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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Sep 12. 2020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다!?

선택과목은 골고루 듣는 게 유리한가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진 이유는 최소한의 인문학적 소양, 기본적인 과학상식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두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라는 필요성 때문입니다. 과학자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있어야 하고,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일반인도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은 이덕환 서강대 교수가 2014년 칼럼에서 문·이과 구분 교육정책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융합을 강조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문·이과 구분 교육정책의 부족함이 낳은 결과이지요. 과학적 기반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과학상식입니다. 하지만 과학상식만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즉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문·이과 구분 폐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현 교육제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기본적인 과학상식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과’ 출신과 최소한의 인문학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이과’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문·이과 구분 교육 현실이 옳은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문·이과 구분 교육은 일본의 잔재다. 1960년대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 사회를 일으키기 위해 우리는 혹독하게 교육하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문·이과 구분 교육은 그야말로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닌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교육이었다. 물론 덕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는 있었지만 말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지금 변화가 절실하다. 지하철, 스마트폰, 엘리베이터, 에어컨 등 과학의 문명과 혜택 속에 살면서 현대 과학을 이해하는 것, 과학기술과 더불어 풍부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소양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문·이과 구분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다. 문·이과 구분 교육은 지난 7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없어졌다. 하지만 수능에서 여전히 문·이과가 구분돼 있어 교육도 수능에 맞출 수밖에 없었고 그 폐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덕환 교수는 "이제는 고등학생이 아닌 중학생 때부터 문과 이과 중 어디를 갈지 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에 관심 없는 학생들 수준이 중학생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하 생략)

[출처] [인터뷰] "세월호 참사, 문·이과 구분 교육의 폐해" (데덕넷, 2014.07.24.)
|작성자 이덕환의 과학세상


위 기사문을 보면 문·이과 통합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 나오면 문·이과 구분 없이 직장생활을 하게 됩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 당연히 필요하지요. 다음 인터뷰는 문·이과 통합 교육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의 목소리와 이공계 교수의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에서 문과를 선택했던 한 직장인은 “우리를 미적분도 모르는 바보들이라고 한다.”라고 토로했고, 이과를 선택했던 또 다른 직장인은 “고2 때 이과를 선택한 뒤 역사와 지리 수업을 듣지 않아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타 분야는 배우지 않았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7차 교육과정생들 목소리다. (중략)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문과 학생은 과학을 거의 듣지 않고, 이과 학생은 사회를 거의 듣지 않고도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며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국가 경쟁력을 책임질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소양도 매우 부실한 상태로 이래서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산업이 제대로 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기술 기반 산업뿐 아니라 사회적 중요 이슈가 나타날 때 심각성은 더 커진다. 그는 “광우병 원자로 등 이슈에서 일반인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따지기보다 소수가 제공하는 편향된 정보에 쉽게 흔들린다.”며 “이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기본적 과학 소양이 없는 문과 출신과 최소한의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이과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www.hellodd.com/?md=news&mt=view&pid=49110



이런 배경에서 문·이과가 통합되었고, 이제 문과반이나 이과반 같은 명칭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2학년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초 교과는 일주일 동안 같은 시간의 수업을 듣고, 내신 성적 산출도 문·이과의 구분 없이 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면 이전에는 이과끼리, 문과끼리 나누어 성적 산출을 했는데 이런 구분이 없어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고등학교 이수 과목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과 학생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듣는 것이 입시에 유리하고, 문과 학생은 사회 계열의 선택과목을 듣는 게 입시에 유리합니다. 대학들이 모집단위 계열에 따라 선택과목을 지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 대입 수능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보면, 특히 이과에서 구분이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 교육부가 올해 4월 30일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더불어 함께 발표한 ‘2022학년 대입 수능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보면, 이과에서 구분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교육부가 취합한 20개 대학과 같은 날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함께 발표한 서울대까지 총 21개 대학 가운데 9개 대학은 수학에서 기하, 미적분 중 1개를 선택하도록 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시에는 자연계열에 지원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9개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대입 전반에 미칠 파장은 큰 내용이었다. 9개 대학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경희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에 서울과기대까지 포함됐다. 이들 대학이 대입에서 높은 선호도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사실상 자연계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보다는 기하나 미적분을 공부해야 한다는 신호가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탐구에서도 주요 대학들은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과탐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물론이고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과 인천대·한양대(ERICA)까지 총 10개 대학이 자연계 수험생에게 과탐 2과목 선택을 요구했다. 서울대는 여기에 더해 과탐 2과목은 서로 다른 과목으로 구성돼야 하며, Ⅱ과목을 1개 이상 필수 응시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현재 서울대가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중략)

