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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색 형광펜 Jan 12. 2024

크리스천이라면 들은 뻔한 이야기 but 필요한 이야기

③ 여태껏 해왔던 것들,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들

사람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배우게 된 게 있다. 가지게 된 게 있다.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처럼 연약한 존재가 없다. 걸을 수도 없고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배우게 된다. 누군가 연습을 시키고 따라서하게 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고 원하지 않아도 말을 배우고 걸음을 배운다. 그 외 많은 것을 의지와 상관없이 배운다. 우리는 이렇게 여태껏 배워서, 자연스레 경험하게 되어서 할 수 있게 된 것들이 많다. 더불어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처한 환경도 많다. 성별, 국적, 가정환경, 학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꼭 자기계발이나 학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우리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자다가 반쯤 깬 상태에서 토를 했다. 이불에다가도 토를 하고 화장실 가서도 토를 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점심부터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한 채 모두 쏟아냈고 그 후에는 노란 물을 뱉어냈다. 이불을 바꾸고 옷을 갈아 입힌 후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갈 상황이라고 판단되어 119에 문의를 했다. 문자로 약 8개의 병원 연락처를 전송받았다. 진료여부를 확인 후 가야 한다고 해서 전화를 했다. 이때부터 몇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하나는, 전화번호가 주간전용전화번호가 섞여있어서 다시 찾아봐야 하는 했다. 두 번째는, ARS로 연결되어 하나하나 기다리며 들어야 했고 다 듣고 난 다음에도 응급실 전화번호 안내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세 번째가 제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어렵게 연결된 병원에서는 아이가 12살이니 소아응급전문의가 진료를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 병원엔 없다. 오셔도 진료를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집 근처 차로 35분 거리에 병원 하나를 겨우 찾았지만 그 병원도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언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었기 때문에 어린이 달빛병원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디 물어볼 수 있는 지인 중 의사가 있지도 않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의 배를 만져주며 손 등을 주물러 주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참아낼 수 있을 만큼까지 참는 것뿐이었다. 아내는 인터넷으로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증상과 치료법을 찾아보며 아들의 증상이 어디에 일치하는지 짐작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아내와 아들은 아침 9시 병원에 진료를 받고 노로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을 했다. 이때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면서 아들은 참고 아빠는 손과 배를 만지는 것, 엄마도 함께하고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보는 것뿐이었지만 그것이 최선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 이는 별도의 국가적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비대면진료 어플 서비스로 바뀌었고 현재 2024년 1월 소아응급의료진이 있는 병원에서만 15세 미만 아이의 응급 진료가 가능하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문제가 있어 해결해야 한다면 처해 있는 위치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와 방법들을 찾고 총동원해야 한다. 제도적 문제와 체계의 변경은 그 나중의 문제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태껏 해왔던 것들과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다윗이 군대를 일으킨 것도 아니다. 더 큰 장수를 데려온 것도 아니다. 상대보다 큰 무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자기가 가지고 잇는 능력, 곰을 물리친 경험과 매끄러운 돌 다섯 개, 물매를 가지고 골리앗 앞에 나아갔다. 입을 열어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였다. 두 다리를 가지고 빨리 달렸다. 물매를 던졌고 그의 이마에 박혔다. 칼이 없어 골리앗의 칼을 빼어 머리를 베었다. 다윗 또한 여태껏 해왔던 것들과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했다. 물론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을 만나서 진로 멘토링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친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철도에 관심이 많았다고 어머니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대해 오히려 걱정이 든다고 했다. 학업적으로도 학교에도 부적응하여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철도 도면과 자료 등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친구는 시력이 나빴는데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고 청력도 많이 나빠졌는데 이어폰을 통한 노래 듣기를 끊기 어렵다고 했다. 공부는 손을 놓은 지 오래되어서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선 이 아이의 강점은 관심분야가 뚜렷하다는 것이고 그 관심분야에 대해 경험과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 국내 아닌 해외로 철도를 개척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직 지하철이나 전철이 없는 나라에 계획수립과 설계, 시설기반 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네가 현재 가장 그 일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 철도 운행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일을 하고자 한다면 좀 더 다양한 공부와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음악을 끊기 어렵다고 하니 이어폰이 아닌 헤드폰으로 바꾸는 건 어떠냐?, 엄마랑 상의해서 안경을 맞춰 쓰고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보자. 집에서 도서관이 멀면 현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부터 경영, 설계, 도시개발, 해외진출 등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자. 연관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이메일도 써보자. 네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고 하나씩 시도해 보자. 지금 부터 철도에 관한 일에 시야도 넓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분야별로 좀 더 확고해질 것이다.’라고. 그래서 다음날 안경을 맞췄고 헤드폰으로 바꾸는 것을 어머니께서 도와주셨다. 그 다음 날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고 주말에는 구립도서관을 어머니와 가기로 했다.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학교 선생님, 친구들, 학교에서 배우는 책, 필기구, 학교 도서관, 학교 운동장 등이 그렇다. 군인이라면 선임, 후임, 간부, 일과 후 시간, 연등(취침 후 부여해 주는 자기계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나도 가진 것이 많다. 자기계발할 수 있는 요소들도 여러 가지이다. 하드웨어적인 요소 말고도 나에게는 사명선언문도 있다. 올해의 계획도 있다. 나는 나의 재능과 흥미를 알고 더 알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 나에겐 신앙이 있다. 믿음이 있다.     


누구는 과외를 한다. 누구는 학원을 다닌다. 누구는 참고서가 많다. 누구는 부모님이 고학력이다. 누구는 형이나 누나, 오빠, 언니가 명문대생이다. 나에게 없는 것을 찾으면 한도 끝도 없다. 참고서가 없으면 교과서부터 시작이다. 학원을 다니지 못하면 EBS를 본다. 교재가 모자라면 근처 도서관을 간다. 근처에 도서관이 없으면 학교 도서관에 간다. 문제집이 없으면 학교 선생님께 부탁도 해본다.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자리와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시도하자.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헬스장 등록할 돈이 없다면 또 근처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근처 공원에 기구가 있는지 있다면 그곳에 가서 기구를 드는 것이다. 산책로가 없으면 동네를 한 바퀴씩 걷고 뛰자. 뭐가 없어서 못하고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고 나에게 있는 것부터 재확인하고 활용하자.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여기’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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