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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Sep 08. 2020

강의식 수업 VS 참여형 수업

고등학교 수업은 어떤 형태인가요?

 ‘고등학교 수업은 여전히 강의식인가요, 학생 참여형인가요?’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강의도 있고, 학생 참여가 많은 토론도 있습니다. 수업 형태는 교과의 특성과 수업을 하는 교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수학 과목이라면 아무래도 참여형 수업보다는 강의가 많겠죠. 하지만 교사에 따라 수학도 ‘거꾸로 수업’ 영상을 미리 듣고 와서 친구들과 멘토-멘티 활동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국어 수업의 경우, 문법 단원에서는 강의의 비중을 늘리고 문학 단원에서는 모둠 활동의 비중을 늘리는 등 단원에 맞게 조절합니다. 저는 수업할 때 아무리 강의가 필요한 단원이라도 일방적인 강의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고등학생들도 듣기만 하는 수업에서는 30분이 지나는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어른들도 요즘은 10분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제공되는 영상이 대부분 10분에서 15분 내외라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차라리 수업 후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면서 질문을 한다든지, 수업 전 관련 영상을 시청한다든지, 수업 중 모둠별로 활동하는 시간으로 20분을 배분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수업 형태는 교과마다, 교사마다, 단원마다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학창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학생의 활동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입시에서 수시의 비중이 높아졌고, 수시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과 성적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입니다. 수업 중에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학생 개개인을 관찰하여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써주기가 어렵습니다. 한 명씩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발표를 시키거나 토론을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활동을 통해서 그 학생만의 특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기가 있는 학생만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학생의 2/3정도만 기록을 하고, 나머지 참여가 부족한 학생은 그대로 빈칸으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생활기록부 지침이 바뀌면서 2020년부터는 기초 교과와 탐구 교과의 경우 전체 학생들을 관찰하고 모두의 세부능력을 써 주어야 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8반 수업을 들어간다면 한 학기에 200명(25명*8반)의 세부능력을 기록해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어떤 과목이든 강의만 하는 수업은 이제 찾기 힘듭니다. 가끔 공개수업을 오시는 부모님께서 고등학교 수업인데 여전히 모둠 활동이 많은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십니다. 입시의 변화가 교실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혁신학교라서 더욱 강의식 수업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모둠 수업, 학생 주도의 참여형 수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부모님과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전에 비하면 놀랄 만큼 교실 수업이 바뀌었는데도 고등학교의 강의식 수업이 힘들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비교 대상인 교실이 옛날의 고등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라서 그렇습니다. 중학교는 요즘에 자유학년제가 있고, 이 시기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워 1년 내내 주로 활동 수업을 합니다. 학생들도 여기에 적응이 되어 중2~중3 선생님들도 학생의 변화에 맞게 활동 위주의 수업을 많이 하십니다.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거나 내용이 어려우면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자재 활용도 많이 하시고, 재미있는 활동도 많이 생각해 내십니다. 이렇게 활동적인 수업을 듣다가 고등학교에 와서 추상적인 개념, 심화된 내용의 교과 수업을 들으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는 마냥 활동 수업 위주로만 수업을 꾸리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 후 집에 돌아와서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 수업이 재미가 없다’고 불평한다면 이런 차이를 설명해 주시면 좋습니다. 학습할 분량이 많기도 하고, 공부라는 게 원래 깊이 들어갈수록 재미가 없는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조금 더 비정상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너네 선생님은 왜 그렇게 재미없게 수업을 하시니, 왜 학생 참여 수업은 안 하고 강의만 하셔?’하면서 맞장구를 치면 학생들은 더 수업에 대한 불만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고등학교에서 왜 이렇게 모둠 활동을 많이 하나요? 그냥 진도 좀 빨리 빼 주시면 안 되나요?’하고 항의하시는 학부모님도 있습니다. 강의만으로는 학생 개개인을 관찰할 수 없어 구체적인 세부능력을 파악하여 기록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을 적어준다면 의미 있는 세특이 되기 어렵고, 학종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모둠 활동에서 배울 수 있는 협동 능력, 함께 토론하면서 길러지는 토론 능력이나 사고의 확장도 얻기 힘듭니다.


만약 강의식 수업에 집중력이 좋고 모둠 활동을 어려워하는 자녀라면 인문계고 중에서도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활동적이고 모둠 활동을 즐거워하는 자녀라면 혁신학교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같은 혁신학교라고 하더라도 공립학교는 교사가 전출·입을 통해 바뀌고 매해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00학교는 학생 참여 수업을 많이 해.’ 혹은 ‘00학교는 강의식 수업을 많이 해.’ 같은 정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최근 재학생을 통해 정보를 듣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정확한 정보입니다.  


같은 혁신학교라도 아예 교실 형태가 배움의 공동체의 ‘ㄷ’ 형태, 강의와 모둠 활동이 수시로 변화하는 등 정말 ‘혁신적’인 학교도 있고, 혁신학교의 흉내만 내면서 예산을 끌어오는 학교도 있습니다. 배움의 공동체를 하는 학교는 대체로 전체 교사의 동의를 얻어 모든 학급이 교실 자리 배치를 배움의 공동체에서 강조하는 자리 배치로 바꿉니다. 몇몇 수업에서만 배움 중심 수업을 하게 되면 강의식 수업 때 침묵하고 있던 학생들이 그 시간에만 폭발적으로 떠든다고 합니다. 또한, 자리 배치를 다시 하는 번거로움, 교육의 효과 때문에 학교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교 전체가 이런 수업을 지향한다는 것은 전체 교사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모두가 수업 스타일을 바꾸어야 하고, 학부모나 학생도 변화를 원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혁신학교라고 해도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강의식 수업의 비중이 여전히 큰 편입니다. 특히, 서울 16개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가 발표되면서 과거 10년 전 강의식 수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수능에 문제 풀이 수업이 필요하고, EBS 연계율도 높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이 적합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나왔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현상입니다.

 

이렇게 입시의 변화도 교실의 수업 형태에 영향을 줍니다.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업의 형태도 두 가지 방식이 계속해서 균형을 맞출 겁니다. 강의와 활동 수업의 비중은 균형을 맞추면서 교과와 단원의 특색에 맞게 진행되겠죠. 강의식 수업이든 활동식 수업이든 해당 수업 형태만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강의식 수업 때는 선생님 말씀에 경청하고 반응도 해야 합니다. 질문을 따로 하거나 발표하는 등 교과 선생님께 본인의 성실함을 드러내야 수많은 학생 중에 그 학생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활동 수업은 활동지도 성실하게 작성하고, 모둠 토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제가 200명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할 때는 이렇게 성실함과 적극성이 눈에 띄는 학생부터 정성껏 기록합니다.


입시와 수업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의지와 성실함이라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어떤 수업에도 긍정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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