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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Sep 19. 2020

모의고사에 임하는 바람직한 자세

모의고사도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할까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상투적인 말이지만 모의고사는 실전처럼 치러야 합니다. 모의고사는 수능시험과 똑같이 치릅니다. (※모의고사라고 부르는 시험의 공식적인 이름은 ‘전국연합 학력평가’입니다.) 입실 시간부터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모든 일과가 수능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갓 올라온 고1 학생들은 첫 모의고사를 보면 넋이 나갑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평가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평소 등교 시간과 달리 새벽같이 학교에 와서 덩그러니 30분 이상을 시험지만 기다리며 침묵을 지키는 상황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제가 고1 학생들 모의고사 감독을 하면서 너무 안쓰러워 남긴 글입니다.


아침 8시에 교실로 구겨 넣어진, 잠도 덜 깬 아이들이 오후 4시가 지나도록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첫 시험이라는 긴장감, 불안함, 지루함. 온갖 힘든 감정을 한 몸에 다 느끼면서 하루를 견디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게  마음이 아프다.

각종 수행평가, 지필 평가를 치르며 내신 관리하느라 새벽까지 밤잠을 설치는 아이들에게 수능 최저 등급까지 요구하는 학창 시절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생활을 견딘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출구 없는 터널 속을 뛰어야 하는 불쌍한 십 대(十代)들의 행렬에 내 아이를 밀어 넣을 자신이 정말로 없다. 예전에는 시험 감독하는 날은 수업을 잠시 쉴 수 있어 좋았는데, 아이가 자랄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2018. 06. 07. 모의고사 감독하던 날.)


위의 글을 쓴 시점은 육아 휴직을 했다가 막 복직한 해였습니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고통이 그제야 보였습니다. 고3은 그래도 어른이 되는 시점이니까 통과의례처럼 하루쯤 온종일 집중해서 시험을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1학년 아이들이 종일 시험지를 붙잡고 씨름하는 모습은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긴 시간 시험을 치르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합니다. 1교시 국어 영역은 그나마 긴장해서 모두가 깨어 시험을 보지만, 2교시 수학 시간이 되면 100분의 시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한 명 두 명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평균 수준의 인문계 고등학교입니다.) 3교시는 점심을 먹고 졸음이 몰려와 듣기 평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1/3에 달하는 학생들이 엎드려 잠을 자기 시작하고, 4교시쯤 되면 한국사와 사탐/과탐까지 102분의 시험 시간에 지쳐서 포기하고 1/2이 엎드려 잠을 잡니다. (2, 3학년의 경우, 제2외국어까지 시험을 치르는 경우 아래 시간표처럼 오후 5시 40분이 되어서야 모의고사가 끝이 납니다.)

중간에 엎드려 잠을 자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한 반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시험을 집중해서 치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시험을 치르는 패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중간에 잠들었던 학생들은 다음번 모의고사를 볼 때도 어김없이 잠이 든다는 것입니다.


긴 시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많지 않다는 것을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느낍니다. 2학년 담임이 되어 학생들을 상담할 때마다 공통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의고사 성적은 본인의 실력이 발휘된 점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한 번도 열심히 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만약 집중해서 시험을 본다면 지금 받은 등급보다 당연히 좋은 등급이 나온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보는 태도도 능력입니다.


힘들지만 끈기 있게 문제를 붙들고 씨름할 수 있는 능력, 오랫동안 집중해서 본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모의고사를 볼 때 자던 친구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수능 시험장에서도 잠이 듭니다. 학부모님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면 정시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요즘은 수능장 긴장감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고사장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수능능력시험을 치르는 그 중요한 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잠드는 학생은 이미 모의고사 때도 깨어 시험보지 못한 학생입니다.


따라서 모의고사는 무조건 수능처럼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귀찮지만 수능처럼 시험지에도 학번과 이름을 쓰고, 시험장 유의사항도 지켜가면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시험을 치러야 수능 당일에도 습관대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의고사 전날 1학년 학생들에게도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늦어도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라고 조언합니다. 아침에도 헐레벌떡 오지 말고, 아침밥을 먹고 등교해서 머리가 가장 맑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라고 합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받은 등급이라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실력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입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2학년이 되었는데도 모의고사를 끝까지 열심히 본 적이 없어 수시가 유리한지 정시가 유리한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전략이라는 것도 결과가 있어야 세울 수 있습니다.

모의고사는 항상 실전처럼 치르고 본인의 정확한 실력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모의고사를 치르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EBSi 홈페이지에 가시면 정확한 시험 일정과 시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소 2년 정도는 해당 월의 모의고사 기출문제는 출력해서 풀어보고, 오답은 동영상 수업을 들으면서 체크하고 시험에 임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시험은 아니고, 전년도 문제가 반복해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 유형을 익히고 시간 배분을 연습하기 위해서 기출문제는 꼭 풀어보아야 합니다. 이런 연습 없이 시험을 치르는 것은 초행길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익숙한 길을 가는 사람은 중간에 예상치 못한 공사장이 나오고 날씨가 흐려도 크게 긴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행길을 갈 때는 약간의 변수만 있어도 당황하고 길을 잘못 들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길치라서 초행길을 갈 때는 내비게이션을 꼭 켜놓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립니다. 그래도 긴장하면 길을 잘못 들어 허둥지둥 댑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를 만나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접했을 때 이런 심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최대한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게 바로 기출문제는 푸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신 시험과 겹치는 학기 중에는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당장 제출할 숙제도 있고, 내신 공부도 버겁고, 내일 치러야 할 수행평가도 많습니다. 따라서 방학 동안 수능을 위한 공부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수능 공부도 결국 개념을 익혀야하는 공부라서 내신 대비에도 도움이 됩니다. 수능 과목은 모두 내신에서도 중요하게 평가하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요약!  
1. 모의고사 치르기 전, 과목별 최근 2년 이상의 기출문제 풀기!
2. 실전처럼 컨디션 조절하고 최선을 다해 치르기!


전국연합학력평가, 수학능력시험의 과목/시험시간/문항수 (출처 : www. E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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