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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Aug 14. 2020

고등학교 입학 준비 핵심 포인트3

03. 아이가 지각할 때 엄마가 사과하지 마세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교수님께 학부모가 전화하고, 군대 보낸 엄마도 식단과 일과를 받아 본다고 합니다. 엄마의 치맛바람이 어디까지 통할지, 이런 아이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저도 고등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글을 쓸 때 망설인 부분은 바로 생활기록부나 학교생활은 학생이 스스로 챙겨야 하는데 또 공이 학부모에게 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였습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학부모님이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시는 것도 좋지만, 결정의 주체는 자녀라는 점을 기억하고 존중해 주셔야 합니다.


  간혹 2학년이 되어 갑자기 선택과목을 바꾸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1학년 때 엄마가 00과목을 들으라고 해서 따랐는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본인과 너무 안 맞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업도 대충 듣고, 성적도 안 좋아서 꼭 진로를 바꿔야겠다고 합니다. 본인이 공부를 안 한 책임, 과목 선택을 잘못한 책임과 원망의 화살은 모두 엄마를 향합니다.


  심지어 지각해도 엄마가 안 깨웠다는 핑계를 대고, 종례 시간에 몇 번이나 내일이 등교일이라고 알려줬는데, 엄마가 온라인수업이었다고 해서 안 왔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담임에게 전화해서 ‘아이는 잘못이 없고 엄마가 못 깨웠어요.’라고 특별히 엄마의 실수임을 강조합니다. 저도 교사이자 학부모기에 이런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나면 참 서글프면서 엄마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 청소년기 아이를 과보호하면 아이가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 가서 엄마 핑계를 대고, 엄마를 원망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을 부모에게 돌릴 수 있으니 중요한 문제도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아예 결정 자체를 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목 선택이나 시험 기간만큼은 챙겨주셔도 좋습니다. 독서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나 잔소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는 신경 쓰지 마, 엄마가 다 해줄게’ 식의 태도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됩니다. 아이가 안쓰럽다고 걸어갈 수 있는데 차로 태워주고, 어떤 동아리를 들지 대신 고민해서 결정해 주고, 아이가 읽어야 할 책을 엄마가 나서서 골라주는 열성 엄마가 너무 많습니다.


  엄마의 열정이 아이의 열정을 빼앗고,
엄마의 선택이 아이의 선택 능력과 책임감을 빼앗습니다.

  학생 스스로 고민해서 동아리에 가입해야 신이 납니다. 어렵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참여한 수업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본인이 선택했으니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 결과도 더 좋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자퇴하고 싶은 학생과 고등학교만큼은 졸업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어머니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학교를 떠날 의지가 확고한데 부모님은 어떻게든 학생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학업 중단을 막아보려는 어머니의 의지가 정말 눈물겹습니다.


  요즘은 가정학습을 신청해서 결과물을 제출해야 출석 인정을 받으니 그 결과물로 근근이 출석 일수를 채우고 있습니다. 제출하는 서류는 학생과 함께 했다고 하지만, 누가 보아도 어머니가 공부한 결과물입니다. 엄마 글씨로 수학 문제도 풀고 온라인 학습도 대신 클릭합니다. 물론 제가 책임질 수 없는 심증입니다만, 무기력한 학생이 했을 리 없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들고 어딘가 어색한 태도로 학교를 방문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같이 속이 상합니다.


  이런 경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백날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원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친구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 놀기도 해본 아이들이 결국 본인의 의지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재입학을 합니다.


  막상 사회에 나가보면 중학교 학력으로 할 수 있는 괜찮은 일이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일 년 늦게 간다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끌고 가서 출석 일수만 겨우 맞춰 졸업시키는 것이 아이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학부모님 입장에서 자퇴나 전학 같은 큰 문제를 아직 미성년자인(미성숙한) 자녀 의견을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우선은 동아리 선택, 친구를 사귀는 문제, 책 고르기 등 작은 것부터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가져가게 두셔야 합니다.


  작은 선택에서 책임을 지기 시작하면 자퇴와 같이 크게 책임질 일을 어느 날 갑자기 저지르지도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녀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대신해 주고, 모든 선택에 개입하고, 엄마가 아이의 장래에 대한 계획을 앞서가며 세우고 있다면 반문해 봐야 합니다.


엄마의 열정이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인지, 내 아이를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믿는 만큼 성장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입니다.


  자율성과 책임감이 고등 시기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태도지만, 이런 능력이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입학 준비 핵심 포인트3은 자율성과 책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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