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전형은 정량평가가 아닙니다. 한 번의 시험을 망쳤다고 해서 점수가 깎이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생활 전체의 “과정”을 보고 정성적으로 평가합니다.
입학사정관도 학생이 AI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방황하거나 아프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험 자체를 망친 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후에 다시 노력해서 성적이 향상되었는지, 회복이 가능한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의 시험을 망쳤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생활기록부에서 말해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도 충분히 있습니다.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할 때 성적이 상승곡선이 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충고는 이미 시험을 망친 뒤에나 필요한 것입니다. 대학에서는 F학점을 받은 과목에 대해 재시험을 치르고 최종 시험 점수만 성적표에 남게 되지만, 고등은 재수강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시험을 망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겠죠? 시험이 그냥 어려워 못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안타깝게 망치는 대표적 사례가 있습니다.
1. 난이도를 가늠하지 못해 시험을 망칩니다.
중간고사에서 국어 100점을 맞은 A는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오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공부했던 방법 그대로 기말시험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50점으로 점수가 폭락합니다. 이 학생은 같은 수준으로 시험공부를 했는데 왜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는지 몰라 속상해하고, 교실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고1 첫 중간고사는 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시험 유형에 적응하라는 의미도 있고, 아직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혹시 등급이 갈리지 않더라도 기말고사와 수행평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할 이유도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 19로 등교 수업이 지연되고 온라인 수업 위주로 진도가 나간 경우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에 당연히 대다수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했습니다. 과목마다 만점자가 20명 이상 속출하고 80점 이상인 학생이 학급의 절반이 될 만큼 모두가 시험을 잘 본 겁니다. 그러면 기말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렇게 80점 이상의 학생들이 많이 나온 과목의 경우 기말시험은 당연히 어렵게 출제합니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의 학생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점자가 4%를 넘어버리면 그 과목에서 1등급은 아무도 받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고등교사라면 꿈에도 나올 만큼 아찔한 상황입니다. 정말 1등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영혼이 갈려버릴 거라는 농담도 종종 합니다. 그만큼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자신감으로 기말고사도 같은 수준으로 공부를 하다가 들쭉날쭉한 난이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험을 망칩니다.
물론 난이도가 비슷한 문항을 출제하는 시험이 좋은 시험이겠지만, 1학년은 성적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전 시험의 난이도를 생각해서 다음 시험의 난이도를 예측하고 공부하는 요령도 있어야 합니다.
2. 늦잠을 자다가 시험 시간을 놓칩니다.
시험 시간을 놓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매 시험, 거의 모든 학년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A는 평소 12시쯤 잠자리에 들지만, 시험 기간에는 늦게까지 벼락치기를 하느라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아침에 부모님은 출근하면서 학생을 깨워 씻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가십니다. 그런데 학생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10분만 침대에서 쉬다가 교복을 입으려고 “잠깐” 침대에 눕습니다. 그다음 상황은 예상되시죠?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 아니라 너무 밤늦게까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망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담임선생님은 교실 입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모범생 A의 빈자리를 보고 당황합니다. 매번 늦는 학생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담임을 맡을 때마다 겪는 일이라 아주 서늘한 느낌이 오는 순간입니다. 학생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되고, 어머니는 분명 깨우고 나왔다며 사색이 됩니다. 심지어 아이가 늦잠을 자서 시험 시간에 늦은 걸 알게 된 어머니가 울먹이며 집에서 챙겨주지 못한 걸 자책하시는 상황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헐레벌떡 이미 시험지가 배부된 교실에 뛰어 들어와서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떨리는 손과 이미 울고 온 것 같은 빨간 눈으로 시험을 치는 학생을 보면 저도 너무 속이 상합니다. 특히 수학처럼 1분 1초가 아쉬운 시험에서 이런 실수는 정말 치명적입니다. 이렇게 상상치 못한 일이 내 아이에게 벌어지면 안 되겠죠?
어머니도 미리 알고 도와주셔야 합니다. 워킹맘이라면 아이를 깨우고 그냥 나오지 말고, 알람 몇 개를 더 맞추도록 하거나 아예 학교까지 태워주셔도 좋습니다.
물론, 고등학생이니 스스로 하도록 믿고 맡기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아직 1학년은 새로운 기관과 시험에 첫 적응을 해가는 아이들입니다. 시험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부모님께서 한번 더 챙겨주시고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3. 챙겨야 할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아 당황합니다.
고1 첫 시험 때마다 시계 전쟁이 벌어집니다. 고등학교는 수학능력시험에 준해서 벽시계를 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가 대다수입니다. 벽시계가 갑자기 멈췄을 때 책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는 오히려 시계를 잘 보이는 곳 칠판 앞에 놓아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원칙을 알려줘도 어차피 허용할 거라고 착각합니다.
아날로그시계를 챙겨 오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반마다 시험 당일에 전자시계를 떡하니 차고 오는 아이들이 네댓 명씩 나옵니다. 시계를 압수당한 아이들은 벽시계를 놔달라고 계속 담임을 조르거나 시간 조절에 이미 실패했다며 울상입니다.
선생님들께 손목시계 좀 빌려달라며 아까운 시험 직전 시간을 감독 없는 선생님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담임으로서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수정테이프 사용이 가능하니 챙겨 오라고 해도 가져오지 않아서 답을 고칠 때마다 감독관에게 빌리는 학생도 있습니다.
본인의 수정테이프를 사용하면 1초면 할 수 있는 일을 감독관에게 손을 들어 빌리고, 사용 후 반납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시간 낭비라고 여겨집니다. 별도의 답안지에 샤프를 사용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샤프로 답안을 작성하다가 다 써 놓은 답을 감독관 지시에 따라 볼펜으로 고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이런 준비물 하나가 대수롭지 않게 보여도 일단 당황하면 불안해지고, 안정감 없이 시험을 잘 치르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