든 뭘 기대하고 막차라도 탄 건 아니었는데. 그냥 업무 때문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이 다른 사람들, 그것도 글을 쓰는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살짝이라도 알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또 온라인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에 좌판을 열었으니 가벼운 부담감 때문이라도 뭐라도 쓰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들어와보니 내 글은 안 쓰고 구독 작가들 글 올라오는 거 챙겨보는 재미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게 함정. 난 역시 대중의 역할이 마음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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