자연계열을 구분하는 대학들이 대부분 주요 대학이라는 점을 보면, 중하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문·이과 통합이라는 당초 교육과정의 목표대로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리 진학할 대학의 범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학습전략과 대학 선택 전략 등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한국 대학신문(http://news.unn.net)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는 문·이과 통합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그래도 취업에 불리한 문과 학생들이 성적 산출에서도 불리해졌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문과라서 인정하기 싫지만, 일반적으로 이과 학생들 성적이 높기 때문입니다. 수학 성적만 높은 게 아니라 국어, 영어 평균 점수도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의 평균이 높은 편이라서 내신 등급 산출을 같이할 때 문과 학생들은 불리해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선택과목에 따라 이과반, 문과반은 비공식적으로 존재합니다. 물론 이런 계열의 구분 없이 수업을 듣는 학급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의 한두 학급 정도입니다. (고교 학점제가 잘 정착된 학교에서는 계열 구분 없이 반 편성을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따라서 입시를 생각한다면 담임으로서 문·이과 구분 없이 마음껏 선택과목을 들으라고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생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되 이과로 진학할 학생은 가능하면 과학 기초 학문을 고교 과정에서 모두 듣도록 안내합니다. 문과로 진학할 학생은 가능하면 사회 계열의 수업을 듣도록 합니다. 통합형 인재임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문과 과목, 이과 과목을 섞어서 이수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윤리 과목을 공부해야겠다고 하면 해도 됩니다. 하지만 윤리 과목을 선택하면서 이과 쪽 일반선택 과목 하나를 수강하지 못한다면 어떤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득일지 계산해야 합니다.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답이 아직 없습니다. 대학마다 진로 선택을 반영하는 학교도 있고, 반영하지 않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수해야 할 과목을 애초에 요구하고 가산점을 주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정시냐 수시냐에 따라서도 전략이 달라지고 상위권 대학인지 중하위권 대학인지에 따라서도 유불리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본인의 적성과 희망에 맞게 선택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이상적이면서도 무책임한 결론 같아 다음과 같이 안내하겠습니다. (입시에 변수가 워낙 많습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보지는 마시고 최근 진로 상담을 하고 있는 담임교사의 견해 정도로 참고 바랍니다.)


요약하면 이과로 진학할 학생은 힘들더라도 자연 계열의 과목을 수강하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공부할 때 힘들더라도 대학에 진학했을 때 과학의 기초적인 상식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위권 대학은 진학 시 가산점 항목이 되기도 합니다. 성적이 조금 낮게 나오더라도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도전정신이 있는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과로 진학할 학생이라면 굳이 힘든 과목을 대학 전공까지 생각해서 찾아 듣지 않아도 됩니다. 문과 계열 희망자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대학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고등학교 때 어떤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입시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일단 점수를 잘 받는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입니다. 문과로 진학할 학생이 굳이 본인이 화학에 흥미가 있다고 해서 사회과목을 듣지 않고 이과 학생들과 경쟁하며 화학Ⅰ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도 적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의 전공적합성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상경계열 지원자라면 ‘경제’ 과목을, 법학과 지원자라면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배우는 과목을 전공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전공적합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면 성적도 좋게 나오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공 관련 학업역량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기록부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한국 대학신문, 사회 교과 특징과 과목 선택 방법 / 2020.08.2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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