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학생, 기자 지망생 박희재
저는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취업을 해야 돼서 준비를 한다기 보다는 기자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 신문을 읽고, 제가 더 알고 싶은 부분은 책이나 논문을 통해 좀 더 깊게 공부한다는 게 정말 좋아요. 운동도 좋아해서 2주에 한 번 정도는 농구 모임에 나가고, 일주일에 3번은 헬스에 다니고 있어요.
딱 3시간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한 시간 반 운동하고,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저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맥주를 마시든 커피를 하든 대화를 하고 나면, 나머지는 어떻게 보내도 완벽한 하루예요. 나머지 시간은 학교에 다니면 학업에 충실하고, 일을 하게 되면 일을 열심히 하면 돼요.
계획을 잘 못하는 편이라 미리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즉흥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완벽한 하루가 쉽게 오진 않는 것 같아요.
최근에 봤던 것 중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가 있어요. 기자와 관련된 영화인데, 마음 깊이 와 닿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예요.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보스턴에 신부 한 명이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생겨요. 그걸 기자들이 탐방 취재하는데 난관에 부딪히게 돼요. 천주교 신부 한 명만 잡아 폭로를 하려니 너무 쉽게 묻힐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신부가 있는데도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시스템 자체를 고발을 하는, 그런 이야기를 그린 영화예요.
기자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작은 일과 큰 일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도둑이 도둑질을 했을 때 그걸 보도하는 게 작은 일이라면,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시스템을 고발하는 게 큰 일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그것이 도둑이 생기지 않게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소위 말하는 ‘소셜 임팩트’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인데,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가’를 매일같이 물어보라고 했어요. 저도 아침에 일어나 그런 질문을 하는데, 조금 엇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기자가 되고 싶긴 하지만 되고 난 다음을 생각해보면,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대중을 대상으로 뉴스를 잘 전달해주는 거잖아요. 평범한 기자가 되면 TV나 신문이라는 매체에 한정될 것 같은 우려가 생기더라고요. 차라리 웹툰 혹은 벤처를 통해 저널리즘 영역에서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게 있다면, 웹툰을 배우고 뉴저널리즘에 대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보는 거예요. 우선은 기자가 되어 전문성을 쌓은 뒤에 이뤄나가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성격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생의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학교 때 제가 게임 중독자처럼 지냈는데, 부모님의 영향으로 공부라는 걸 시작했어요. 저는 거기서부터가 모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학과도 자율전공학과를 선택해서 벤처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시도도 했어요. 하지만 이 길이 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어떤 계기가 있어 히치하이킹으로 전국 일주를 하게 됐어요. 그 당시 고민을 하면서 기자라는 직업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어요.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게 생기면, 그걸 채워주는 쪽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꿔왔고 그 과정을 즐겼던 것 같아요. 앞으로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직업적으로 바뀌는 게 많아지면 안 되겠지만, 그 방향 자체는 항상 생각하면서 지내게 될 것 같아요.
여행을 좋아해서 대학에 들어와서부터 1년에 10번 정도는 주말을 이용해 국내 여행을 해왔어요. 여행을 자주 하면서 느낀 게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여행을 하게 되니까 여행도 틀에 박힌 일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오늘 속초에 간다 하면 가서 뭘 할지 뻔히 보이는 거예요. 처음에 여행할 땐 기대치가 없어 어딜 가도 마냥 재밌었는데, 예상이 되는 순간 여행이 재미없어졌어요. ‘무엇이 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계획을 세우는 여행’ 자체가 흥미를 잃게 만든 거더라고요. 히치하이킹 여행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잖아요. 그 날 차를 잡으면 목적지까지 가는 거고, 못 잡으면 못 가는 거고. 차가 설지 말지도 알 수가 없죠.
앞에 아무런 케이스가 없었다면 몰랐을 텐데, 블로그를 찾아보니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두 케이스 정도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불가능한 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 당시 지내고 있던 생활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시작한 것도 있어요. 그게 추진력이 됐던 것 같아요. 전역을 하고 알바만 하면서 지냈는데, 어린 나이에 여기서 이렇게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처음이 가장 어려운 거잖아요. 차를 20번 얻어 탔는데, 첫 번째 차를 잡고 나니까 나머지 19번은 너무 능숙해지더라고요.
첫 번째 잡을 때가 가장 어려웠는데,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처음엔 방식도 모르고 무작정 하는 거잖아요. 영화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해 봤어요. 그런데 안 서주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했죠. ‘어떻게 하면 차를 세울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니 차를 태워주는 입장에서 저를 태워줄 이유가 없는 거예요. 괜히 이상한 사람이면 손해잖아요. 그래서 나를 태워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지 고민을 했어요.
거기가 국도 입구였는데, 국도를 타는 사람들은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이거든요. 둘이면 모르겠지만 혼자 가는 사람들은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는 항상 빈자리가 있을 것이고, 제가 그 빈자리를 채워서 30분 ~ 1시간 정도 말동무만 되어줘도 차를 태워주는 가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아이컨택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했어요. 스케치북에 글도 쓰고요. 그러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5분 만에 차가 서더라고요. 타고 가면서 내가 이 여행을 하게 된 계기나 여행 계획을 이야기해주다 보니 분위기가 즐거워졌어요. 나머지 열아홉 번도 같은 방식으로 하니 다 통했어요.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당당해질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현실적인 면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DNA 자체가 이상을 추구하는 성격이어서, 상황을 잘 안 살펴보는 면이 있어요. 발을 땅에 디딜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아무리 하고 싶은 걸 해도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고, 유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딱 세 가지예요. 그리고 이걸 다 갖춘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걸 함의하는 말인데, 내 생활에 대해 공감해주고, 내 생각에 대해 공감해주고, 나도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이것부터 시작해서 서로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그래서 미래에 투자하는 걸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