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은 밸도 없나?

함정 또는 한계 4 절대 '야망의 불꽃'이 될 수 없는 웃픈 근성

by 유즈 uze

실무자형 인간은 상사와 그리 사이가 좋지 못하다. 특히 능력이 없거나 권위적이거나 비열하거나 속이 좁아서 아랫사람들이 싫어하는 상사하고는 더욱 그렇다. 실무자형 인간은 고락을 함께 나누는 동료, 후배들과의 교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변해준답시고 사사건건 토를 달아 상사들이 껄끄러워하는 사원 1순위로 꼽힌다.


진로 관련 성격유형검사 중에 DISC라고 불리는 검사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또 그 환경내에서 자신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D(주도형), I(사교형), S(안전형), C(신중형) 등 네 가지 타입으로 개인 성향을 나누는 검사다. 이중 D와 I가 이른바 카리스마적 지도자 타입으로 성격이 급하고 남들을 컨트롤하려 하며 대인관계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S와 C는 일종의 참모 또는 2인자 타입으로 분석적이고 내성적이며 일을 할 때도 업무 중심이라고. 한마디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곰처럼 재주 부리다가 정년 퇴직도 못 채우고 떨려나가는, 그런 대다수 실무자형 인간들이란 이야기다. 참고로 난 너무 당연하게도 S와 C 유형이었다.


실무자형 인간형이 주변 동료들에게 인기가 좋은 건 상사에게 아부는커녕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 속시원하게 대신 해주는 ‘쿨’한 분위기 때문이다. 전무나 부장이나 직원이나 차지해봤자 책상 하나. 말 한 마디면 짐 싸서 나가야 하는 월급쟁이 팔자는 매한가지라는 시니컬한 정세 분석도 곁들여서. 그런데 이런 태도를 조직에서는 아주, 아주 싫어한다. 특히 ‘입속의 혀’를 좋아하는 상사들일수록 극혐한다.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했고 노무사 자격증이 있는 한 지인이 증언하길 조직에서 싫어하는 인간형 중 최고봉이 ‘시니컬한 인간’이라고 한단다. 자기 어필을 안 하고 다른 팀원들도 고루 부각시켜 주는 태도도 조직 분위기에 따라서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본인은 협업하며 공을 나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상사 눈으로 보기엔 ‘Show Off’하는 기질이 부족한데다 후배들 컨트롤 하는 능력도 미흡하게 보인다. 심지어 자기 등 뒤에서 사조직 만들어 궁시렁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 승부를 보지 않고 슬슬 커리어를 마감하려는 적당주의로 폄하될 위험도 있다. 일은 도맡아 하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애초 시각이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다 달라보인다.


옆에서 보기에는 낯간지럽고 짜증나도 조직에서는 ‘야망의 불꽃’들이 정답이다. 자신의 성과를 실제보다 과대 포장하고, 안 한 일도 했다고 들이대고, 윗 사람들한테 접대 멘트 날리면서 줄타고, 후배들 꽉 잡고... 이런 사람들이 결국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사실 성공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이들에게는 욕먹는 캐릭터 아니던가. 자기 중심적이고 독선적이라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안 모이는, 그러나 개의치 않는 사람들. 스티브 잡스도 소시오패스라는 이야기가 있다.


‘난 그냥 다 알면서 모른척 하고 있을 뿐이야’라며 정신승리하지 말라. 물론 ‘야망의 불꽃’들은 참으로 영악하면서도 제 꾀에 넘어가는 속성이 있어서 제깐에 부리는 얕은 수를 상대방이 눈치 못 채리라 진심으로 믿는다. 그렇다고 ‘으르렁거리지 않으니까 호랑이인 줄 모르냐’며 의연하게 굴어봤자 소용없다.


세상이란 곳의 본질은 고양이지만 털을 바짝 세우고 앙칼지게 울어 제끼면 호랑이인 줄 알고, 그저 심드렁하게 뒷편에 누워 있으면 진짜배기 백호라도 수염을 뽑히는 무원칙의 정글이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인 줄 안다. 그리고 서서히 진짜로 가마니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