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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Sep 07. 2020

Wee클래스 활용법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Wee 프로젝트는 따돌림을 겪는 학생, 학습 부진, 미디어 중독 등의 문제를 보이는 학생부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장기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학생까지 1차, 2차, 3차의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는 시스템입니다. 학교에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는 Wee 클래스가 있습니다.

1차 안전망이 학교 안에 있는 Wee 클래스, 2차 안전망이 전문가의 지속적인 치유가 필요하여 학교에서 의뢰받은 Wee센터, 3차 안전망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어 Wee센터에서 의뢰받은 Wee스쿨입니다. 2차, 3차 안전망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라면 Wee클래스는 학교 안에 있는 공간으로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 신청(혹은 교사가 의뢰)하여 상담도 받고,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위(Wee) 프로젝트, 우리가 희망이다 http://www.wee.go.kr/home/main.php 참고


Wee클래스에는 전문 상담 선생님이 계십니다. 담임 선생님한테는 입을 꾹 다물고 애를 태우던 학생들도 상담 선생님 앞에만 가면 본인의 어린 시절 상처부터 현재 겪고 있는 고민을 얼마나 잘 털어놓는지 모릅니다. 정작 관계는 담임과 더 친밀할 것 같은데, 본인의 속 깊은 이야기는 상담 선생님께만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보며 ‘상담 선생님이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상담실은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안전하고, 존중받는 곳,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나연이(가명)는 상담 선생님께 갈등 문제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합니다. 따돌림에 시달리던 주은(가명)이도 상담 선생님과 상의한 끝에 갈등 관계에 있는 친구들과 집단 상담을 하게 되고, 자신의 잘못과 친구들의 오해를 알게 되어 갈등을 풉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나 봅니다.


상황이 아직 바뀌진 않았지만, 상담실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온 친구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선생님과 스케줄을 조절하고 예약을 해야 합니다. 상담 선생님도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맡기도 하시고, 위급한 학생의 상담을 진행 중이실 때도 있습니다. 학생 역시 교과 진도가 나가는 수업을 빼먹고 상담을 받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상담실에서 ‘행복 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학업에 전혀 관심이 없어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고역인 친구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어려운 공부를 하는 교실이 아니라 그저 행복하게 교실에 있을 수 있도록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겁니다. 모든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으니 1~4교시에는 정상 수업을 듣습니다. 보통 오전 수업까지는 이 아이들도 잘 견딥니다. 점심시간쯤 미인정 외출을 하면서 사고를 치거나 집에 가버리는 패턴이 반복되자 상담 선생님께서 제안한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5교시부터 본인 학급이 아니라 행복 교실에 갑니다.


'행복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면서도 교육적 효과가 있는 영화도 시청하고, 요리 수업도 합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화분에 꽃을 심고 이름을 만들어 붙이는 활동, 향기로운 커피를 내리는 것도 배웁니다. 외부 강사까지 초빙하여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활동이었지만, 부적응 학생들은 행복 교실을 통해 진짜 행복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맨날 엎드려 잠만 자던 우형이(가명)는 화분을 들고 교무실에 내려와 꽃보다 더 예쁜 얼굴로 담임선생님께 화분을 교실에 놓아도 되는지 여쭤봅니다. 교무실에 있는 여러 교과의 선생님들이 우형이를 보면서 ‘어머, 저런 얼굴 처음 봤네, 우형이가 웃을 줄 아는 아이였어?’라며 놀랐습니다.


대안학교나 위탁학교가 아니라 인문계 고등학교라서 이런 프로그램이 상시 있는 것은 아니고, 학생들의 일탈이 많아지는 시기에 한시적으로 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위기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쓰고 관리하는 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꼭 위기 상황에서만 위(Wee) 클래스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근무 학교에서는 애플데이(Apple Day)라는 것을 운영하여 사과 편지를 쓰는 날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날을 정하자 관계가 어려웠던 친구들이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날로 정착되었습니다. 편지를 정성껏 써서 상담실에서 제공하는 사과주스를 들고 친구들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아주 큰 문제가 있어서 상담실을 찾아가는 것보다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면서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학교폭력에 관련이 된 학생,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등은 스스로 상담실을 찾아가는 것 어려워합니다. 따라서 담임선생님이 대신 상담 의뢰를 합니다. 교과 선생님도 학습에 너무 무기력한 학생이 있으면 종종 상담을 추천하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교사가 보기에 상담이 필요해 보이더라도 학생이 상담을 거부하면 억지로 참여시킬 수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라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상담실을 활용하라고 미리 조언해 주시면 좋습니다.


막상 문제가 닥쳤을 때는 닥친 문제밖에 보이지 않고, 상담실을 찾아갈 용기나 힘도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정보만 있어도 아이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살길을 찾아 나옵니다.


상담사가 꿈인 학생들은 학교 상담실을 통해 미리 진로 탐색을 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상담 선생님께서는 또래 상담 동아리 등 상담 관련 동아리를 운영하십니다. 또래 상담 동아리에서 또래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역할에 보람을 느껴 관련 진로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보았습니다. 바로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기 어렵다면 이렇게 상담에 대해 공부하고 지도를 받은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너무 깊이 있는 고민이나 비밀이 꼭 지켜져야 하는 상담이라면 전문 상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또래 상담가 친구들도 아직 학생이고, 너무 큰 비밀을 지켜야 한다면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학교 상담실에 다녀왔다고 하면 아이에게 큰 문제가 있거나 큰일이 났다고 놀라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를 끌어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학생이 더 위험합니다.


정서-행동 검사의 결과가 고위험군으로 나왔는데도 상담실에 가지 않고 버티는 학생들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아 불안합니다. 상담교사, 담임교사, 학부모 모두가 한 아이의 고민과 문제에 대해 끌어안고 머리를 맞댈 때 반드시 해결책이 나옵니다. 학생도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변화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학교 상담실 Wee클래스를 지나치지 않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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